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찬 Mar 20. 2024

자의식 해체(1)

역행자, 돈, 시간, 운명으로 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1단계

연애에 계속 실패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자는 다 도둑'이라는 이야기를 엄마로부터 듣고 자랐다. 데이트를 하며 남자가 지극한 눈빛만 보내고 손만 잡아도 성폭력자처럼 취급했다. 남자는 모두 떠났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무너지는 자아를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감정과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서 자의식을 만들어낸다. '괜찮아. 더 멋진 사람이 나타날 거야.'라는 자의식을 만들어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그러다가 자의식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인지부조화가 생긴다.  '그 남자는 여자 볼 줄 모르는 숙맥이야. 나 같은 멋진 여자를 몰라보다니.'라는 자의식을 만들어 그 남자를 희생시킨다. 아니면 '나를 뭘로 보고 이런 사람을 소개해 줘.'라며 소개해 준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자의식이란 고도의 운영체제다. 자아가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하고 행동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아가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감정과 지식을 총동원해서 통일된 자의식을 만들어 낸다. 자아를 살뜰히 보살펴주는 게 자의식이다. 상처를 봉합하고 적당한 스토리를 만들어서 스스로가 일관되며 가치 있는 존재처럼 느끼게 해 준다. 내 개성을 만들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 주며, 수많은 인간관계를 잘 처리할 수 있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이다. 우리의 마음은 '자아'를 손상시키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적당한 자의식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운영체제인 자의식이 지나치게 커지면, 과부하가 생겨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저 마음 한 조각 편하자고 외부 신호를 자꾸 왜곡한다. 결국 잘못된 판단과 생각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자아가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의식이 점점 진실과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의 뇌는 가급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뇌는 적은 에너지로 많은 일을 처리한다. '대충 수습'하는 가성비 최고의 운영체제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빨리 수습하기 위해 대충 안정적인 자의식을 소환한다. 한번 만들어진 자의식은 패턴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솔직한 자신의 감정과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연애경험이 없어 서툴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애지식이라도 배워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 낫다. 그 남자는 손만 잡았을 뿐인데 왜 성폭력자처럼 펄쩍 뛰게 되었는지 자신의 내면을 탐색해 보는 게 낫다.  매력적인 여성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찾아서 나도 따라 해 보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 연애지식을 글로라도 배워보는 것이 낫다.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고 관련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 올바른 개선책이 된다. 과도한 자의식을 해체해야 직면한 문제가 투명하게 보이고 해결이 시작된다. 자의식을 해체해야 비로소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으며, 반복하는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스스로 못났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다음에 발전이 있다. 자의식으로 대변하고 자아의 상처를 회피해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면 나에게는 어떤 자의식이 똬리를 틀고 내 마음에 앉아 있는지 찾아보고 해제해 나갈 준비를 해보기로 하자.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