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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May 27. 2022

2. 유학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기억해야 할 5가지

#2. 도비에서 칼퇴 요정으로


'1년간 나와의 싸움'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직장과 수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지금껏 회사 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해왔기에, 칼퇴가 두렵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시험공부 자체보다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1년의 여정을 헤쳐 나갈지가 더 막막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유학 준비를 병행하는 직장인의 마인드 셋과 전략 5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으면 쓸데없는 고민으로 방황했던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1. 도비*에서 칼퇴 요정으로


해외 유학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당신은 앞으로 1년간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수험생'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직장인이 아니라면 프리랜서, 자영업자, 학부생, 대학원생일 수도 있겠다. 각자의 전공 내지는 밥벌이를 위한 본업이 있을 테니, 여러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비슷할 것이다.


출처: 워킹어스 브런치, 유튜브: 직장인 공감 짤, 리얼 반응

9년간의 직장 생활 내내, 워라밸 중 '워(워크)'에 중점을 두는 삶을 살았다. 회사에 '충성!' 했다기보다는, 내가 맡은 일만큼은 찍소리도 못 나오게 잘 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일 = 내 얼굴 = 내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밥벌이를 넘어 일 자체에 집착하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유학 준비 기간만큼은 이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이 회사에서 지난 4년간 죽도록 달렸으니 "1년만큼은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 되자"가 당시 나의 모토였다. 워라밸 중 '라(라이프)'에 더 중점을 둔 삶을 살기로 했다. '도비'에서 '칼퇴 요정'으로 거듭나기로 결심했다.


회사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유학 준비를 해야겠어.

내가 동료분의 지각과 부재로 폭격을 맞을 때, 너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잖아.

이제 나도 살길을 찾아야겠어. 오늘은 이만 안녕..."


학원 시간에 맞추어 ‘칼퇴’할 때마다, 이렇게 독백을 날리며 불쑥 올라오는 그놈의 과잉 양심을 내려놓곤 했다. 1월부터 4월까지 GRE 화/목 저녁반을 등록했다. 야근이 꼭 필요한 일이라면 모를까, 화요일과 목요일만큼은 퇴근 시간을 철저히 지켰다. 이때는 업무가 익숙해진 시기라 아무리 야근이 많은 홍보 대행사라지만, 근무 시간 안에 웬만한 일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한국에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 수도 있으니, 막가파로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하지만 필요 없는 야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2. 회사에는 이 사실을 고하지 말라, 절대

직장 생활과 유학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 회사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장에는 비밀이 없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나의 K-직딩 시절 딱 한 번, 그 스릴감 넘친다는 사내 연애를 했었다. 괜한 오해를 사거나 가십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숨겨진?! 장소를 찾아 데이트했다. 그런데 한 직원분이 (평소 매우 조용하고 신뢰감을 주는 분이셨는데...) 우연히 데이트 장면을 목격하고 다른 직원에게 이를 전달하면서, 회사에 일파만파 소문이 났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하니 온 동네가 수군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심신이 피곤하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어도, 회사 동료에게만은 그 하소연을 자제하시길 바란다. 동료 간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다. 악의 없이 무심코 던지는 동료의 말이 '카더라 통신'을 타고 일파만파 가십거리로 변신할 수 있다. 또한 섣불리 유학 준비 얘기를 꺼냈다가 불합격하면 어쩔 것인가.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초강력 무쇠 심장을 가졌다면 모를까. "A 과장 유학 준비 X나 열심히 했는데 떨어졌대... 또 ‘칼퇴’하면서 준비할 건가?" 하고 수군대는 동료들을 견딜 수 있다면 얼마든지 떠벌리고 다녀도 좋다.


요는 유학 준비 사실을 괜히 회사에 알려, 스스로 마음의 부담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뼈아픈 경험이 경고를 날렸고, 따라서 나는 조용히 미래를 준비했다. 회사의 조직 문화나 직원 관계에 따라 변수가 있을 테니, 개인 상황에 맞게 잘 결정하시길 바란다.


3. 인생 퀀텀 점프는 전력 질주와 함께


미국 첫 직장에서의 일이다. 약 2년간 반 동안 일했던 '임원 비서' 보직에서 전략팀으로 옮기기 위해, 약 6개월간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했다. 낮에는 비서 일에 집중하고 짬짬이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본업이 끝난 후 저녁이 되어서야 전략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일 자체보다는 잠이 모자란 것이 쥐약이었다.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전략팀 매니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인생에서는 전력 질주를 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12시간 풀가동하는 직원에게 1의 연민도 보여주지 않는 그 매니저가 참 야속했다.


하지만 더 야속했던 이유는, 그 말이 너무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하나같이 삶에서 '전력 질주하는 구간’이 있었다. 나는 ‘스프린트’보다 ‘마라톤’이 더 적성에 맞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삶에서 몇 번은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있었다. 아마도 외고 입시, 수능, 첫 취업의 관문, 미국 유학, 현지 취업을 준비하던 때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다.


GRE와 TOEFL은 대학원 합격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지만, 이때 쌓은 영어 실력은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내내 큰 영향을 미친다. 나에게는 특히 GRE 라이팅 영역과 TOEFL의 리딩, 리스닝 영역이 그러했다. 두 가지 시험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동안 영어 실력이 알게 모르게 향상했고,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이후 10년 내내 우려먹고?! 있다. GRE, GMAT, TOEFL 등의 영어시험 준비는 당신의 영어를 'another level'로 끌어올려 줄 것이며, 그뿐 아니라 강한 정신력과 인내심으로 무장시켜줄 것이다.


4. 1년만큼은 '미니멀 라이프'


1년만큼은 '미니멀 라이프’를 고수하길 권한다. 여기서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일과 유학 준비를 병행하는 당신에게는 매우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가 주어진다. 이를 간단히 바디 배터리(body battery)라 해두겠다.


유학 준비 초반, GRE 학원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다. 신촌 박정어학원과 강남 리더스MBA, 그리고 입소문 난 몇몇 강남 학원의 시강을 듣고 한참 망설였다. 신촌 박정어학원은 퇴근길에 조금만 돌아서 가면 되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버스로 15분 만에 집에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강남이 위치한 리더스MBA는 왔다 갔다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만 해도 2시간이 넘는 곳이었다. 돌이켜보니 사실 학원은 다 고만고만했다. 주중에는 시간 제약이 있었기에, 수리 영역(Quant)만 주말에 몰아서 하는 강남 리더스MBA 학원에 다니고, 나머지 수업(Verbal, Writing)은 신촌 박정어학원에서 공부했다.


Verbal Reasoning (언어 추론 영역), Analytical Writing (작문): 화, 목 저녁 / 신촌 박정어학원            

Quantitative Reasoning (수리 추론 영역): 주말 / 리더스MBA            


나의 바디 배터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최대한 가깝고, 체력 낭비를  하는 곳으로 선택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기만큼은 인간관계와 모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만의 '동굴' 들어가 조용히 살았다. 시간과 체력이라는 자원이 너무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정리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와의 관계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친구라면, 꿈을 이루기 위한 1년의 공백 정도는 너그럽게 이해해  것이다.


5. 시험 점수보다 중요한 이것


GRE, TOEFL 고득점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난 2021년 겨울 한국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유학 준비 자료를 모아둔 상자를 정리할 기회가 있었다. 다이어리, GRE 단어 암기장과 문제 풀이 노트, 라이팅 샘플 등, 그리고 여러 권의 수첩이 발견되었다.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바로 이것은...


유학 준비 당시 매일 썼던 기도 수첩

기도 수첩이었다. 그때만 해도 꿈을 이루기 위한 '100번 쓰기', '끌어당김의 법칙'을 전혀 몰랐다. 요즘 읽고 있는 책들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그때 발견했으면 어땠을까 살짝 후회될 때도 있다. "직장 다니면서 어떻게 그걸 다했어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할 것이다.


"기도를 하세요."


기도를 하든 100번 쓰기를 하든,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는 매일의 기록을 거듭하며,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될 것이다. 또한 당신이 하나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알라신을 믿든, 그 간절한 기도는 전달될 것이다. 그것이 신이든 우주이든, 당신의 마음에 다시 에코로 돌아오든 말이다. 이 수첩을 선물해준 친언니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기도 수첩을 쓰는 나를 보며 '기도 수첩교'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쁜 수험생을 위해, 요점만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1. 도비에서 칼퇴 요정으로: 여러분의 미래를 위한 딱 1년의 투자이다. 당신은 회사를 다니며 이미 충분히 열심히 일했다. 1년 만은 '나'를 케어하며 레벨업 시킨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자.


2. 회사에는 이 사실을 고하지 말라, 절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동네방네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준비하자. 회사에서는 아무리 친한 관계라도 서로 이익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언제든 뒤돌아설 수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3. 인생 퀀텀 점프는 전력 질주와 함께: 세상의 모든 위너에게는 전력 질주하는 구간이 있다고 한다. 인생 퀀텀 점프를 원하는가? 지금이 바로 그때다. 이때 공부한 GRE와 TOEFL은 당신의 영어를 'another level'로 끌어올려 줄 것이며,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무장시켜 줄 것이다.


4. 1년만큼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자: 초 고효율성을 추구하는 1년을 살아보자. 불필요한 시간 소모와 지출은 모두 줄이는 것이 좋다.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땡전 한 푼이 아쉬울 때가 온다. 시간이 부족해 못 만나는 친구들과는 유학 준비를 마친 후 축하주를 나누어도 늦지 않다.


5. 시험 점수보다 중요한 이것: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간절하게 담아 기도 수첩을 써보자. 이 시기의 기록은, 유학 생활 및 미국 취업의 벽에 부딪혔을 때, 또는 비자나 영주권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무한한 삶의 의지를 줄 것이다.


이미지 출처: 작가 나봄 (https://m.blog.naver.com/azzi_01)


직장 생활과 유학 준비 병행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무사히 끝내고 나면 ‘내가 이걸 해내다니!’ 하며 세상 뿌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수험 생활 자체보다 '마인드 컨트롤' 하는 부분이 더 어려웠기에, 어떤 자세로 이 1년의 준비 시간을 알차게 보내면 좋을지 공유해보고 싶었다.


기억의 서랍을 뒤적이다 보니, 의외로 생각이 잘 나는 부분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분도 있다. 이래서 바쁠 때일수록 매일을 돌아보고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나 보다. 오늘도 유학 준비를 위해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있는, 꿈을 향해 힘겹게 달리는 당신에게 이 글이 닿기를 바라며.




※ 이미지 출처: 워킹어스 브런치/유튜브, 작가 나봄 네이버 블로그, 핀터레스트


※ 도비: 도비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으로, 집이나 조직에서 잡무를 하는 사람이나 과로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도비는자유 #도비탈출 이라고 하면 소위 회사에 매여 일하는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뜻이다. 한때 '도비는 자유예요'라는 퇴사 짤이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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