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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라는 이름

둥둥이가 은수가 된 사연 

by 강시루 Oct 30. 2022

22년 9월 8일, 

은수라는 이름 


둥둥이가 은수가 된 지 2주가 넘었다. 아직 둥둥이를 은수, 은수를 둥둥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불러도 같은 이름이다. 이름을 고민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작명에 대해 물었다. 보편적으로 이름을 짓는 방식은 작명소에 의뢰하는 것, 조부모나 부모가 짓는 것 등으로 수렴했다. 지인들의 작명법에 대해 알아보면서 내가 놀란 점은 아직도 남자는 돌림자 때문에 여자보다 작명에 있어 제약이 있다는 점이었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만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이 이름을 고민하면서 그전까진 관심 없었던 인명용 한자 등을 찾아보게 됐다. 이에 관한 내 결론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짓자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비교적 일찍부터 이름을 고민한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이름이 특정 성별을 연상시키지 않았으면 했다. 중성적으로 들릴만한 이름을 찾았다. 둥둥이가 성별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물론 여기서도 고민이 없진 않았다. 중성 이름에 불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다. 친구 중에 중성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는데, 어릴 적부터 이름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사연은 자신과 같은 이름이 다른 성별에도 있어 어릴 적 친구들 사이 놀림거리가 됐다고 했다. 이름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는 성년이 되어 개명을 했다. 아직도 나처럼 친한 친구들은 개명 전 이름으로 부르지만, 회사에선 개명한 이름을 쓰고 있다. 


생각지 못한 대목이었다. 중성 이름의 장점만 봤지,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감이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고 했지만, 실제 중성 이름을 갖고 살아보지 않았기에 거기까진 살피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은수라는 이름을 고수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중성 이름의 장점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합의한 방식으로 이름을 지은 데에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했다. 


찾아보니 등록된 아이 이름은 유행이 있었다. 즉 시기별로 선호하는 이름이 존재했다. 부모의 상상력은 차치하더라도 이름을 짓는 부모도 진공에서 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 이름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도 부모의 선택이다. 은수라는 이름을 지을 때 아내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아내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내 바람이 있었다. 아내에겐 단지 내 성을 따르기로 했으니 아내 이름에서 한 자를 가져오자고 했다. 이 방식이 우리 가족의 세 번째 구성원이 된 은수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민등록 아기 이름 통계에 따르면, 은수라는 이름은 등록 빈도가 하락하는 추세에 있었다. 인기도가 그전에도 높지 않아 흔한 이름은 아니었다. 9월 검색일 기준으로 올해엔 100여 명만 이 이름을 갖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출생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의도치 않게 희소한 이름이 됐다. 또 흥미로운 점은 등록된 출생 성별이 거의 반반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임의로 중성 이름을 찾았는데, 통계로 이 점이 팩트라는 점이 입증됐다.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운 결과다. 


은수라는 이름이 아이의 삶에 행운을 가져다주길 바란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여자로 태어난 은수에게 한국 사회가 더 나은 삶의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많이 바뀌었다곤 해도, 2022년 한국 사회에는 성별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해서다. 적어도 은수는 성별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사회에서 살았으면 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고, 앞으로의 세상이 지금과 다를 것이란 생각에 작은 기대를 해본다. 모든 일이 그렇듯 아이 작명에도 정답은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 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좇는 것이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봤다. 그래서 은수라는 이름이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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