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단편 드라마를 인상 깊게 봤다. 오래 만난 연인이 딱밤 한 대로 헤어지는 내용이다. 여자는 남자와 한 내기 게임에서 지게 된다. 남자는 벌칙으로 여자 이마에 있는 힘껏 딱밤을 내려친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때 남자는 “지금 딱밤 한 대 맞았다고, 헤어지자 하는 거야?”라며 의아해한다. 그러자 여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치사스럽게 구질구질 이 이야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너 나랑 데이트할 때 내 수저, 내 앉을자리 먼저 챙겨준 적 있어? 비 오는 날 우산 같이 쓰면 내 어깨보다 니 어깨가 더 젖은 적 있어? 너 흐트러진 내 신발 정리해 준 적 있어? 그리고… 누가 사랑하는 여자 딱밤을 그렇게 세게 때려? 게임하다 여자친구가 졌으면 한 번 봐주는 맛이라도 있어야지, 너는 죽어라 때려야 제맛이야? 내가 장담하는데 사랑하면 봐주고 싶어. 아프게 하기 싫어.”
그렇다. 이별을 통보하는 사건 자체는 사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소한 걸로 이별을 통보하기까지는 여러 사건들이 쌓이고 반복되어 왔을 것이다. 여자가 헤어짐을 통보한 이유는 절대 딱밤 한 대가 아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을 통해 조금씩 서운한 마음이 쌓이고, 저 사람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게 맞는지 긴가민가한 시간들이 쌓여 결국 이별을 확신하게 된다. 드라마 속 여자도 딱밤 사건 이전에 이미 수많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아왔다.
엄마께서도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나도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야. 그런데 막상 법원에서 왜 이혼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을 거 같았어. 분명히 이혼을 생각할 만큼 힘든 순간들이 많았고 더 이상 같이 못 살 거 같아서 이혼을 결심했는데 말이야.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 너무 시시하고 하찮고, 내가 그런 걸로 이혼하려고 했나 싶기도 하고 그랬어.”
이처럼 이별을 생각할 때, 지금 이런 하찮은 이유로 헤어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라도 품고 있던 마음의 마지막 조각이 깨지는 사건이 사소했을 뿐이다. 남들이 볼 때 애들 장난처럼 이별하는 것 같아 보여도,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예정되어 있던 시한폭탄이 드디어 터진 것뿐이다.
나는 연애할 때도, 결혼한 후에도 남편에게 헤어지자 혹은 이혼하자는 말을 내뱉은 적이 꽤 있다. 남편은 그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너 지금 그 말 쉽게 하지 마, 말 조심해.” 그러면 나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쉽게 말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그 말할 때마다 매번 진심으로 이별을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그러면 또 남편은 “왜 내가 그걸로 너랑 헤어져야 하는데, 난 싫어.”라고 한다. 대화는 끝없는 평행선을 달린다.
나한테 사소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클 수 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힘들다며 고민을 토로하면 아무리 시답잖아 보여도 일단 들어줘야 한다. 그 사람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저 심심하던 참에 사랑을 확인해 보겠다고 괜히 징징거리는 게 아닐 확률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함께 해결해 줄 의지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헤어질 마음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상당히 많다.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노력으로 연장할 수 있다. 한쪽이라도 그 끈을 놓으면 그때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는 거다. 결국 많은 연인들과 기혼자들이 사소한 걸로 헤어진다는 건, 반대로 사소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랑을 유지하고픈 당신, 연장전 들어갈 준비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