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삶을 가볍게
태도가 좋은 사람, 품격 있는 사람
오랜 회사 생활을 마친 후, 주말이 아닌 주중 점심 즈음 동네 마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친한 캐셔 언니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회사를 안 다니고 있는 걸 캐셔 언니가 눈치를 챈 건 아닐까? 왠지 주중 낮 시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내가(부끄러울 일도 결코 아닌데) 부끄러워지는 이상한 자괴감.
더 이상 워킹우먼이 아니라는 실패감, 상실감 때문이리라.
그래서 마트에 갈 때면 더욱 옷차림에 신경 쓰게 되고, 집에서 입는 옷이 아니라 나름 스타일리시한 코트를 골라 블랙 조거 팬츠와 함께 입고 나간다.
옷차림에 신경 쓰면 좀 더 자신감이 붙는 건 사실이니까.
내 나름의 마트 방문용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룩이다.
예전 살이 많이 불었었던 시절의 나는 어디를 가나 무시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 혼자 더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나의 내면과 영혼, 정신적인 가치와는 무관하게 내가 작아지는 느낌.
그림자처럼 나를 대하던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
오래전에 다녔던 회사의 어느 올드미스 직원은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임에도 여성 간의 Solidarity(유대감)가 전혀 없는 영혼이 가난한, 배려 없는 사람이었다.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사람을 곁에 두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불운이 닥친다.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반가운 것은 내가 자기 관리를 통해 살을 빼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후, 자신감 있고 활기차게 변한 나를 친절하게 대해 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달라진 사람들의 태도에 나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속으로 깊은 슬픔을 느끼기도 했다.
‘이게 현실이구나. 있는 그대로 내면의 나를 알아봐 주지 못하는 세상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슬퍼졌다.
그러나, 그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속물적인 태도를 보였던 적이 분명 있었을 테니까.
다행인 것은 뚱뚱하고 삶에 찌들었던 시절에도, 살을 뺀 후에도, 여전히 나에 대한 태도가 한결같이 좋았던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네 카페를 운영하시는 전 쿠킹클래스 강사님, 동네 피자가게 사장님, 언제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부동산 사장님, 다이어트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 회사 인포데스크 직원분, 웃는 얼굴로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회사 분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훌륭한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어릴 때부터 좋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으리라 짐작해 본다.
기분 좋은 발견이었다.
인간에 대해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알아 가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람의 내면과 정신적인 가치를 보지 못하고 겉만 보고 판단하는 태도에는 품격이 없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나 낮은 사람에게나 좋은 태도를 보여 줄 수 있는 품격 있는 인간으로 더욱 성장하도록 나를 계속 다잡아 나가야겠다.
인생 살면서 누구나 좋은 일도 겪고 나쁜 일도 겪는다.
좋을 때 함께 웃는 것은 쉽지만, 나쁠 때 곁에서 함께 견뎌주고 지켜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힘들 때 그 사람 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원칙이다.
힘들 때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 옆에서 지켜줘야 한다.
다시 일어날 기회를 줘야 한다.
살다 보면 좋은 상황도 있고 나쁜 상황도 있다.
나쁜 상황에서도 옆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사람 간의 의리다. 남녀 사이에도 의리는 꼭 필요하다.
당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런 의리를 보여주는 사람이 다행히도 당신 곁에 있다면, 상대방의 헌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 사람의 배려와 희생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그 마음을 꼭 표현해 주어야 한다.
다들 살아가는 동안 별일을 다 겪겠지만, 인생의 크고 작은 실패들에서도 반드시 배움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는 어려운 상황들을 인내해 왔다.
이제까지의 인생 경험으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상황에서는 좋은 태도를 보여주지만, 본인이 어려운 상황에 갑자기 처하게 되면 그 사람의 본성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본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좋은 태도, 즉 관용적인 태도와 포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황이 좋을 때는 입안의 혀처럼 살갑게 굴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비난과 공격을 퍼붓고 등을 돌리거나 그냥 외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떤 사람의 인성이나 품격을 알고 싶다면, 그 혹은 그녀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타인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하는지 살펴보자.
그 사람의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품격이 결정된다.
품격 있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