아이의 특성과 수업의 현실 사이, 어디까지 안아줄 수 있을까
포용하고 싶었던 아이, 그리고 나의 첫 수업
공부방을 오픈하고 처음 등록한 아이. 첫째 아이와도 작년부터 같은 반이었고, 어렴풋이 “조금 특별한 아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그런지는 알지 못했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리고 아이들과 책을 읽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리고 특별한 아이도 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조금 느렸지만 초반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업 외적인 어려움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체활동에서 감정 조절이 어려웠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분노하거나 자책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업 끝나고도 진정이 되지 않아 어머님이 오셔서 아이를 데려간 적도 있었고, 학교에서는 교장, 교감 선생님이 교실까지 오셨던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 아이를 위한 별도의 시간
나는 결정을 내렸다. 다른 아이들과는 2시에 수업하고, 그 아이는 3시에 따로 보는 것으로. 그렇게 몇 달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아이도 나도 편안해졌고, 나름의 균형이 잡혀 가는 듯했다.
하지만 며칠 전, 체험수업 일정이 예정과 다르게 흘러가며 다시 혼란이 시작되었다.
체험 수업 학생은 3시에 오기로 되어 있었고, 그 아이와 겹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정을 짜두었지만, 비 오는 날 갑자기 아이가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이미 수업 중이던 아이들과 함께하는 짧은 게임 시간, 그 아이를 따로 둘 수 없어 함께 참여시키자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내 노력과 감정, 그리고 무너지는 순간
그날은 유난히 속상했다.
하필이면 꾸준히 홍보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상담을 하고, 전단지를 돌리며 애써서 만든 체험수업의 날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무너지고, 체험수업에 영향을 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나는 결국 아이의 엄마에게 미리 연락을 드리고, 아이를 조기 귀가시키기로 했다. 보충수업을 약속드리며 조심스럽게 상황을 마무리했고, 다행히 체험수업은 무사히 끝났고 등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날 고민이 많아졌다. 이렇게 다른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아이와 계속할 수 있을지, 앞으로 수업일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포용할 수 있는데 능력이 부족한 건지 마음이 복잡했다. 하루를 아등바등, 노심초사로 보내고 나니 지치고 우울함이 밀려왔다.
한 아이를 보내며 드는 복잡한 마음
며칠 후, 그 아이의 어머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이번 달까지만 수업하겠다고.
기다리던 말이었지만 마음은 착잡했다. 사실 그동안 수없이 고민했다. 계속 혼자만 수업을 따로 볼 수는 없다는 현실, 다른 아이들과의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과연 이 아이를 충분히 품을 수 있을까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아이도 엄마도 안쓰러웠다. 내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쩌면 내가 조금 더 능력이 있었더라면 하는 자책도 남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영어보다 먼저 감정과 사회성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원장으로서 수업의 질과 다른 아이들의 배움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땐 단호할 필요도 있다는 다른 원장님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마음을 다해도 안 되는 순간, 그래도 마음을 남긴다
나는 결국 그 아이를 다 품지 못했다. 어쩌면 그건 내 역량의 부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손을 놓아야 할 순간도 있다는 걸 배운다. 이 일은 단순히 ‘한 명이 그만둔 일’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한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또 올 수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덜 흔들리기를, 조금 더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그 아이와 엄마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