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셋이 주말을 보냈어요
22년 9월 19일,
세 가족의 첫 주말
우리는 2주간 육아를 도와줄 도우미를 구했다. 산후도우미는 사설업체를 통해 찾는데 올해부턴 소득과 관계없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산후도우미는 거주지 보건소에 산모 등록을 한 후 업체에 연락해 매칭하는 방식으로 찾는다. 관할 보건소를 찾았을 때, 서울은 올해부터 모든 가정에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도움이 없다고 했으면 초기 육아를 어떻게 감당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우미는 출근일 기준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했는데 우리는 3주 전 업체에 연락했다. 원하는 날짜에 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며칠 후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도우미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에게 배정된 도우미는 경력이 많은 분이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 산모와 아이 먹거리를 챙기는 일, 아이를 목욕시키는 일이 주요 일과였다. 이렇게 몇 가지로 나뉜 도우미 일은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돌보는 것은 목록으로 정리할 수 없는 여러 일을 포괄했다.
숙련된 도우미의 손길은 초보인 우리와 달랐다. 매주 주중 5일, 일을 도와주시기로 해 크게 안도했다. 그 기간 우리 부부는 아이를 다루는 방법을 잘 배워야 했다. 모든 집안일이 그렇지만, 육아도 티가 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우리 부부에겐, 둘이 부지런히 움직여도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각자 다른 속도로 밀려오는 파도는 파고와 관계없이 우리를 소진시켰다. 그리고 무한대의 작업을 거듭한 결과는 겨우 현상유지였다.
목요일까지 도우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내는 그럭저럭 육아를 해냈다. 그간 나는 회사에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무심한 내 추측에는 그렇게 보였다. 아내는 평소에도 워낙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현실을 알긴 어려웠다. 우리의 첫 주말은 도우미 선생님이 금요일에 출근을 못한다고 하면서 하루 앞당겨졌다. 미리 업체를 통해 일정을 공유했다고 했지만, 우리에겐 금시초문이었다. 그나마 내가 휴가를 낸 덕분에 둘이서 하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론은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3일을 온전히 둘이서 버텨냈다. 도우미가 없이 보낸 3일은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아이는 점점 낮에 깨어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다고 밤에 통잠을 길게 자진 않았다. 위안 삼을 대목은 아이가 밤부터 자정, 자정부터 새벽에는 3~4시간씩 잠을 잤다는 것이다. 물론 잠에 들고 깨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앞뒤로 한두 시간 오차가 있었다. 아이의 불규칙한 수면이 우리를 힘들게 한 것은 은수를 달래거나 기저귀를 교체하고 재우는데 1시간가량을 써야 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수험기간, 일이 바쁠 때 단기간 수면시간을 3~4시간으로 줄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일단 아이가 잠에서 깨면 우리는 원인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배고픔을 호소하는 시그널에는 한 명은 우는 아이를 달래고, 한 명은 수유를 준비했다. 잠투정을 하는 경우엔 안아서 다시 잠에 들도록 유도했다. 한참을 안아 정성껏 달래야 겨우 다시 잠이 들었다. 기저귀는 비교적 판단과 처치가 간단했다. 교체가 필요한 기저귀는 색깔로 표시되므로 이를 확인하고 바꾸면 됐다. 물론 이 때도 아이가 잠에서 깨면 다시 재워야 했다.
셋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수유였다. 우리는 새벽에 모유 직수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대신에 분유가 밤사이 배고픔을 달래기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분유는 먹는 양을 기록하기에도 용이했다. 또 유축해 둔 모유를 중탕해 먹이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다른 문제는 미리 마련한 분유 포트에서 발생했다. 우리는 밤사이 분유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48시간 동안 분유 제조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포트를 샀다. 분유만 제조하는데 이 기능은 유용했다.
그러나 유축해 둔 모유를 중탕해 먹이려면 중탕 기능을 실행해야 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분유 제조와 중탕 온도가 달라 이 둘을 오갈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포트는 두 기능을 다 할 수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새벽 시간에 이 둘을 오가긴 어려웠다. 이 기능조차 없다면 더 힘들었겠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완벽해 보이는 육아 용품이 부모의 노동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사소하지만 품이 많이 드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 하루를 몇 번 돌았다.
베테랑 도우미가 없는 주말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었다. 아이가 보내는 시그널을 오늘도 신속하게 알아채지 못했다. 오늘도 우리는 아이가 울었을 때 잘 달래지 못해, 기저귀를 제 때 바꾸지 못해, 목욕을 시킬 때 능숙하지 못해 미안했다. 아이가 밤에 잠을 잘 자기 시작하면 다를 것만 같다. 그러나 그때는 또 다른 도전이 있을 것이다. 육아가 어려운 이유는 아마, 매 순간이 처음이고 익숙해질 만하면 다음 단계로 이어져서 인 것 같다. 아직 본격 육아를 시작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분유나 기저귀 등을 구하면서도 이 생각이 들었다.
초보 부모가 육아 베테랑이 되어가는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에게는 모든 하루가 처음이란 생각에 더 능숙하고 싶어 자꾸 조바심이 든다. 모든 부모가 이 지난한 시간을 버텨냈듯 우리도 처음이자 마지막인 오늘 하루를 알차게 채워갈 것이다. 그 대가가 우리 세 식구의 건강한 미래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은수야, 오늘도 건강하게 잘 지내줘서 고마워. 앞으로 더 즐거운 날이 많을 거야,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