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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00번 넘게 먹은 공짜밥

마카나이라고 부르는 밥을 먹는 날들

by 이이구

마카나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밥.

가게마다 세세한 규칙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마카나이를 먹을 수 있다.

일을 하면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곳도 있고 엄청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메뉴에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골라서 먹을 수 있는 가게도 있고 그냥 주방에서 임의로 만들어 주는 가게도 있다.

나도 비스트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기 때문에 마카나이를 자주 먹게 되었다.

우리 가게는 일정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짜로 먹을 수 있었고 그냥 먹고 싶으면 300엔에 먹을 수 있었다.

다만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인지 내가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셨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셰프님은 항상 공짜로 마카나이를 만들어 주셨다.


우리 가게의 마카나이는 크게는 2 종류였다.

파스타와 덮밥.

파스타는 나오는 날은 날마다 종류가 바뀌었고 덮밥은 대부분 하라미 덮밥이거나 도미 덮밥이었다.

그 외에도 볶음밥이나 스튜 같은 다양한 요리들도 마카나이를 먹을 수 있었다.

84C1CB13-EEF6-493D-9BD3-F845A71C1007_1_105_c.jpeg 마카나이
502B577A-9237-4E21-ABC8-3028B37BCCDC_1_105_c.jpeg 마카나이


일단 우리 가게의 마카나이는 기본적으로 샐러드와 수프를 먹을 수 있었다.

샐러드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우리 가게의 드레싱이 굉장히 맛있어서 샐러드는 항상 많이 먹었다.

우리 가게의 드레싱이 맛있기도 했지만 내가 직접 만들었던 드레싱이라 더 맛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수프는 프렌치 요리의 수프들이 계절별로 바뀌어서 제공되었다.

셰프님의 요리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우리 가게의 마카나이는 아르바이트 생들 사이에서 꽤나 호평이었다.

430725A5-4302-4AAF-B048-49BC9FF4B05E_1_105_c.jpeg 파스타
EFF36012-01F9-4103-8D10-5B8224BB7B66_1_105_c.jpeg 파스타


파스타의 경우 정말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다.

토마토 파스타, 크림 파스타, 알리올리오 등 다양한 파스타들을 다양한 재료들과 함께 만들어주셨다.

연어가 들어간 날이 가장 많았고 그 이외에도 베이컨이나 소시지, 고기가 들어간 날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가지가 들어간 간장계열의 소스를 사용한 파스타였다.

적당히 짭짤하고 감칠맛이 나는 게 취향이었다.

위에 올라간 가지가 적당한 식감으로 씹히는 게 좋았고 내가 먹어본 가지 중에 제일 맛있었다.


E210A653-BD00-44BE-86F6-C80CC152D350_1_105_c.jpeg 하라미덮밥


DF930454-2E62-491B-A130-DEAAC6E87468_1_105_c.jpeg 도미 덫밥
094BA048-E7EB-4FC4-BB75-F2E828B41309_1_105_c.jpeg 가라아게 젚밥


덮밥종류는 우리 가게에서 팔고 있는 하라미 덮밥이나 도미가 올라간 도미 덮밥을 먹을 수 있었다.

고기를 굉장히 좋아했기도 했고 하라미 덮밥이 굉장히 내 취향이었기 때문에 하라미 덮밥이 나오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도미 덮밥도 해산물이 가득 올라간 게 해산물의 풍미를 덮밥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라미 덮밥이나 도미 덮밥 말고도 가라아게덮밥이나 불고기덮밥 같은 덮밥도 가끔씩 먹을 수 있었다.


511971F7-54CD-4DA0-AA70-4D5356F66A2F_1_105_c.jpeg 카레
753FD5BE-6C75-4312-86CC-16400BB82D42_1_105_c.jpeg 볶음밥

그 외에도 볶음밥은 계란연어볶음밥이 자주 나왔다.

연어와 계란이 들어가고 식감이 좋은 초록색 채소가 들어간 볶음밥은 배를 채우기에 가장 좋았다.

가끔가다가 가게에서 판매하는 카레가 나오는 날도 있었다.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일본의 카레만큼은 꽤나 맛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메뉴들이 랜덤으로 나오다 보니 가끔씩 일을 하다 보면 먹고 싶은 메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날도 있었다.

오늘은 덮밥이 먹고 싶네 이렇게 생각하는 날들이 있었지만 마카나이는 그날의 재료나 시간에 따라 바뀌었기 때문에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마카나이를 먹는 시간에 내가 먹고 싶다고 생각한 메뉴가 마카나이로 나오면 두배로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F9DE82DC-671B-4B04-9D28-EBCEC8595108_1_105_c.jpeg 유린기
3918481F-366E-4511-9F05-27C5B8F50814_1_105_c.jpeg 돼지 로스
F4E2DDB7-3AD6-4C24-AFA0-43F2E0E3EC5A_1_102_o.jpeg 닭고기스튜

그 외에도 먹었던 돼지로스, 유린기, 닭고기 스튜까지.


그렇게 마카나이를 자주 먹다 보니 내가 의외로 밥을 많이 먹는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내 밥은 항상 2~3인분의 양으로 만들어 주셨다.

가끔 가다는 정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들어주셨는데 최대한 노력해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요시다라고 하는 나보다 5살 정도 어린 셰프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마카나이를 만드는 날에는 정말 배가 터질 정도로 파스타나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마카나이를 만들면 가장 양이 많은 그릇이 내 식사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계절이 지나 메뉴가 바뀌는 시즌이 오면 사진 촬영을 위해 만든 메뉴들을 마카나이로 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새롭게 개발된 메뉴들을 미리 먹어보기도 하고 비싼 식재료들도 조금씩 먹어볼 수 있게 해 주셨다.

덕분에 먹어본 참치나 와규 같은 고급 식재료들이 꽤 있었다.


마카나이라는 새로운 문화.

그 문화를 먹는 순간들이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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