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일본 전통의 꼬치구이
후지산을 보기 위해 가와구치코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떠나던 날.
버스 안에서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찾게된 꼬치구이집이 있었다.
옛날식 화로에 직접 구워먹는 꼬치구이는 정말 낭만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가게이름을 알아내 곧바로 구글맵에 검색을 해보았다.
굉장히 높은 평점.
일단 가게의 사진을 둘러보았다.
일본의 전통적인 가옥의 양식중 하나인 이로리, 그곳을 이용해서 먹는 꼬치구이.
이런 경험을 어디에서 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구글맵에 가게를 저장해두었다.
타베로그와 가게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았는데 꽤나 마음에 드는 가게였다.
마침 오시노 핫카이로 가는 버스가 이 가게 앞을 지났기에 버스에서 가게를 슬쩍 보았는데 외관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오시노핫카이와 여러 신사들의 여행을 마치고 방문해본 로바타야키 가게.
가게에 들어가자 이로리라고 부르는 작은 화로가 있는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커다란 대청마루 같은 곳에 균일하게 만들어져있는 작은 화로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그런 공간을 직접 경험 해볼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대별로 나오는 꼬치들의 변화가 조금씩 있었다.
4400엔부터 9900엔까지 코스가 다양했는데 나는 7700엔 코스를 주문했다.
물론 나중에 9900엔 메뉴를 주문하지 않을 것을 후회했지만 7700엔 메뉴도 충분히 구성이 알찼다.
메뉴들은 기본적으로 전채, 꼬치, 호토의 구성이었고 가격에 따라 꼬치의 구성만 조금씩 달라졌다.
코스 주문과 함께 후지산에 왔으니 후지산의 물로 만든 사케도 주문해보았다.
전채와 사케가 먼저 나왔다.
전채는 간단한 야채들과 계란이었는데 여기에 함께 있는 찍어먹는 소스가 꽤나 특이했다.
한국의 쌈장같은 느낌이었는데 짠맛이 조금 더 강해 야채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후지산의 물로 만든 사케는 정말 맑다는 느낌이 드는 사케였다.
목넘김이 굉장히 부드럽고 은은한 꽃향이 느껴졌다.
곧이어 꼬치도 받아볼 수 있었다.
대략적인 구성은 임어, 소고기, 닭고기경단, 돼지고기, 새우, 어묵, 명란,가리비 등이었다.
직원분께서 굽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화로앞에 꽂을 수 있는 칸이 두개가 있어 기울기를 통해 불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임어는 아직 움직이는 상태였기에 움직임을 멈추고 5분뒤에 양면을 10분씩 구워서 먹어달라고 하셨다.
또 소고기는 약간만 구워서 먹는걸 추천하신다고 안내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기대감을 품고 꼬치들을 굽기 시작했다.
천천히 구워지는 꼬치들을 보면서 한끼의 식사에서 낭만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먹은건 닭고기 경단.
분명 평범한 경단이었는데 재료가 특별했던건지 이 조리법이 특별했던건지, 맛이 달랐다.
분위기가 너무 강한 향신료였다.
그 향신료 덕분에 지금까지 먹어본 닭고기 경단중에 제일 부드럽고 육즙이 그 안에 가득차있다고 느껴졌다.
그 이후로 먹었던 명란구이은 짭짤함과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려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돼지고기는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새우나 가리비 같은 해산물들을 두말할것도 없이 아름다운 맛을 보여주었다.
대망의 임어구이.
양손으로 다 구워진 임어를 들고 산적처럼 물고기를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부드러웠던 생선구이였다.
부드러우면서도 그 안에 살이 가득차서 고소한 맛이 잔잔하게 입안에 퍼졌다.
양면을 정확히 10분씩 구운 임어의 응축된 맛은 놀라웠다.
꼬치들을 다 먹어갈때 즘 호토가 나왔다.
칼국수 같이 두께가 있는 면을 쓰는 야마나시현의 전통 국수였다.
두꺼운 면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면이 그렇게까지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진한 국물과 단호박, 당근 그리고 버섯.
면을 먹지 않아도 호토의 다른 재료들과 국물은 정말 잘 어울렸다.
된장찌게와 칼국수의 장점만을 섞은 느낌의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메뉴판을 보면서 9900엔의 메뉴를 시킬걸이라는 후회를 한번 더 했다.
7700엔 메뉴의 코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9900엔의 코스가 더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잠시 앉아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창으로 보이는 푸른 계절.
넓은 대청마루에 있는 여러개의 화로들.
이런 낭만적인 식사가 내 인생에 얼마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