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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Jan 13. 2024

한겨울의 모쯔나베, 야키토리 그리고 사케

겨울의 일본에서 낭만을 먹고 취하다

겨울이 다가오고 내 머릿속에는 따뜻한 국물요리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일본에 오고 모쯔나베를 한 번도 먹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쌀쌀해진 바람을 맞다가 문득 저번에 봐둔 모쯔나베 가게가 생각나서 곧바로 가게로 이동했다.

인기가 있던 가게였기 때문에 남아있는 자리는 카운터석뿐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키토리가 있는 가게는 카운터석도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아 천천히 메뉴를 둘러보았지만 역시 눈을 끄는 건 모쯔나베.

5년 전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부추가 가득 들어간 모쯔나베가 정말 맛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자샐러드


모쯔나베, 감자샐러드 그리고 생맥주를 주문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야키토리들도 팔고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꼬치들을 주문했다.

꽈리고추, 닭껍질 그리고 심장.

감자 샐러드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꼬치들이 나왔다.

일본에 와서 가장 많이 먹은 오츠마미 중 하나인 감자샐러드는 역시 맛있었다.

일본의 어느 가게에서도 실패 없는 기본안주를 찾는다면 일단 감자 샐러드는 실패하기가 쉽지 않은 거 같다.


야키토리


꼬치들도 야키토리 전문점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양념이 묻어있어 조금 더 자극적인 맛들의 꼬치들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꼬치인 꽈리고추 꼬치가 정말 너무 맛있었다.

알싸한 맛과 살짝 달콤한 소스가 매운 단맛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지금  눈앞에 보이는 재료보관함 속 은행과 메추리알이 정말 기대되었다.

사실 일본에 와서 은행꼬치를 정말 먹고 싶었는데 그 어떤 가게에서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근데 이 가게에 들어와서 카운터에 앉자마자 바로 내 앞에 보이는 은행알.

사실 그때부터 이 흥분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모쯔나베


그렇게 이다음에 시킬 은행꼬치에 두근거리던 순간 모쯔나베가 나왔다.

모쯔나베는 국물이 고기에 닿아 야채들이 숨이 죽기 시작하면 먹어달라고 하셨다.

천천히 모쯔나베의 국물이 끓어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생맥주를 비웠다.

모쯔나베가 나온 순간부터 역시 국물요리에는 사케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던 거 같다.


사케


그렇게 모쯔나베가 끓기 시작할 때 주문한 닭사시미와 사케.

모쯔나베의 곱창과 부추 그리고 국물을 작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먼저 국물을 맛보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맛.

간장육수를 부탁했는데 정답이었다.

곧바로 사케를 한잔 입에 머금었다.

사케를 천천히 넘긴 후 곱창을 입에 넣자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싸기 시작했다.

짭짤했다가 살짝 시원한 쓴맛이 지나가 입안이 개운해지자 바로 들어온 기름지고 고소한 맛.

겨울에 국물요리에 소주를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쾌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닭사시미


그리고 처음으로 시도해 본 닭사시미.

당일에 들어온 것만 팔 수 있는 메뉴가 바로 이 닭 사시미였는데 그 맛이 굉장히 특별했다.

닭고기의 사시미.

양념 덕분일까 육회의 맛과 닭고기의 맛이 절묘하게 섞인듯한 맛이 일품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은행꼬치와 메추리알 꼬치를 추가 주문했다.

그리고 다시 곱창과 부추 그리고 국물을 작은 접시에 옮겨 담았다.


카운터에 앉았기 때문일까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차가운 바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 오른편을 차갑게 만들었다.

그 차가워진 몸이 기분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미소가 나왔다.

다시 모쯔나베의 국물을 들이켜고 사케를 한 모금 머금었다.

조금 더 큰 미소가 한번 더 지어졌다.


메추리알, 은행꼬치


그렇게 행복한 시간 도중에 나온 은행꼬치와 메추리알 꼬치.

먼저 메추리알 꼬치를 한입 먹었다.

적당히 짭짤하면서 부드러운 메추리알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갔다.

그리고 은행꼬치.

일본에 와서 정말 오랫동안 찾았던 은행꼬치를 먹는 순간이었다.

머릿속에서 상상만 했던 그 맛이 실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먹은 은행.

고소하면서 적당한 짠맛.

그 절묘한 조화가 너무나도 중독성이 강했다.


겨울, 차가운 바람, 따뜻한 모쯔나베, 시원한 사케 그리고 그동안 염원하던 은행꼬치.

아아,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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