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술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으면 알고리즘에 맞는 광고들이 보인다.
사진, 여행, 글 그리고 술.
리움 전통주&와인 살롱도 그런 경위로 알게 된 행사들 중 하나였다.
몇 년 전이었을까 술을 좋아하는 친구랑 맛집들을 자주 돌아다녔는데 그중 동네 골목에 있던 작은 바형태의 술집에서 전통주라는 것을 처음으로 마셔보았다.
그때 마셨던 술이 장인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삼해소주와 문경바람 오크였다.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버린 우리들은 가끔씩 전통주를 구매해 마시기 시작했고 추가로 위스키나 와인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술과 관련된 콘텐츠를 자주 확인했고 그 결과 리움 전통주&와인 살롱 행사 광고가 나에게 도달했던 것이다.
우리가 구매한 입장권은 마스터 클래스라고 하는 수업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얼리버드로 구매를 한 덕분에 가격은 30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했고 할인 쿠폰도 있어서 25000원 애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2시 마스터 클래스에 맞추어 리움 아트센터로 출발했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간단하게 몇 개의 부스만 시음을 해보기로 했다.
잔과 컵을 받아서 회장 안쪽으로 이동하니 크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분류되어 있는 부스들이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어색하게 걷고 있다가 사케를 판매하는 부스가 보였다.
눈앞에 유자로 만든 술인 유즈슈가 있어서 시음을 부탁했다.
내가 좋아하는 츠루우메 유즈라는 술과 비교했을 때 과육의 맛은 덜하지만 깔끔함이 있는 술이었다.
가격도 꽤나 저렴해서 마음속으로 기억해 두기로 하고 우리는 다른 부스로 이동했다.
다양한 회사의 술들이 있었는데 전통주의 수가 정말 많았다.
몇 달 전에 전통주갤러리에 가서 전통주를 마셔보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들을 알고 있었는데도 모르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부스 중에 우리가 처음으로 마셔본 전통주인 문경바람 오크가 있어서 시음을 해보기로 했다.
마침 직원분이 있으셔서 거기에 있던 술들을 한 번씩 다 시음을 해볼 수 있었는데 문경바람 오크 40%도 물론 맛있었지만 고운 달 오크 52%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맛의 깊이와 향, 목 넘김 그리고 잔향까지 모든 부분이 한 수위의 맛을 보여주었다.
시음을 하면서 우리가 처음으로 마셔본 전통주가 문경바람 오크라고 이야기를 하니 직원분께서 현재 새롭게 블렌딩 하면서 제작 중이라는 제품도 시음을 진행해 주셨다.
블렌딩을 해서 그런지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운 달 오크 52%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거 같다.
몇 개의 부스를 돌아보고 나니 마스터클래스 시간이 다 되어 장소를 옮겼다.
우리가 신청한 마스터 클래스는 이너피스라는 회사의 막걸리 마스터 클래스였는데 명상주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다.
명상을 하면서 같이 곁들이는 술이었는데 명상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오감을 전부 이용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게 새로웠고 시음을 진행했던 4개의 술 중에서 복숭아가 들어간 술이 맛이 진하면서 복숭아 맛이 깔끔하게 남는 게 내 취향이었다.
술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술을 마시는데 이렇게 명상과 함께 차분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후에 명상을 하면서 마신다면 명상주로는 위스키가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스터 클래스가 끝나고 우리는 못 돌아본 부스들을 돌기 위해 다시 회장으로 이동했다.
회장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커피나 샴페인 등 다양한 음료들도 있었다.
물론 기억에 남는 것들 대부분이 약주였다.
약주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회장에 있는 약주라는 약주는 전부 시음을 했었던 거 같다.
그중 쑥스러움이라는 쑥을 이용한 약주가 가장 마음에 들어서 구매까지 했다.
쑥의 맛을 좋아하는 편인데 약주의 마지막에 쑥의 여운과 향이 은은하게 남는 게 너무 좋아서 바로 오늘 구매할 술로 정해버렸었다.
그 이외에도 제주도에서만 판매되는 제주도의 풋귤을 이용한 술.
최근에 한국에서 전시회도 하고 있는 요시고 사진작가와 콜라보한 꿀로 만든 와인.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양조장이 있는 탁주까지 정말 다양한 술들이 있었다.
특정시간이 되자 회장의 한쪽 공간에서 현악기 공연도 진행이 되었다.
술을 마시면서 가장 중요한 분위기마저도 좋은 공간이었다.
바이올린을 배울 때 내가 목표로 했던 지브리의 곡들을 연주되었는데 술과 음악이 어우러져 그 맛이 더 농후해졌던 거 같다.
술과 음악에 너무 취했던 걸까.
나는 원래는 한 병만 구매하려고 했던 술을 네 병이나 구매했다.
생각해 둔 적정 예산이 있었고 다행히 그 예산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구매를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 몇 병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평생 이렇게 다양한 술을 마시는 날이 있을까 하는 날이었던 거 같다.
오늘 산 이 술들을 행복하게 즐기는 시간이 기대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