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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가족이 된 우리 셋

by 강시루

22년 9월 12일,

1+1=3?


오늘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은수를 만나러 간 여정은 셋이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났다. 조리원에서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한 어린 은수는 비교적 평온했다. 우리는 제발 집에 가도 그렇게 있어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신생아에게 완벽한 맞춤형 환경을 제공하는 조리원은 아이가 바깥세상에 나설 준비를 돕는다. 출산을 계기로 부모가 된 우리도 조리원에서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부모의 세계로 진입한다.


우리는 병원, 조리원에서 머무는 기간을 완충기로 삼았다. 예기치 않게 분만이 수술로 정해지고 출산이 2주가량 당겨지면서 아내는 총 4주간 병원에 머물렀다. 부담이 적지 않았으나 아내는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고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다. 출산 후 육아부담을 감당하면서 겪게 될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나름 긍정적이었다.


육아를 먼저 경험한 지인들은 신생아는 조리원에선 잘 지낸다고 했다. 며칠 전 은수의 수면 패턴을 알기 위해 조리원 직원에게 물은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이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조리원에서 온화하던 신생아도 집에만 오면 다루기 힘든 아이가 된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은수는 하루 8번 정도 수유를 해야 하니 우리는 밤사이 3회 내외로 아이를 달래야 할 것으로 추측했다. 물론 이론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은수를 이른 저녁부터 재우려는 시도를 했다. 오늘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후 내내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기에 6시쯤부터 은수 재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아이는 잠이 들듯 말 듯한 채 오래 깨어 있었다. 여러 번 품에 안아 재우는 시도를 한 끝에 6시 반이 다 돼서 잠이 들었다. 조리원에서의 패턴에 따르면, 은수는 이대로 오후 9~10시까지 잠을 자야 했다. 제발 깊은 잠에 들어 깨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가 깊은 잠을 자야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은수는 9시쯤 10분 정도 잠에서 깼지만, 10시 넘어서까지 꿈나라에 있었다. 이제부터 밤잠과 육아를 바꿔야 하는 생활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자정이 되자 긴장감은 피로감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둘 다 잠이 들었는데 은수는 새벽 1시, 잠에서 깨 우리를 찾았다. 배가 고픈 은수는 꽤 큰 소리로 울었다. 우리는 아이가 울면 확인할 3가지 안아주기, 수유, 기저귀 체크를 차례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수유를 한다고 해서 은수가 바로 잠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또 기저귀 문제로 깨는 경우도 있었으니 밤사이 우리는 최소 5~6번은 일어나야 했다.


초보 부모인 우리는 이 일을 반복했다. 은수가 수유로 일어난 시간은 대략 새벽 1시, 3시, 5시 반이었다. 기저귀를 교체해야 해서 깬 시간은 그 사이 몇 번 있었다. 은수가 울면 얕은 잠을 자던 우리는 동시에 일어났다. 아이 울음소리가 커진 순간에는 당황스러웠다. 울음소리가 크게 울릴까 걱정도 됐다. 그래도 은수는 울음을 길게 이어가진 않았다. 큰 소리로 몇 번 울고, 우리가 달려들면 이내 울음을 그쳤다. 물론 알 수 없는 작은 소리를 냈는데,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빨리 찾아내길 바라는 것 같았다.


밤과 새벽에 여러 번 일어나 아이를 챙기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밤새 신경이 곤두선 채로 잠자리에 들어야 했으므로 제대로 된 잠을 잘 순 없었다. 더 어려운 점은 이 시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를 대비해 우리는 수면교육에 관한 정보를 찾아 읽었다. 관련 책에는 이에 대한 대응이 꽤 효과적이어서 도움이 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상황에 맞는 대응법을 미리 공부한 셈이다.


그러나 그 처방은 첫날이라 그런지 잘 먹히지 않았다. 은수의 울음소리는 우리의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었다. 그 순간에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내 앞에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은수를 어떻게든 달래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이가 잘 달래 지지 않아 느끼는 답답함, 아이가 원하는 것을 빨리 찾지 못해 갖는 죄책감이 우리 어깨를 더 무겁게 했다.


이렇게 단 하루 밤 사이, 우리는 공들여 준비한 것이 큰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우리에 맞는 문제 해결법을 찾아갈 것이다. 다른 부모들처럼, 그렇게 부모가 되어 갈 것이다. 시간이 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하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은수가 우리 집에 온 오늘을 회상하며 더 나은 부모가 되어 있을 우리 모습을 그려본다. "아가야, 오늘 이사하느라 힘들었지. 엄마, 아빠가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너를 돌봐줄게! 잘 먹고,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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