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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Feb 16. 2023

1. 실리콘밸리에 집을 산다고?

어물쩍하게 살 뻔했다


“지나씨는 집 안 사요?”


“네에, 집이요?!”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고객사 팀장, 주희를 5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만났다. 우리는 차로 10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었지만, 1년 동안 이웃인지도 몰랐다. 링크드인(LinkedIn)이 ‘이 사람과 연락해 보라'고 끈질기게 메시지를 보낸 덕분에 만났다. 그 후 서너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나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 britozour, 출처 Unsplash


‘내가 집을 산다고? 이 집값 비싼 실리콘밸리에?’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집 살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해 5월, 첫 미국 직장에서 목 빠지게 기다렸던 영주권을 받았다. 그 기념으로 드디어 자동차 리즈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멋진 전기차를 한 대 뽑아 인생에 방점을 찍을 작정이었다.


"집은 아무나 사나요? 5년째 자동차 리즈 중이라서요. 이번에 리즈 끝나면 전기차 한 대 뽑으려고요.”


“아니, 집을 사야죠, 지나씨! 차를 왜 사요? 재산 가치가 있는 집 먼저 사요!”


“실리콘밸리 집이 얼만데 집을 사요? 저 돈 없어요… ㅎㅎ”


“그럼 전기차는 왜 사요? 미국 부동산은 한국하고 많이 달라요. 다운페이만 몇 퍼센트 하면 집 살 수 있으니, 지금부터 열심히 보러 다녀요.”


“하핫… 생각해 볼게요.”




좋은 길로 인도하려는 귀인이 있었음에도, 당시 나는 집 살 생각이 한 톨도 없었다. 실리콘밸리 물가는 워낙 살인적이었던 터라 집을 마련하는 일은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였다. 내 주변에는 부부가 함께 돈을 모아 집을 사거나, 부모님께서 혼수로 집을 장만해 주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비혼 여성 혼자 집을 산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같은 팀에 소위 ‘판교 신혼부부’가 몇몇 있었다. 주변 사례를 보며 나는 스스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인의 초대로 이 동네 저 동네를 방문했다. 푸른 잔디와 아늑한 정원, 창밖으로 펼쳐진 탁 트인 풍경, 종종 수영장이나 자쿠지(Jacuzzi) 시설까지 갖춘 미국 단독주택을 구경하고 있자면, 무척이나 부러웠다. 속으로 ‘나도 언젠가 싱글하우스!’라 외치며 집 구조와 인테리어를 세심히 살피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비혼으로 살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계속 살아야 할지, 1~2년만 더 경력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마음의 결심이 서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미국 시골에 처박혀 일만 하고 살다가는, 결혼도 못 하고 폭삭 늙어버릴까 걱정이 앞섰다. ‘더 늦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 사람을 만나야 할까?’ 그러기에는 지난 5년 동안 고생하며 받은 영주권이 아까웠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로망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주거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외국인 신분으로 일자리를 찾는 것도,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어렵다는 영주권을 따는 것도,

자신의 의지, 노력, 그리고 약간의 운을 보태어 해낼 수 있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보금자리를 찾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당시 사는 곳에 만족하지는 못했다. 메가급 소음 관리가 엉망인 아파트에 몇 년째 살고 있었고, 그곳을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룸메이트가 방을 빼면 또 다른 아파트를 찾아 전전하는 불안감의 굴레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방법을 몰랐다. 불만은 많았으나 생활력은 강하지 못했던 5년 전 나의 모습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살벌한 실리콘밸리에서 어물쩍 살았던 내가

집을 찾는 여정에서 만난 여러 인연과 좌충우돌 에피소드,

새로운 공간에서 꾸려나가는 해외 비혼의 일상에 대해.


그런데 보금자리는 그냥 생기나?

실리콘밸리에서 여자 혼자 사는 데 필요한 건 뭐?

바로 돈!

보금자리를 찾기 전, 먹고살 것부터 해결해야 했다.


© kdarmody,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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