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볍게 산다

1장 마음을 가볍게 -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by 쏘쿨쏘영


어릴 때부터 자의식이 강하게 발달한 고등학교 친구들 중 몇몇은 대학교 선택이나 학과 선택을 할 때, 본인의 소신대로 가고 싶은 학교나 학과를 지원했었다.

어린 나이에도 하고 싶은 게 뚜렷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학교 공부는 곧잘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고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잘 모르던 흐리멍덩한 아이였다. 시골이라 별다른 놀 거리가 없어 공부만 열심히 한 케이스이다.

막연하게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가서 방송국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빠듯한 집안 형편상 학비가 비싼 서울 명문 사립대를 가겠다고 고집할 수는 없었다.


대학교 선택도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 중에서 갈 수 있는 학교 2곳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때 큰딸 마음에 부담 안 주시려고 짐짓 유쾌하고 명확하게 선택 기준을 알려주시던 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서울대 아니면 안동대, 둘 중 하나를 택해라.”

결국 조그만 동네보다는 큰 동네에서 이것저것 해보기 좋을 것 같아서 서울로 올라왔다.


대학생 시절에도 흐리멍덩하게 세월을 낭비했다.

학과 공부는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고, 그래도 성적은 잘 받아야 하니 공부하는 수준이었는데 그렇다고 다른 분야에 확실하게 매진할 수 있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한국 미술사나 서양 미술사에 관심이 있어 교양 수업으로 계속 미술사 공부를 하긴 했으나, 그 길로 내가 직업 선택을 하기엔 나의 환경이 여유롭지 않았다.


미술사학과 전공과목들을 교양 수업으로 신청했다.

수업에 들어가서 마주친 대부분의 미술사학과 여학생들은 여유 있는 집안 출신으로 우아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며 미래의 갤러리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방학 기간에 유럽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 등을 자주 다녀오는 유복한 집안사람들이었다. 나의 처지와는 맞지 않았다.


그림을 좋아하고 역사와 미술사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 길로 가기엔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보니 방황했던 것 같다.

나의 대학시절은 ‘앞으로 뭘 하며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걸 하면 내가 행복할 것 같아’라는 꿈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여전히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깊이 기울일 수 없었다.


직장인이 되고, 생활인이 되면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가니 점점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지고 집안의 가장, 회사원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했다.

물론 그런 삶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나에 대해 찾아가는 고민의 과정을 좀 더 빨리 거쳤더라면, 좀 더 일찍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더 노력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러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2020년 어느 새벽, 나의 내면과 진지하게 마주하고 마음속의 목소리를 마침내 듣게 되었다.

이유도 모를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다 일어나 앉아 왠지 모를 서글픔에 계속 눈물을 흘렸다.

나의 내면을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창 밖을 보니 보름달이 환하게도 온 밤을 비추고 있었다. 소리 죽여 울던 1시간 가까이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비로소 한마디 내뱉었다.

“너무 서글퍼.”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순간, 내 귀에 들렸다. 명징하게 흘러나오는 내 마음의 목소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또렷이 들렸다.


‘나를 기쁘게 해 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자. 나를 아껴주자. 내가 먼저다. 나부터 행복하자. 내가 행복해야 비로소 가족들을,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힘들어했던 그때의 나에게 이제는 괜찮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마음이 어려웠던 그때 자주 듣던 노래, 자우림의 ‘샤이닝’ 가사는 그 당시 내 마음 같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