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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May 19. 2022

3. 미국 유학 준비 1년 로드맵, 큰 그림을 그려라

#3. 유학 준비 1년 여정이 시작되다 (ft. 방 탈출 게임)


방 탈출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영어로는 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이라고도 하는데, 워크숍에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미국 첫 직장에서 팀 워크숍을 할 때마다 이 게임을 하게 되었다. 미국 직장 4년 차, 실리콘밸리 산호세 (San Jose)로부터 약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산타크루즈(Santa Cruz)에서 워크숍을 한 적이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팀 액티비티로 방 탈출 게임을 하게 되었다. 팀원들과 성공리에 게임을 마치고 허름한 집을 탈출해 하하 호호 웃으며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파스텔 핑크와 보라색이 적당히 어우러진 해 질 녘의 캘리포니아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동동 뜨는 것 같았다. 


 © paititi, 출처 Unsplash

그 하늘을 보며 문뜩 유학 준비 시절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고단했지만 가장 치열하게 살아낸 나날들에 대한 기억은, 미국에 정착한 이후에도 가끔 고개를 내민다워크숍 Day 1을 마쳤던 그날 밤, 유학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1년이 문득 떠올랐다. 머리에 쥐가 나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지만, 미니 '쇼생크 탈출'의 기쁨을 맛보게 해 준 '방 탈출 게임'이 마치 유학을 준비했던 1년 같았다 생각이 들었다. 조금 엉뚱하지만, 내가 생각한 둘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유학 준비와 방 탈출 게임의 공통점


1. 제한된 시간이 주어진다.

2.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

3. 비용이 든다.

4. 평소 실력이 중요하다.

5. 고도의 브레인 파워와 체력이 필요하다.

6. 탈출한 뒤 날아갈 것 같은 기분.

7. 이 모든 것을 기록하자.


1년 로드맵, 큰 그림을 그려라 © arttravelling, 출처 Unsplash

막상 유학을 준비하다 보면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숲을 보던 사람도 촘촘한 나무만 보이는 근시안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1년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그제야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큰 그림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할수록 잔걱정은 내려놓고 하늘을 더 자주 보자. 세세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결국 승패를 좌우한다. 조언 하나하나가 절실했던 유학 준비생의 마음으로, 내가 거친 준비 과정을 방 탈출 게임과 비교하며 풀어보도록 하겠다.






1. 제한된 시간이 주어진다


방 탈출 게임은 보통 1시간, 유학 준비는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본인의 상황과 의지에 따라, 2년으로 늘려 천천히 조금씩 준비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나이도 당시 평균 유학생 연령(20세 중후반) 보다 많았기 때문에 유학 준비 기간을 최대한 짧고 굵게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퇴근 후 저녁 시간과 주말을, 학원 수업과 공부로 채워야 했던 6개월의 과정이 혹독하게 느껴졌다. 시험 점수를 딴 후에도 자기소개서, SOP(학업계획서), 추천서, 인터뷰 등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이 5개월 이상 걸린다. ‘무쇠 순이’ 같은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었다. 유학 준비를 생각하고 있다면, 목표 학교를 미리 선정해 6개월에서 1년 동안 전력 질주한 후 마무리할 것을 추천한다.


1년 유학 준비 타임라인


- 11~12월: GRE 학원 및 대학원 서치 (필요한 시험 점수, 서류 확인)

- 1~2월: GRE 준비반

- 3~4월: GRE 실전반

- 5월 말: GRE 시험 (일본 오사카 원정 시험)

- 6~7월: TOEFL 준비

- 6~8월: 6, 7, 8월 매달 토플 시험을 보고 최고 점수로 제출

- 9월: SOP 준비, 교수님, 직장 상사분께 추천서 요청

- 10월: SOP 다듬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게 각색), 추천서 준비

- 11월: 대학원 서류 준비 및 제출 (시험 점수, 경력 증명서, 추천서 제출)

- 12월~2월: 대학원 인터뷰, 합격 발표


※ 학교마다 시기가 다르니 이 부분은 학교 공식 웹사이트에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TOEFL(토플)을 먼저 끝내고 GRE를 준비하는 분도 가끔 보았는데, 내가 유학을 준비할 당시에는 GRE를 외국에서 보아야 했기 때문에, 준비과정과 비용이 훨씬 더 부담스러운 GRE를 앞단에 배치해 마무리하고, TOEFL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2.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 (퀴즈 정답 vs. 시험 점수)


방 탈출 게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clue(실마리)'를 모아 정답을 제출해야 방을 탈출할 수 있다. 미국 대학원 입시도 마찬가지다. GRE 또는 GMAT, TOEFLSOP, 경력 증명서, 추천서를 제출한 후, 인터뷰를 모두 통과해야, 꿈에 그리던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된다.


각각 학교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점수도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는 TOEFL 100점만 넘어도 거뜬히 입학할 수 있는가 하면, 어떤 학교는 110점이 넘어도 커트라인이 간당간당한 학교도 있다. 목표하는 학교와 필요한 점수는 유학 준비를 시작하기 전, 꼼꼼하게 파악해 놓는 것이 좋다.


미국 대학원 준비에 필요한 시험 점수 및 서류


1. GRE (Graduate Record Examinations) 또는

2. GMAT (Graduate management Administration Test)

3. TOEFL (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4. SOP( Statement of Purpose) 학업계획서

5. Letter of Recommendations (추천서)


※ 학교마다 필요로 하는 서류와 점수가 다르니, 이 부분은 학교 공식 웹사이트에서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시험 결과에 아쉬움이 많아, 그 바쁜 와중에 고득점 획득을 위해 GRE 및 TOEFL을 다시 볼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GRE를 보기 위해서는 해외 원정 시험이 불가피했고, 25만 원의 시험 비용뿐 아니라 여행 경비도 고려해야 했다. TOEFL도 마찬가지. 한번 시험을 보기 위해 반나절 이상이 소요되며, 1회당 25만 원 정도의 응시료가 발생한다. 어드미션을 받을 정도의 점수가 나왔으면, 미련을 버리고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대범함이 필요하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대학원 합격이지, 시험 고득점 획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3. 비용이 든다


방 탈출 게임 종류에 따라 일 인당 20~50불의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유학 준비의 경우 500만 원 이상이 든다. (이 부분만큼은 비교 불가 ㅎ) 시험 응시료뿐 아니라 학원비, 교재비, SOP 첨삭비, 공증 비용 등, 당시 부담했던 비용을 '대략' 계산해 보았다. 10년간 물가 변동이 있었고 학원이나 국가마다 비용이 상이하니, 이런 부분은 감안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미국 유학 준비에 소요되는 비용, 1년 기준


1. 학원비: GRE 120만 원 (한 달 30만 원 x 4개월), TOEFL 90만 원 (한 달 30만 원 x 3개월)

2. 시험 응시료: 100만 원 - GRE 약 25만 원, TOEFL 75만 원 (약 25만 원 x 3회)

3. GRE 응시를 위한 오사카 여행 경비: 70만 원 (비행기, 호텔 숙식 등)

4. 교재 비용: 30만 원

5. SOP + 추천서 번역 첨삭 비용: 50만 원

6. 추천서 및 각종 증명서 공증 비용: 20만 원

7. 시험 점수 리포팅 비용: 20만 원

8. 지원 비용: 30만 원

9. 우편 비용 등 기타: 3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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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60만 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대략 정리했는데도 약 560만 원이니, 실제 비용은 더 많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식비, 교통비 등 부수적인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간의 물가 변동까지 고려하면 대략 600~700만 원 정도가 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당시 직장을 다니고 있어 망정이지, 부모님께 지원해 달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운 비용이었다. 물론 학생의 경우라면 다른 얘기이겠지만. 무리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회사를 병행하면서 유학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덜컥 합격하면 대학원 학비와 생활비는 어떻게 하리. 본인처럼 몸 고생, 마음고생하기 싫다면, 직장 다니는 동안 미리미리 저축해놓고 6개월~1년간 유학 준비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4. 평소 실력이 중요하다


GRE, TOEFL, SOP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평소 미리 공부해둘걸..."이었다. 위에서 얘기한 ‘방 탈출 게임’에서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거나 미국 역사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비밀의 열쇠'가 담긴 상자를 열 수 있었다. 이 모든 능력을 하루아침에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인 팀원들과 협력하지 않고 나 혼자 그 방을 탈출해야 했다면, 아마 영원히 갇혀 있었을 수도.


GRE Verbal 영역 단어를 외우던 단어 암기장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s)는 Verbal Reasoning(언어 추론 영역), Quantitative Reasoning (수리 추론 영역) 그리고 Analytical Writing(작문), 이렇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TOEFL의 경우, 리딩, 라이팅, 리스닝, 스피킹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리딩과 라이팅 또는 리딩과 스피킹 실력만 미리 갖춰 놓아도 준비 기간 동안 많은 부담을 덜 수 있다. 1년 만에 7가지 영역의 실력을 한꺼번에 키우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GRE의 경우 어휘력이 매우 중요하다. 학원에서는 어휘 시험 준비를 위해 주로 빅뱅 이론(Big Bang Theory), 프렌즈(Friends) 등의 미드(미국 드라마) 클립을 보며 단어 공부를 했다. GRE에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는 학술적인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빅뱅 이론> 공대생 출신 주인공들이 희한한(?) GRE 단어를 쓰며 유머를 발산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 학원에 등록하기 전 천천히 시동을 걸고 싶다면, 미드를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5. 고도의 브레인 파워와 체력이 필요하다


종종 유학 준비에 ‘나이’가 걸림돌이 되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이’보다는 나이에 딸려오는 ‘체력’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대답하곤 했다. 유학 준비 1년은 대학 입시 이후, 가장 머리를 많이 썼고 그에 따른 체력 소모가 많았던 시기였다. 유학을 준비하고 싶다면, 평소 체력을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한다. 회사 일과 병행하며 공부하다 보니 잠잘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나에게 초인적인 힘을 내려달라고 모든 신을 동원해 기도했다. 유학 준비 기간 동안 운동도 하지 않고 약 5~6kg가 넘게 빠졌으니, 예상치 못한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었다.


6. 탈출한 뒤 날아갈 것 같은 기분


무엇이든 시간제한이 있는 게임은 스릴 만점이다. 심장 쫄깃,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1시간의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를 풀고 팀원들과 하이 파이브를 외치고 방을 나올 때의 기분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탈출을 못 한들 어떠리. 방 탈출 게임의 시나리오는 모두 가상이고 방 탈출을 못 한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아쉽다면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된다.


유학 준비 과정도 마찬가지다. 첫해에 도전에 원하는 대학원에 떡하니 합격하면 너무도 좋겠지만,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은들, 원하는 대학원에서 어드미션을 받지 못한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즉,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또 도전해도 되는 게임이다.


7. 이 모든 것을 기록하자


유학 준비 1년 로드맵을 정리한 다이어리

마지막으로, 아무리 바빠도, 이 모든 과정을 짧고 간단하게라도 '기록’하자. 방 탈출 게임에서도 찾은 실마리를 하나하나 잘 기록해놓아야 하듯이 말이다. 한 땀 한 땀 열심히 살았던 나의 10년 전이 고스란히 담긴 그때의 다이어리를 보면, 지금의 스트레스와 걱정 따위는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의연해진다. 또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땀 흘렸던 지난 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직장 생활과 유학 준비를 병행하며 고단했던 나를 꼭 안아주며, 지금의 모습에 감사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용기를 솟게 하는 것이 바로 '기록의 힘'이다.





※ 이미지 출처: tapesspiegel,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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