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늘 부족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먹고살만하지만 그렇다고 부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적은 없었다.
가지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다.
친구들의 아빠.
옆에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자기 딸을 사랑하는 아빠 마음을,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
아빠는 일찍 집을 나와 서울로 상경했다.
그런 아빠도 가족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가족도, 자식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 앨범에서 젊은 시절의 아빠가 내가 모르는 아이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아빠는 남들에겐 잘 웃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그 아이도 그 시절 이웃에 살던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야 그 아이가 나라는 걸 알았다.
나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진 속 아빠는 나를 보며 사랑을 쏟아내고 있었다.
기억 속의 아빠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제는 미움도 없는 무관심한 사이.
만나지 않은 시간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졌다.
사진 속 그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다른 사람들의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다.
오랜 시간 그리워하고
노력하고 바꿔보려 했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제는 지워버리고 싶기도 한,
그렇지만 끊어버릴 수 없는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