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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덮밥의 나라다

규동, 가츠동, 카이센동 그리고 텐동

by 이이구

일본에 와서 느낀 건 이 나라는 덮밥의 나라라는 것이다.

한국에 여러 종류의 국밥이 있다면 일본에는 여러 종류의 덮밥이 있었다.

규동, 가츠동, 카이센동 그리고 텐동.

그 덮밥들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IMG_6368.JPG 규동


규동은 내 취향의 덮밥은 아니었다.

요시노야라고 하는 한국의 김밥천국, 할매순대국 같은 체인점이 있고 이곳의 규동이 유명했다.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 느낌이 강한 체인점이다.

딱 한번 먹어보았는데 그것도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친구들이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먹은 게 전부였다.

만약 줄곧 혼자였다면 아마 1년 동안 먹어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달고 짭짤한 얇은 고기가 올라가 있는 덮밥이기에 불고기가 올라간 밥 같은 느낌이다.

먹어보면 익숙한 맛이기에 규동은 아마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성비를 생각해 본다면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게 규동이다.


DCA906B5-ADCF-4AED-AC50-A5A913DD44D3_1_105_c.jpeg 가츠동


그리고 가츠동.

가끔가다 한 번씩 먹었던 가츠동은 꽤나 괜찮은 한 끼 식사였다.

일단 가장 유명한 가츠동 체인점인 카츠야.

이곳에서 먹었던 가츠동은 가격대비 그 맛이 훌륭했다.

밥과 흐물거리는 계란 그리고 돈가스.

그 적당한 조화와 적당히 싼 가격 덕분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IMG_0774.JPG 카츠동
IMG_0776.JPG 카츠동

한 번은 일본에서 제일 두꺼운 돈가스를 올려주는 가츠동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얼마나 두꺼우면 두꺼울까라고 생각하며 주문했던 가츠동을 받고 나는 조금 당황했다.

돼지고기를 튀긴 게 아니라 스팸을 튀긴 것 같은 크기의 비주얼.

엄청나게 두꺼운 돈카츠가 올라가 있는 덮밥.

두꺼운 돈가스에 와사비를 올려 크게 한입 베어 물고 밥을 입에 넣었다.

두께감이 있는 고기에서 흘러내리는 육즙과 적당한 튀김옷 그리고 와사비, 밥.

돈가스와 밥으로도 맛있었는데 그 중간에 올라가 있는 몽글몽글한 계란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계란과 돈카츠 그리고 밥이 잘 어우러졌다.

폭력적인 비주얼의 폭력적인 맛이었다.


DSCF8812.JPG 카이센동


카이센동.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가 절대 싫어할 수 없는 음식.

초밥과는 또 다른 매력의 덮밥이다.

처음에는 초밥과 카이센동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그 차이는 여러 방면에서 느껴졌다.

초밥과는 다르게 직접 밥의 양을 조절해서 먹는 카이센동이 나에게는 조금 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

초밥으로는 자주 선택하지 않는 재료들을 먹는 재미가 있었다.

숙성회가 올라가 있거나 커다란 새우 혹은 전복이 올라가 있는 카이센동은 특히나 더 특별했다.

따뜻한 밥 위에 어떤 종류의 재료를 올려먹을지 고민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던 덮밥이었다.


IMG_0281.JPG 텐동
IMG_3935.JPG 텐동


그리고 텐동.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덮밥인 텐동.

옛날에는 튀김으로 덮밥을 만들어 먹는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느끼할 거 같았고 튀김을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는 게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쉽사리 들지 않았던 음식이었다.

다만 성인이 되고 이런저런 음식들을 많이 먹어보면서 먹게 된 텐동.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덮밥요리가 되었다.

붕장어가 한 마리 통째로 튀겨져 올라가 있는 붕장어 텐동.

계절 야채튀김을 사용한 계절야채 텐동.

주인장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재료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장인정신이 담겨있는 텐동까지.

내가 좋아하는 버섯, 장어, 아스파라거스, 새우 같은 것들이 올라가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일본에 와서 새롭게 알게 된 김튀김이나 가지튀김이 올라간 텐동.

김은 너무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게 김부각의 고급스러운 버전 같았고 가지는 너무 물렁하지 않고 씹는 식감이 적당히 있는 게 너무 맛있었다.

여러 가지 재료들이 올라가 있기에 그 조합이 수백 수천 가지였고 나는 여러 셰프들이 만든 여러 종류의 텐동을 먹어볼 수 있었다.

이 텐동은 나에게 수백 수천번 먹을 수 있는 덮밥이었다.


IMG_0211.JPG 데리야키동
5AC3D8CA-323E-43D4-8AC2-21466254D0CB_1_105_c.jpeg 로스트비프동
21906CBC-2725-4968-BA63-E0726CCA9CBD_1_105_c.jpeg 우나기동


일본에 와서 정말 다양한 덮밥을 먹었다.

이것들 말고도 로스트비프동, 데리야키동, 가라아게동, 우나기동 정말 많은 덮밥들을 먹었다.

이 나라는 정말이지 덮밥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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