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힘듦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함께 웃고 성장하며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별은 늘 조심스럽다. 원생이 늘지 않아 걱정만 했지 퇴원생이 생기는 건 생각 못 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에게도 첫 퇴원생이 생겼다. 이 일을 겪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들이 있어,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며칠 전, 첫 퇴원생이 생겼다. 의외로 마음이 많이 무겁지는 않았다. 최근 몇 주간 숙제를 꾸준히 해오지 않았던 모습을 보며 오래 함께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친한 원장님과 대표님께서 해주신 말도 큰 힘이 되었다. “퇴원생이 생기더라도 절대 자책하지 마세요. 어차피 나갈 아이는 나가고, 더 좋은 아이가 들어올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아이는 분명 잘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몇 가지 상황을 통해, 오히려 엄마의 태도가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다른 엄마의 소개로 공부방에 왔다. 체험 수업이 끝난 후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했는데, 엄마는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아이의 성향이나 목표보다는, 지인이 괜찮다고 하니 일단 보내보자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등록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채, 며칠 뒤 갑자기 소개해준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들으러 와서 나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3주 전쯤, 아이가 함께 수업 듣는 친구가 장난을 치고 괴롭힌다며 시간대를 옮길 수 있냐는 요청이 왔다. 그러면서 그 친구 엄마에게도 이 사실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시간대를 조정했고, 친구 엄마와도 통화하며 상황을 잘 정리했다.
그 당시에도 그 아이로 옮기고 싶었던 것 같지만 아이가 공부방은 좋다고 했기에, 더 이상의 문제가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3주도 지나지 않아, 어느 날 밤 갑작스럽게 “내일부터 못 나오겠다”는 톡이 왔다.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이유였다.
이 아이는 숙제를 거의 해오지 않았다. 우리 공부방은 아직 교재나 단어 숙제 없이, 영어책만 읽어오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숙제만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숙제 이행률이 낮았기에, 루틴을 잡아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매일 읽은 책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다. 어머님과 아이 모두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결국 사진이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부방과 아이가 맞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날이 11일, 즉 월 중순이었다. 특별한 큰 문제가 없었다면 그 달까진 마무리하고 퇴원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공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코칭 중 아이에게 예전에 어떤 영어학원에 다녔는지 물었을 때 “엄청 많이 다녀봤어요”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초등 3학년인데 벌써 영어학원을 여러 군데 옮겨다녔다니, 왠지 이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방은 학교 바로 앞에 있었지만, 어머니는 늘 직접 데려다주시고 끝나기까지 기다리셨다. 아이가 혹시 불편한 점이 있지는 않은지 바로바로 해결해주려 하셨다.
하지만 정작 숙제나 루틴을 만드는 부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으셨다. 숙제를 거의 해오지 않았고, 우리 원은 교재도 없이 독서기록장 하나만 들고 다니는데 그마저도 자주 안 가져와 내가 복사해 주는 게 일상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이의 힘듦을 부모가 즉시 해결해 주는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하는 일일까?
내 첫째 아이도 수영과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무섭다며 울고 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다고 바로 그만두게 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1년은 해보자”라고 말했다.
힘들지만 배우고 나면 네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도 지금은 ‘1년은 해볼래요’라고 말하며 버티고 있다.
그 아이에게 지금 진짜로 필요한 것은, 내가 힘들다거나 불만을 털어놓을 때마다 엄마가 곧바로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이가 다양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해야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고 그걸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요즘 우리나라 엄마들을 가리켜 ‘헬리콥터맘’이라고 부른다. 헬리콥터처럼 아이 위에서 맴돌며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엄마들. 이번 퇴원생의 어머니를 보며 그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은 아이가 엄마의 즉각적인 도움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자라게 되면, 자신이 겪고 성장할 기회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부방을 운영하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좋은 교육이란, 아이의 힘듦에 함께 공감해 주되 그 힘듦을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 힘도 길러주는 일이라는 것을.
첫 퇴원생을 보내며, 헬리콥터맘이라는 단어를 곱씹게 되었다.
아이의 힘듦을 ‘함께 견디는 것’과 ‘즉시 해결해 주는 것’의 차이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