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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안 Sep 19. 2023

#6 만남

소설 연재


장례용품 보관실에 재인과 민석의 모습이 보인다. 한쪽 벽면에 여러 종류의 관들이 큰 박스에 포장된 채 세워져 있다. 그 옆 5층짜리 선반에는 각종 장례용품들이 열을 맞춰 정리되어 있다. 재인과 민석은 각자 장례비품 관리서류손에 들고 펜으로 체크한다.


민석은 위쪽 단의 물건들을 손으로 하나씩 만져가며 확인한다. 의 앞쪽에는 관보, 수의, 습신, 함영, 탈지면, 명패, 위패 등이 진열되어 있다. 습신은 신발 대용으로 고인에게 신기는 것이고, 함영은 고인의 입이 벌어지는 경우 고정시키는 용품이다. 명패와 위패 종교에 따라 다르게 사용다.


재인도 허리를 굽혀 아래쪽 단의 물건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 아래쪽 선반에는 베개, 알코올, 면도크림, 샴푸, 수건, 폼클렌징, 헤어젤, 빗, 가위, 향수, 스킨, 로션 그리고 그 외 메이크업 용품들가지런히 놓여 있다. 유족들이 마주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단정하게 보이도록 시신에도 메이크업을 한다. 과하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면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다.


민석이 말한다.

“재인씨, 일단 위쪽 선반에는 당장 부족한 용품은 없네요. 내일 사용할 탈지면만 미리 좀 잘라놓으면 될 것 같아요.”


재인이 대답한다.

“네, 팀장님. 아래쪽은 제가 조금만 더 확인해 볼게요.”


민석이 큰 탈지면을 한 손으로 잡아 다른 한쪽 팔에 걸치고 작업 테이블로 가져간다. 재인도 가위와 탈지면을 담을 플라스틱 통을 들고 따라간다. 둘은 탈지면을 용도에 맞게 정사각형으로 자르기 시작한다. 싹둑싹둑. 이어서 짧은 대화가 진행된다.


“재인씨, 이것만 마무리하고 저녁 먹으러 갑시다.”

“네, 팀장님 오늘 저녁 메뉴 괜찮던데요. 제육불고기랑 우렁된장국 나와요.”

“그걸 언제 또 확인했어요?”

“에이, 아시잖아요. 저 먹는 거에 진심인 거.”



***



민석과 재인은 병원 구내식당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있다. 둘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재인씨, 요즘 연애사업은 좀 어때요?”

“아, 팀장님! 그런 거 물어보시려면 누구 소개나 좀 해주시고 물어보세요.”

“하하. 알겠어, 알겠어. 진정해.”

“팀장님, 근데 저 이제 당분간 소개팅도 좀 쉬려고요. 억지로 하니까 더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래, 맞아. 또 인연이라는 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닿을 수도 있는 거야.”

“그렇기는 한데, 제 직업을 알게 되면 다들 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물론 꼭 직업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요.”

“근데 또 상대방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도 있기는 해. 나도 지금 아내 만나기 전까지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재인은 그동안 했던 소개팅 장면들이 떠오른다.



***



S#1. 이탈리안 레스토랑

남자 1: 혹시 하시는 일이 어떻게 되세요?

재인: 네, 저는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어요.

남자 1: 아… 장례지도사요… 좋은 일 하시네요…

재인: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그냥 다양한 직업 중 하나예요.


S#2. 커피숍

남자 2: 직업이 장례지도사라고 들었어요.

재인: 네, 맞아요.

남자 2: 신기하네요. 어떻게 장지도사가 되셨어요?

재인: 아, 저는 대학에서 장례지도학을 전공했어요.

남자 2: 와, 처음 듣는 학과예요. 일하는 거 힘들진 않으세요?


S#3. 일식요릿집

남자 3: 지난번에 처음 뵙고, 사실 재인씨랑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어서 다시 뵙자고 했어요.

재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남자 3: 저… 실례되는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재인: 네, 말씀하세요.

남자 3: 제가 재인씨를 더 알아가보고 싶은데, 마음에 조금 걸리는 게 있어서요. 혹시… 직업을 바꾸시거나 결혼하시면 직업을 그만두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고된 일이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그래도 재인씨랑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용기 내서 여쭤봅니다.



***



재인은 다시 식사를 하면서 민석과 나머지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무튼, 정말 저한테 연애가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래, 재인씨. 내가 괜한 이야기를 꺼냈네. 미안해.”

“아니에요, 팀장님! 대신 주변에 좋은 분 있으시면 꼭 저 소개해 주시기에요! 아셨죠?”

“그래, 알겠어. 소개 안 시켜주면 죽일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네. 무섭다, 무서워.”


민석은 그런 재인이 조금은 안쓰러우면서도, 귀엽다는 듯이 얼굴에 웃음을 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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