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다 May 16. 2022

하지 않는 것의 힘 II

“자, 공부 시작 하자. 책 펴.”

“선생님 이거 언제 끝나요? 선생님,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렇게 못 생겼어요? “

오늘도 어김없이 민수(가명)는 선생님에게 무례한 말을 하며 수업을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또다시 참지 못 하고 민수에게 긴 설교를 시작합니다.

“언제 끝나는 걸 모르니? 수학은 매주 월 수 금 저녁에 한 시간 수업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아. 입장 바꿔 생각해봐. 너 같으면...”




실은 이 정도는 그다지 심하지 않은 경우다. 기관이나 학교에서 아동 청소년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위의 민수보다 심한 아이들을 매일같이 지도하고 계신다. 지면을 빌어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위로와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이런 아이들은 어른들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일부러 연습하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어른들의 마음을 상하게한다. 어쩜 그렇게 얄밉게 사사건건 말대답을 하는지 모른다. 그뿐인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약한 아이들을 교묘하게 괴롭히면서 선생님이 화를 내지 않고는 수업이 되지 않도록 만든다.

많은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줘야 한다고 하면서 타이르고 꾸짖어 가면서 정성에 정성을 들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우선은 위 사례의 민수 같은 아이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심리적 요인이 있는지를 알아야한다.




교류분석은 ‘심리적 게임 (Psychological game)’이라는 용어로 이런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Harris, 1973).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그런데 그 관심이 충분히 오지 않으면 어른을 화나게 만들어서라도 부족한 관심을 채우려 한다. 생존 본능과도 같은 것다. 아이들이 악한 마음을 품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게임을 하는 것이다. 무례한 언행을 하는 아이들 마음 저 깊이에는 ‘이렇게 했는데도 나를 봐주지 않을 거예요?’라는 메시지가 있다.

이전 글 '하지 않는 것의 힘'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런 아이들 언행에 사사건건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이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적 게임에 말리는 것이다. 냉정하다 생각될 정도로 이런 도발에 무심해야 한다. 차가운 머리로 아이와 나와의 교류에 심리적 게임이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결론 없이 허공을 맴도는 날 선 대화가 되풀이된다면 이것은 심리적 게임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나의 방법이 옳고 아이의 버릇을 반드시 고쳐줘야 한다는 충동과도 같은 확신이 생긴다면, 크게 숨을 한 번 내쉬고 내 감정을 우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글로 쓰는 것은 쉽고 실천 하기는 어렵다. 나도 몇 년에 걸친 상담 사례회의와 수련을 통해 겨우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법을 터득했다.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하지 않았을 때 그 빈 공간 사이로 새로운 가능성이 싹튼다. 이 새로운 가능성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소개하겠다.


참고문헌

Harris, T.A.(1969) I'm Ok- You're OK. Arrow Books.


이전 16화 하지 않는 것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