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이 턱 막히는 순간이었다. 같이 놀자는데 뭘 달라니! 이 아이는 집단상담 프로그램 내내 이런 식이었다. 같이 이야기하자고 해도, 놀자고 해도, 다음 시간에 또 만나자고 해도 ‘그럼 뭐 주는데요?’를 입에 달고 다녔다.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거나 훈련하기 위해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 것은 행동주의 심리치료에 기반한 것이다. 행동주의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인간의 행동을 외부의 자극 혹은 보상(Stimulus)에 대한 반응(Response)이라는 매우 단순한 틀 안에서 해석하는 심리학 분야이다.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데이터들을 체계적으로 모아놓고 연구하는 탓에 다른 어느 상담심리학 분야보다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는 경제학에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자주 가는 마트의 상품 진열도 소비자 행동심리 데이터를 반영한 것이다. 행동주의 심리치료 기법에 기반한 대표적 행동수정 요법이 칭찬스티커이다. 칭찬스티커의 원리는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가면서 그 행동을 점점 늘려가는 것이다.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학교나 아동 청소년 기관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칭찬스티커를 쓴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보상을 주는 것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열심히 노력해서 성적을 올린 아이에게 큰 선물을 주면 효과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것 같지만, 실은 행동주의 요법에 의하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착실하게 노력해서 칭찬스티커를 다 모은 아이에게 큰 선물을 주는 것 역시 권장할 만한 접근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공부를 하는 과정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 90점을 받은 후 고가의 핸드폰을 선물로 받은 아이는 그 이상의 선물이 있어야 다음 시험공부의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부모의 보상 사이에서 거래가 생기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 사례처럼 ‘공부할게요, 그럼 뭐 해줄 건데요?’ 이런 말을 하는 아이로 크게 된다.
가장 좋은 보상은 과하지 않은 보상을 자주 주면서 그 과정을 독려하는 것이다(Chance, 2013). 그럼 사탕을 쌓아두고 매일 하나씩 주란 말인가? 그것보다 우리에겐 매우 손쉽고 언제든 할 수 있는 보상이 있다. 아이와 눈 마주치고 웃어주기, 안아주기, 손 잡아주기, 등 두드려주기, ‘열심히 했네, 멋지다, 최고야’ 칭찬해 주기 등등 소소한 보상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보상은 노력하는 아이의 과정을 행복하게 해 준다. 돈도 들지 않고 귀찮게 스티커 사러 문구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행동 수정에 더해 부모 자녀 간 돈독한 관계도 보너스로 얻을 수 있다.
그러면 큰 선물은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설날 친척 어른들로부터 세뱃돈 두둑이 받는 것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선물은 정말 선물같이 줘야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살아있는 그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과 사랑스러움에 대한 표시로 주는 것이 선물이다.
Chance, P. (2013). Learning and behavior. Nelson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