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언포모, 오차즈케, 성수쇼핑

오랜만에 산책

by 이이구

날이 선선을 넘어 쌀쌀해졌다.

더 추워지기 전에 산책을 좀 하고 싶어서 서울숲부터 성수까지 걷는 코스로 산책을 나섰다.


지하철로 이동해 서울숲역에서 내렸다.

출구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니 바로 서울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숲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몇 번 방문했던 장소다.

물론 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 좀처럼 좋은 사진을 건지기는 힘든 곳이다.


천천히 차가운 공기를 몸으로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날을 잘못 골랐던 탓일까.

하늘은 쾌청했지만 은은한 파란빛으로 빛나는 하늘이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새하얀 구름도 잘 보이지 않았다.

이제 여름이 끝났다는 이야기일까.


나무들도 슬슬 노란 물이 들락 말락 하는 애매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록빛과 노란빛이 애매하게 섞여 가을이라는 계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여름의 끝을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여름도 겨울도 아닌 계절이 변해간다는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벌써 11월인데 아직도 여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사진도 잘 찍히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들어서 오늘은 사진을 포기하고 카메라를 가방에 넣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괜히 들고 왔다는 생각과 함께 산책을 시작했다.


서울숲은 생각보다 작아서 십분 정도 걷다 보니까 반바퀴를 돌아갔다.

내가 구석구석 잘 가보지 않아서 공원에는 볼만한 게 많지 않았다.

그래도 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천천히 걷는 시간은 좋았다.


서울숲을 돌다가 문득 주변에 가보고 싶었던 빈티지 카메라가게가 생각났다.

언포모라고 하는 매장인데 필름카메라나 옛날 카메라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서울숲 주변의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은 거리에서 가보고 싶었던 언포모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펜탄스, 니콘, 올림푸스, 캐논 등등 옛날 디카나 필름카메라들이 많이 있었다.

가격대는 조금 있었지만 하나 구매하고 싶은 귀여운 카메라들이었다.

내게 필름 카메라가 없었다면 하나 구매했을지도 모르겠다.


언포모에서 나와 성수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뭐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차즈케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방문해 보았다.

부타노가쿠니 오차즈케가 있어서 주문 후 맛있게 먹어주었다.

일본에 살면서 오차즈케는 많이 먹었었는데 부타노가쿠니는 한 번도 먹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고기가 좀 더 부드럽고 간이 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에는 육수를 부어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밥에 뭐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맛이 애매했던 거 같다.

오히려 깔끔한 밥에 먹었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밥을 먹은 것처럼 든든하게 밥을 먹은 뒤 성수를 잠시 돌아다녔다.

좋아하는 안경 브랜드들을 취급하는 가게에서 안경을 여러 개 피팅해 보았다.

최근 아넬형 안경을 사고 싶어서 이곳저곳에서 안경을 껴보는데 나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서 고민 중이다.


안경 말고도 혼다 모터사이클 옷을 조금 구경해 보았다.

가죽재킷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이번 겨울에는 m-65 피쉬테일을 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입어보는 걸로 만족했다.


오랜만에 꽤 걸어서 이곳저곳 구경을 한 거 같다.

일본에서 살 때는 이런 날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런 날이 적어서 아쉽고 요즘 들어 의욕이 떨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매일 새벽에 하는 헬스장 루틴 때문에 피곤한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하루를 조금 더 잘 즐기고 활기찬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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