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생신고서 뽑아보기

얼마뒤면 사라지는 나의 출생신고서

by 이이구

만 30이 되기 전에 열람을 해봐야 한다는 출생신고서.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발급방법을 찾아보니까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기본증명서와 신분증을 가지고 기본증명서에 나와있는 등록기준지에 해당하는 법원에 가면 받을 수 있었다.


정부 24에서 기본증명서를 발급하고 등록기준지를 보니까 목동이었다.

목동은 혼자서 가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생각보다 집에서 멀어가지고 자꾸 미루게 되었다.

한 달을 미루고 두 달을 미루고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 1년이 지나갔다.

가야지라고 생각이 들었을 때는 항상 바쁘거나 날씨가 좋지 않거나 별의별 변명이 떠올랐다.


그러다 며칠 전 마침 시간도 비고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목동에서 멀기는 하지만 어떻게 동선을 잘 짜보면 효율적으로 다녀올 수 있을 거 같았다.

오래된 기본 증명서로는 안될 가능성이 있으니 아침에 기본증명서를 다시 발급받고 집을 나섰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정을 처리하고 목동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목동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법원이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라 운영을 하지 않았는데 그 타이밍에 맞춰 도착하는 바람에 조금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점심을 챙겨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은 12시 5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들어갔다.

법원에 있는 종합민원실은 처음 와보는데 짐을 수색하는 게 신기했다.

짐수색을 하다가 내 키링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그냥 키링입니다라고 대답하니 그냥 키링이 뭐냐고 질문하셔서 다시 진짜 그냥 키링이라고 대답하니 통과가 되었다.


종합민원실로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살짝 무거운 분위기에 직원부터 방문자까지 다들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내 차례가 되어서 직원분에게 세 출생신고서를 열람하러 왔다고 하니까 2층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올라가면서 알아보니 출생신고서는 가족관계등록부서에서 담당하는 업무였다.

2층으로 올라가 다시 번호표를 뽑고 차례가 되어서 출생신고서를 신청했다.

기본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출하고 열람 신청서를 적었다.

몇 분 정도 기다리니까 내 출생신고서의 복사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분명 어머니가 이야기한 시간과 다른 시간이 적혀있어서 놀랐다.

출생신고서를 열람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머니에게 내가 몇 시 몇 분에 태어났냐고 물어봤을 때 들은 시간과 달랐다.

집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어머니는 분명 자기 기억이 맞는 거 같다고 하셨지만 나와 아버지는 믿지 않았다.

당연히 공식적인 서류가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오래된 기억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기억이 조금 왜곡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내 몸무게도 어머니가 기억하는 것과 0.1kg이지만 차이가 있었다.

사실 부모님 두 분 다 출생신고서에 대해서는 하나도 기억이 없는 듯했다.

워낙 옛날이기도 하고 내가 태어나고 두 분 다 정신이 없으셨기 때문에 더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적힌 나에 대한 정보들은 신기하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느껴졌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읽어보시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셨다.

최근에 이래저래 바쁜 나날이었는데 하루정도 내 출발지점을 돌아볼 수 있는 날이었던 거 같다.


출발선을 보고 왔으니 이제 결승을 향해 열심히 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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