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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란 무엇인가

부모의 무게가 다른가요

by 강시루

22년 10월 5일,

부모란 무엇인가


나는 아내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다소 어색함을 느꼈다. 부부에서 부모가 되는 단계에서 우리 부부는 가족, 친인척, 지인들로부터 진심 어린 축복을 받았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큰 축하를 받은 우리 둘은 두 갈래 극단적으로 다른 경로의 길을 갔다. 아내는 임신, 출산으로 몸에 큰 변화를 겪은 반면에 나는 평범한 일상을 지속했다. 또 직장생활을 하던 아내는 어렵게 지속해 오던 일상을 포기하며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희생을 치렀다.


출산 전 우리는 맞벌이로 둘 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휴직을 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임신, 출산이란 인생의 큰 변곡점을 지나면서 아내는 자신의 커리어를 외부요인에 의해 중단한 셈이다. 또 아내는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내기로 했다. 이는 기혼 유자녀 여성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부부에서 부모가 된 우리 둘은 똑같이 행복을 느끼고, 그 과정에 대한 책임을 같은 무게만큼 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내는 나보다 더 혼란스러워했다.


구조적으로 임신, 출산, 육아의 부담은 남편 역할을 하는 나보다 아내에게 더 크게 지워졌다. 결혼 전 집안일을 나눠하기로 약속한 우리는 임신, 출산으로 인해 야기된 균형의 진동을 겪었다. 우여곡절 속에 지난 5년간 유지된 균형은 한순간, 임신과 출산으로 쉽게 무너졌다. 그간 집안일을 나눠하기로 했어도 아내는 나보다 더 큰 부담을 져왔다. 어렵게 균형에 가까운 가사분담을 이어오던 우리는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이를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왜냐면 아내가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였다.


과장하지 않아도, 기꺼이 이 희생을 하지 않는 여성은 사회에서 배척되고 있는 듯하다. 비단, 이는 한국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022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평범한 삶을 위해 커리어와 출산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경신하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을 ‘출산 파업 중’이라고 한 보도는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만큼 소위, 정상가정을 꿈꾸는 부부는 성별에 따라 서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다. 결혼 전후, 우리 부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둘 중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기 싫었던 것 같다. 실질적으로 아내가 큰 희생을 해야 했기에 내겐 더 큰 고민이었다.


나는 출산 전까진 현실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극적 차이를 출산으로 겪게 됐다. 출산과 육아는 남녀 모두의 삶에서 큰 변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남녀가 겪는 그 변화의 진폭에는 차이가 컸다. "조선시대와 같은 사회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거냐"는 일부 여성의 불만 어린 목소리는 볼멘소리로만 들리진 않는다. 부모가 되면서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 그 이상의 문제다. 여자가 출산, 육아를 맡고 남자가 밥벌이를 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거냐는 반문에는 더 할 말이 없다.


가정 내 역할분담 문제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었지만, 유리천장과 경력단절 등의 문제는 불균형에 대한 반증이다. 물론 구조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지는 육아에 대한 책임이 다소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무게는 무겁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커리어를 자발적으로 포기해야 할 만큼 그렇다. 여자로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선 이런 부조리한 일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이 늘수록 여성이 느끼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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