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쥬르 Jun 09. 2022

4. GRE 시험 준비, 얼마나 걸릴까?

#4. 직장인의 시간 관리 및  영어 공부법


조용히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나 유학 간다’는 말에, 지인들은 대체 언제 유학 준비를 했냐며 놀라움을 표했다. 부담감을 덜기 위해 주변에 알리지 않고 ‘스텔스(stealth)’ 모드*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계속 직장을 다녔는데 ‘언제, 어떻게’ 준비했냐며 시간 관리법을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맨날 야근하던 사람이 칼퇴하길래 결혼 준비하는 줄 알았다는 사람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직장 일과 병행하며 언제, 어떻게 유학 준비를 준비했는지 궁금한가? 그 얘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수험생


유학 준비를 했던 1년간은 오롯이 회사 일과 유학 준비에만 집중했고, 취미 활동, 여행, 무리한 운동 등 다른 활동은 최대한 자제했다. 주중에는 퇴근하는 순간부터 수험생 모드에 돌입했다. 학원 이동 시 단어를 외우거나, 노트 필기한 걸 복습하거나, 리딩 지문을 읽는 식이었다. 직장인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주중 저녁, 주말밖에 없으므로, 이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달마다 다른 수업을 들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일주일은 대략 이러했다. 


월: 출근, 저녁 7시 GRE Verbal 수업 

화: 출근, 저녁 7시 GRE Writing 수업 

수: 출근, 저녁 7시 GRE Verbal 수업 

목: 출근, 저녁 7시 GRE Writing 수업 

금: 출근, 저녁 약속 또는 자습 

토: 자습, 오후 GRE Quant 수업 

일: 자습, GRE 숙제  


1월은 준비 운동이었다고 치면, GRE 일본 원정 시험을 봤던 5월까지, 2, 3, 4, 5월을 위의 스케줄로 살았다. 나는 보통 8시간을 자야 직성이 풀리는 ‘long-sleeper’인데, GRE, TOEFL을 준비하던 상반기만큼은 5~6시간만 자고 버텨야 했다. 그렇다고 종일 공부만 한 건 아니었다. 함께 시험 준비하던 학원 동기들과 가끔 불금의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기도 했다. 상반기에 GRE, TOEFL 점수를 따 놓으면, 하반기는 훨씬 수월해진다.



2. 남겨둔 '마지막 카드'를 꺼내다 - '휴직 찬스' 활용법


쉴 새 없이 달리고 4월이 되니, 심신이 많이 지치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과 스케줄 조정 끝에 5월 말로 신청한 GRE 시험을 앞두고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잠이 모자란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4년 넘게 직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커피를 생수처럼 마시면서 버텼다.


2년 동안 담당했던 한 극성 고객사로 당시 몸담고 있던 어카운트 팀은 초토화되었다. 누적된 과로로 심신이 지친 팀장님과 동료분은 급기야 병가를 내게 되었고, 두 분 모두 휴직 후 복귀하신 상태였다. 이 와중에서 휴직 없이 묵묵히 버티며 일하는 나 자신이 곰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버티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업무 강도가 워낙 높은 회사라 과로로 인한 '병가' 또는 결혼, 육아 등 개인 사정에 따라 '휴직'이 어느 정도 허락되는 회사였다. 극한 상황에서도 2년 넘게 불평 없이 묵묵히 버텨온 것이 대한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왜 나만 버텨야 되나' 하는 '피해의식'도 약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유학 준비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기였다.


“우직 세포야, 그러지 말고 너도 휴직을 신청해 보는 것이 어떨까?”


나의 '현실 세포'가 말했다.


팀장님과의 면담. 다행히 '퇴사' 얘기까지 나오진 않았다

몇 주의 고민 끝에 팀장님과 면담 날짜를 잡았다.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고, No라는 답이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후배 직원들이 동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유학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퇴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줄 상사가 얼마나 될까?


팀장님께는 모두 솔직히 말씀드렸다. 근 3년간 함께 손발을 맞춰온 팀장님과는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상태였고, 가끔 개인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친밀감이 있었다. 다행히도 팀장님은 약 2개월 남짓 휴직을 허락해 주셨다. 본인도 유학 생각이 있었지만, 결혼, 육아 후, 현실적으로 힘들게 되었다며, 오히려 건강 잘 회복하고 시험도 잘 보고 오라고 독려해 주셨다. 체력을 회복하고 두 시험을 끝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2달을 얻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그간의 침묵과 인내에 대해 보상을 받은 듯, 묵직하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 체기가 내려가는 것 같았다.



3. 해외 원정 GRE 카운트다운 2주가 시작되다


이렇게 5월 14일 휴직이 시작되었다. 복직 시점까지 두 달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어졌고, 그동안 GRE와 TOEFL 목표 점수를 모두 취득해야 했다. 우선 5월 29일 등록한 일본 원정 GRE 시험까지는 정확히 2주가 남은 시점이었다.


GRE 시험까지 남은 2주간의 계획을 짰다. 4개월을 달려왔건만, 시험 전날까지도 턱없이 준비되지 않은 듯한 수험생의 마음이란... 시험 2주 전에는 그동안 정리한 1) GRE 단어 노트와 오답 노트 2) 해커스에 올라오거나 친구가 공유해 준 GRE 후기를 위주로 공부했다.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기보다는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을 복습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GRE 시험을 보기 위해, 그 전날인 5월 28일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GRE 숙소로 유명한 뉴 한큐 오사카(New Hankyu Osaka) 호텔에 머물렀다. 시험 전날은 그저 잘 자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GRE 단어 노트와 오답 노트를 약 2시간 정도 훑어보고, 책장을 덮었다. '진인사대천명 - 직장과 유학 준비를 병행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는 비장하면서도 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4. 해외 원정 GRE 시험 D-DAY


아침이 밝았고, GRE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에는 겉옷을 벗고 모든 소지품을 맡기고 들어가므로 필요한 것은 주머니에 넣고 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나는 귀가 예민한 편이라 귀마개를 가져갔다


당시 GRE는 Analytical Writing(Issue 30분, Argue 30분) 섹션이 먼저 나오고, 이후 Verbal과 Quant 섹션이 랜덤으로 나오는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다. 대략 아래의 경우 수가 있었다.


Writing -> Verbal -> Quant -> Writing (dummy)   

Writing -> Quant -> Verbal -> Writing (dummy)

Writing -> Verbal -> Quant -> Verbal (dummy)

Writing -> Quant -> Verbal -> Quant (dummy)


GRE (Graduate Record Examination): 총 3시간 30분


수험자마다 랜덤으로 다른 순서가 주어졌다. 위와 같이 dummy 섹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 라이팅은 역시나 내가 '원하는 수준의 완벽한 문장'을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 주어졌다. 극도로 긴장해 문제를 잘 읽히지 않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내가 이렇게 긴장했던 이유는 이 해외 원정 시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어느덧, 3시간 30분의 시험이 끝나고 GRE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5. GRE 결과 발표


4개월간 눈코 뜰 새 없이 준비한 운명의 4시간이 지나갔다. 공부했던 게 기억나지 않아 아차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라이팅 문장 구성을 하며, 평소에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후회하는 찰나도 있었다. 수월하게 푼 문제도 있었고, 결국 찍어버린 문제도 있었다. Verbal과 Quant는 그 자리에서 시험 결과를 볼 수 있으니, 확인하고 시험장을 나오는 것이 좋다. Verbal 730에 Quant 770 (각 800점 만점)의 점수를 받았다.


라이팅은 점수가 나오기까지 3주 이상 소요되었다. 5월 말에 봤던 GRE 라이팅 시험 결과를 6월 말 정도에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수도, 여정도 모든 게 아쉬웠던 오사카 GRE 원정이었다. 그때의 기록을 살펴보니, 라이팅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GRE 시험을 볼까 한 달 넘게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다. 


보통 GRE가 끝난 후 바로 토플로 넘어가는데, 한 달 동안 GRE를 다시 봐야 하나 지리멸렬하게 고민했다. 사소한 것에 목매기 쉬운 예민한 시기였다. 6월 말이 되어서야 고민을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휴직은 얼마 남지 않았고, 적어도 토플은 끝내고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 "어이, 인제 그만 고민 끝내고 토플로 넘어가지, 그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미지 출처: 작가 나봄 (https://m.blog.naver.com/azzi_01)


몇 가지 팁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Tip 1. 회사 휴직/휴가 제도 활용하기


회사와 병행하며 유학 준비를 하는 직장인이라면, GRE 시험 전, 휴직 또는 휴가를 고려해 보아도 좋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나의 케이스는 하나의 예로 참고하시길 바란다. 미래에 유학을 떠날 생각이 있다면, 우선 회사 업무로 좋은 성과를 내 충분히 신뢰를 쌓고, 입지를 탄탄히 다지는 것이 좋다. 본인은 세 번째 직장에서 4년을 일한 후, 업무가 안정된 시점에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일 수도 있으니.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회사의 혜택과 규정을 잘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Tip 2. GRE 시험 카운트다운 2주


D-14 시점에는 최상의 컨디션 유지에 집중한다. 무리는 금물.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주입하기보다는, 그동안 공부했던 어휘와 Verbal, Quant 문제들을 정리한 오답 노트 위주로 복습하고, 최근 후기를 리뷰하는 정도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미리 어휘와 오답정리 노트를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Tip 3. 합격선 이상 점수를 받으면, 다음 단계로 ‘move on'


학교 합격선에 맞는 점수를 받으면 과감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GRE 점수에 만족하지 못해 한 달을 방황했던 게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시간에 토플을 한 자라도 더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원하는 학교에 합격하는 것이지, GRE 고득점 달성이 아니다. 필요한 점수를 획득했으면, 차라리 며칠 푹 쉬고 다음 단계 (토플 또는 SOP)로 과감히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GRE 시험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더 이상 번거롭게 해외 원정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다. 시험도 어려운 데다, 응시료, 항공료, 숙박비만 해도 ~100만 원에 육박해 '지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웃픈 전설이 전해진다.


한국에서 GRE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행운아다. 시험의 세부 사항(구성, 문항 수, 점수)은 다소 달라졌지만, 내용과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GRE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Verbal, Writing, Quant 영역 소개 및 준비 방법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부록’과 같은 내용이라 아래 링크로 삽입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 슬기로운 GRE 준비 1~3탄:




※ 이미지 출처: 작가 나봄 네이버 블로그, Unsplash

이전 03화 3. 미국 유학 준비 1년 로드맵, 큰 그림을 그려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