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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r 29. 2022

사교육 공화국

학원에 넘겨버린 가정교육의 잠재력과 가능성

지연씨(가명)는 중1과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엄마이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좋다는 영어조기교육, 지능개발 프로그램, 학습지 등을 꾸준히 시켰다. 아이들은 비교적 잘 따라오는 편이었다. 그런데 중1 아들이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공부를 게을리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반항을 하는 것을 보고 나서 지연씨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우연히 아들이 학원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엿듣게 되었는데 온갖 비속어와 욕설까지 대화에 양념처럼 들어가는 것에 그만 가슴이 철렁 하였다. 학습도 뒤쳐지지 않으면서 바른 인성을 갖도록 해야 하는데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학원을 끊고 과외를 알아보아야 할지, 올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또 무엇을 따로 시켜야 할지 막막해졌다.


한국은 사교육 공화국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교육이 발달해 있다. 사교육 전문기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사교육의 빛과 그림자는 좀 더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피아제 인지모델,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대표적인 교육심리 이론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홍보하는 각종 선행학습과 반복학습 등 다양한 학습전략은 실은 큰 틀에서 이 두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학습지나 학원에서는 새로운 학습전략이라고 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노하우나 외국의 최신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피아제와 스키너의 이론이 그 바탕이 된다. 중요한 것은 교육심리에 피아제와 스키너 이론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다. 





교육심리학에 큰 영향을 준 반두라(Albert Bandura)의 모델이 별로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은 의외다. 반두라는 아이들의 학습에서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유명한 실험에서, 폭력적인 어른의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 폭력적인 행동을 했고 그 반대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였다 (Weiten & McCann. 2013). 아이들 가까이에서 영향을 주는 어른들이 행동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고 배우는 어른은 학원 선생님도, 태권도 사범님도 아니다. 바로 한 집에 같이 사는 부모니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지나 과외를 시키는 것 못지않게 확실한 교육 방법은 바로 부모가 직접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삶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사이며, 말이 별로 필요가 없는 선생님이다. 삶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아이가 핸드폰을 놓고 책을 더 읽기를 원하면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으면 된다. 매일 새벽같이 직장으로 출근하는 아빠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게으른 어른으로 자랄 수 없다. 매일같이 반듯하고 정갈하게 집을 청소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나는 누가 일러주지 않았는데도 청소가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내 아이는 나 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고 싶은 마음에 사교육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삶이 바로 아이의 미래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사색하며 나누는 가운데 내면을 확장하고 깊어지는 부모를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교육이다. 배움이 즐거운 집에서 아이들이 자라도록 해보자.



Weiten, W., & McCann, D., (2013). Psychology: Themes and Variations, (Third Canadian Edition) N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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