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본에서 먹은 오니기리는 조금 특별했다

주먹밥을 웨이팅 해서 먹는 날도 다 있구나

by 이이구

일본에 와서 먹어봐야지라고 생각했던 많은 음식들.

먹고 싶었던 음식은 많았지만 한번 좋아하게 된 음식을 자주 먹는 내 성격상 새로운 가게나 요리에 도전하는 일은 많이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친구가 놀러 왔을 때는 기회였다.

그동안 먹어보고 싶었던 새로운 음식을 먹을 기회.


2024년이 되고 1월 중순,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니 친구는 오직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이 목적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일본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보려고 했지만 귀찮거나 멀어서 가보지 못한 식당들을 가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인 오니기리 가게.


5FD43890-50E1-4708-8004-0AFE25465220_1_105_c.jpeg 오니기리


일본의 주먹밥이자 삼각김밥인 오니기리.

평소에 삼각김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좀처럼 시도해보지 못한 가게였다.

30F3040F-FC99-4595-AF9F-C3EE8626196F_1_105_c.jpeg 오니기리
1AE9E58A-0A83-47B2-A150-F1272026E566_1_105_c.jpeg 오니기리

우리는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보았다.

멀리서도 보이는 웨이팅 줄.

평소에는 웨이팅이 있으면 곧바로 다른 가게에 가지만 오늘은 이곳의 삼각김밥이 목적이었기에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조금 기다려서 웨이팅이 줄어들자 메뉴판과 녹차를 받을 수 있었다.

따뜻한 녹차는 추운 저녁에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서비스 같았다.

우리는 메뉴판에 적힌 많은 메뉴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주먹밥의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고 그 재료들을 직접 커스텀할 수도 있었다.

나는 여러 재료가 어우러진 주먹밥보다는 재료가 하나씩 들어있는 오니기리가 먹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주문한 오니기리는 규스지와 창자.

소 힘줄요리와 창난젓이었다.


가게에서 먹으려면 꽤나 많이 기다려야 할 거 같아서 우리는 테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마침 집까지 걸어갈만한 거리였기에 굳이 가게에서 먹기보다는 집으로 돌아가서 먹는 게 좋아 보였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자 나온 오니기리.

기대감에 부푼 상태로 집으로 이동했다.

집으로 와서 물을 끓여 간단하게 미소시루를 준비하고 사온 오니기리를 꺼냈다.

생각보다 거대한 사이즈.

오니기리의 사이즈는 성인 남자의 주먹크기보다 컸다.

편의점 삼각김밥 세 개에 들어가 있는 밥과 내용물을 전부 합치면 이 정도 크기가 나올 거 같았다.

가장 위쪽에는 안에 들어가 있는 재료를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어서 서로 주문한 오니기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A02A8FAF-BCC2-47AD-B524-9955B7078B36_1_105_c.jpeg 오니기리
86C8D0E1-6073-4B1C-A923-9DBE46A2A553_1_105_c.jpeg 오니기리


먼저 소힘줄 오니기리를 크게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안에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크게 베어문 순간 소힘줄의 짭짤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오니기리를 입 안에 가득 담고 천천히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밥에 살짝 간이 되어있는 건지 김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밥 자체만으로도 꽤나 맛있었다.

거기에 느껴지는 소 힘줄의 쫄깃한 식감과 달고 짭짤한 맛.

굉장히 단순한 김, 밥 그리고 소힘줄의 조합인데 꽤나 맛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김과 밥 그리고 소힘줄을 가지고 내가 만들어도 이런 맛이 나올 거 같지 않았다.

뭔가 특별한 소스나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꽤나 큰 크기의 오니기리의 안에는 밥만 많이 있는 게 아니고 소힘줄의 양도 꽤나 많아서 좋았다.

오니기리를 크게 베어 물고 조금 퍽퍽할 때 미소시루를 한입 하면 그 조합이 참 좋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적당한 온기의 오니기리가 아주 좋았다.


D80D6E0A-BA9E-453F-9622-A5111CA6E39E_1_105_c.jpeg 오니기리


두 번째 오니기리인 창난젓 오니기리.

원래 젓갈류의 요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냥 밥에 젓갈을 올려먹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맛이었다.

밥 위에 젓갈이 아닌 젓갈을 둘러싸고 있는 밥의 형태.

이 형태의 차이만으로 이렇게 맛의 차이가 느껴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소힘줄 오니기리기 더 맛있었지만 이 창난젓과 밥이 어우러지면서 느껴지는 맛이 좋았다.

이 창난젓도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본 젓갈인데 오독한 식감과 약간의 짭짤함과 매운맛이 있어 밥과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특별한 비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 투박한 오니기리.

하지만 그 맛은 전혀 투박하지 않았다.

인생에서 제일 맛있다고 느껴진 주먹밥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