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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가장 맛있었던 삼겹살

타국에서 먹는 자국의 음식은 어떨까

by 이이구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게 된 지 일주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 음식점을 발견했다.


A1A5E2D7-308B-4445-9E80-1A926F14539D_1_105_c.jpeg 삼겹살가게

익숙한 한글로 적혀있는 문구들.


969BE160-2D92-4A8D-8A95-2A7EF1A8A888_1_105_c.jpeg 삼겹살 가게

한국 잘생기다 건배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 단어들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겼던 걸까.

가게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간 나는 자연스럽게 삼겹살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려고 했다.

그렇게 주문하려고 하자 보이는 사악한 가격.

6줄은 먹어야 배가 조금 찰 거 같은 작은 삼겹살 한 줄이 1인분이었고 소주는 한 병에 만원이었다.

가격에 소심해진 나는 삼겹살만 1인분 주문하려고 했으나 삼겹살의 주문은 2인분부터였다.

어쩔 수 없이 시킨 2인분의 삼겹살.

그래도 양은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929AE123-4892-444B-B416-2DDD5749EC4B_1_105_c.jpeg 삼겹살

일반 삼겹살과 마늘삼겹살.

그리고 통마늘과 김치.

문득 한국에서 삼겹살을 마지막으로 먹었던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했다.

일본에 오기 전에도 친구들과 만나면 매일같이 초밥, 돈가스, 치킨을 먹었었고 그래서 그런지 삼겹살가게가 보이자마자 오랜만이라는 감정으로 들어온 걸 지도 모르겠다.


FAB0F222-71C8-4350-822F-59CCD7D8C1B1_1_105_c.jpeg 삼겹살

주문했던 삼겹살이 다 구워지고 마늘과 김치도 적당한 굽기로 익었을 때 삼겹살부터 먹어보았다.

쫄깃쫄깃하면서 적당한 식감.

한국의 삼겹살보다 조금 작지만 살짝 두꺼워서 그런지 조금 더 내 취향이었다.

소주가 생각나는 맛이었지만 가격이 싼 하이볼로 타협을 했다.


5903625F-299F-431D-8A21-08820C4F640A_1_105_c.jpeg 하이볼

한국에서는 구워져 있어도 먹지 않았던 김치와 마늘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기울어진 팬에서 삼겹살이 구워지면서 나온 돼지기름이 마늘과 김치를 타고 흘러내려가서인지 돼지고기의 육향이 마늘과 김치에 배어있었다.


B190B85C-FF83-4D29-83B3-60A97B9C453C_1_105_c.jpeg 삼겹살

단순히 남이 구워주는 고기여서 맛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 분위기가 주는 맛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삼겹살은 언제였을까 생각했다.

정확히 언제 어느 날 어느 가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생각나는 순간들은 있었다.

친구들과 같이 간 여행, 물놀이가 끝나고 숙소에서 구워 먹은 삼겹살.

작은 외할아버지댁 시골 농장 솥뚜껑에 구워 먹은 삼겹살.


수영 후에 먹은 육개장사발면이 내가 먹었던 라면 중에 제일 맛있었듯이, 그런 순간, 상황이 주는 맛이 있었다.

해외에서 혼자서 먹은 남이 구워준 삼겹살.

그 순간이 주는 맛, 이 상황이 주는 맛이 이 삼겹살을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삼겹살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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