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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Jul 07. 2022

나는 50에 결혼했다

지천명 결혼사건

50살 신부! 나는 4년전 50세의 신부였다. 

나도 내가 50살에(야?) 결혼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지방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평생 외모도 공부도 연애도 그저 평범했던 내가 결혼은 이렇게 ‘평범하지 않게’ 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어쨌건 나는 4년 전 오늘 1년 사귄 현재 남편과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다. 나는 첫 결혼이지만 남편은 두 번째다. TMI지만 남편은 몇 년전 사별하고 20대 자녀 둘을 둔 사람이다.      


내가 결혼한다고 선언했을 때 주위 반응은 대단했다. ‘아니 결혼한다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 똥그래진 눈으로 되묻는 사람들의 반응에 나는 어느 순간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놀라움의 이유는 ‘50살에도 결혼을 할수 있구나!’ 하는,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 류의 충격인 듯했다.      


그런 반응에 대한 기억이 지금 쓰고자 하는 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 50살이 되어도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자랑질 하려는게 아니다. 나이 들어 결혼한 것이 무슨 자랑이겠는가? 결혼이라는 것은 나이가 어릴 때 하거나, 늙어서 하거나, 하거나, 안하거나 모두 자랑도, 창피도 아니다. 본인이 자랑이라고 생각하면 자랑이 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면 창피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저 그런 ‘상태’에 있는 것일 뿐. 


사실 결혼이라는 것은 완벽히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백프로 운명의 영역에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에 따라 누구는 선택의 영역이 좀더 많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비자발적 운명이 더 많이 개입돼 초래된 결과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삶의 결과들이 선택과 운명, 양극단의 화살표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런 운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평안함에 이르는 길을 깨우치고 실천하면 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독서와 성찰이 필요하다 많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미래는 알수 없다는 것이다. 심했다고 작심한대로 되는게 인생이 아니듯, 결혼관도 인생관도 언제든 바뀔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들어 바뀌었다고 지진아도 아니고, 오랫동안 한 생각만을 고수한다고 해서 꼰대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거기에 굳이 가치 판단을 내리는 건 본인의 자유지만 그것을 애써 남에게 표현하거나 강요할 필요는 없다. 지금 평생을 비혼으로 살지, 이제라도 결혼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건지 갈팡질팡하는 여성들에게 이런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왜? 여성들이 행복해지기 바라니까... 백프로 진심이다. 적잖은 세월 행복의 길을 찾아 탐구하고 성찰했던 많은 시간들의 중간 보고 성격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는 이렇게 자그마한 소망과 함께 행복과 결혼, 독신과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어떤 가치 판단을 내리기 위함은 아니지만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나 역시 생의 중간 정리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다시 결혼할 때로 돌아가보면, 내가 50살에 청첩장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다양했다. 오랜 노처녀 친구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눈치였다. 물론 축하는 해주었지만, 이제는 내가 더이상 아무 때고 편하게 불러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게 됐다는 사실에 내내 섭섭한 모양이었다. 하긴 지난날 우리 싱글들은 서로 외로움의 오랜 안전망이었으니 왜 안그렇겠는가?      


내 결혼에 대한 긍정과 부정 반응은 결혼 유무 및 배우자와의 관계,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다소 달랐다. 연배가 있고 결혼한 남성들의 경우 이제라도 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은사님 한분은 말그대로 ‘그렇게 좋은 것을 이제라도 하게 되었다니 참 다행이다’ 고 덕담을 건네주셨고, 그 외에도 주위 중년 남성들은 모두 잘했다는 논평 일색이었다. 모두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혼한 오랜 여자친구들은 축하는 해주면서도 그 나이에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겠냐며 다소 회의적인 의견도 개진했다. ‘있는 남편도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나이에 왜 줍냐고, 너처럼 오랫동안 혼자서 자유롭게 살아온 사람은 머잖아 귀찮아질거라고’ 예단한 친구도 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사람들의 걱정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지천명이 되던 해 결혼의 세계로 풍덩 뛰어 들어갔다. 자신이 있었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그동안 경험하고 성찰한 시간이 얼마인데? 이 정도 판단쯤이야 할수 있는 나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4주년이 된 지금, 나는 결혼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는 결혼한 현실에 감사한다! 결혼기념일인 오늘 멀리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하고 진심 어린 고백을 했다. 자기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빼앗겼다며 남편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전해진다. 

‘5년차에는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나를 알아봐준 고마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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