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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y 09. 2022

하지 않는 것의 힘

학부모들을 상대로 자녀교육 강의를 하다 보면 자주 접하는 질문이 ‘우리 아이가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는데 아이에게 무얼 어떻게 해야 할까요?’이다. 학부모님들 중에는 훈육방식을 바꿔야 하는 분들도 간혹 있기는 하다. 감정 표현과 전달이 전혀 되지 않는다거나, 아동 학대가 의심될 정도의 방임이나 체벌을 하는 경우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는 뚜렷하게 뭘 더 하시라고 말해줄 게 없다. 심지어 어떤 어머님들은 웬만한 전문가만큼의 해박한 심리학 지식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부모님들의 특징은 정말 열심히 자녀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저기 교육도 받으러 다니고 각종 사이트를 섭렵하시며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에 코칭 및 동기유발 전략까지 세세하게 다 알고 있다. 하긴 마음만 먹으면 좋은 정보들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그렇게 최신 이론과 노하우로 무장을 하고 부지런히 자녀교육을 하는 분들에게 무엇을 더 하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효과가 없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는 ‘하지 마세요’라고 일러드린다. 하지 않는 것의 힘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하지 않는 것의 효과를 명확하게 실험으로 보여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극 혹은 보상을 통해 실험 대상에 특정 행동이 자리 잡도록 학습을 시킨 다음 다시 그 행동을 없애는 방법으로 자극이나 보상을 점진적으로 줄이거나 일절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Chance, 2013). 행동주의 심리학의 대가 스키너(B. F. Skinner)의 유명한 실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비둘기가 레버를 부리로 내리 칠 때마다 먹이가 떨어지도록 설계한 실험 상자 안에서 비둘기는 먹이를 얻기 위해 열심히 레버를 내리친다. 그러나 먹이를 주지 않기 시작하면 비둘기는 한동안 열심히 레버를 내리치다가 결국에는 멈추고 만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잔소리와 처벌을 지속적으로 하는 어른은 이 실험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잔소리나 처벌이 오히려 아이의 문제행동을 강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는 아이에게 매번 고운 말을 쓰라며 잔소리하는 것은 오히려 그 행동을 강화시키는 꼴이다. 반대로 아이가 욕을 할 때는 철저히 무시했다가 고운 말을 했을 때 그 말에 반응해 주고 칭찬을 해 주는 것이 낫다.  


어린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집단상담을 할 때, 자리를 이탈해서 자기 마음대로 상담실을 돌아다니는 아이를 가끔 본다. 큰 위험이 없는 한 나는 그냥 내버려 둔다. 대신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다수의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아이는 아이들 틈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는 점점 대열을 이탈하는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 입장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더 즐겁고 대열을 이탈해 봤자 아무런 관심도 얻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그 행동을 멈추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실은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하지 않는 것의 힘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알아차림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시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Chance, P. (2013). Learning and behaviour. Nelson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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