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제 Feb 06. 2024

그만 달라할 때까지 꼬치튀김이 나오는 쿠시카츠 오마카세

22개의 꼬치를 먹고 나서야 우리는 스탑을 외쳤다

친구가 일본에 놀러 오고 우리의 여행목적은 먹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양한 요리를 많이 먹고 싶었고 다양한 요리를 먹기 위해서 회전조밥이나 무한리필 야키니쿠 혹은 안주가 싼 이자카야 같은 곳을 많이 방문했다.

이번에 간 곳도 그런 느낌의 가게였다.

신주쿠에 있는 평가가 좋은 쿠시카츠 가게.

계절마다 나오는 재료들을 오마카세로 튀겨주시는 가게였다.

가격은 꼬치 하나에 200엔으로 어떤 꼬치가 나와도 200엔이었던 것이 좋았다.


쿠시카츠
우메슈


가게가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는데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도 가게의 내부가 꽤나 컸기 때문에 우리는 오픈시간에 맞추어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꼬치는 오마카세로 나오기 때문에 주문할 필요가 없었고 음료로는 매실주를 주문했다.

각자 자리에는 7개의 소스와 야채모음이 준비되어 있었다.

당근과 양배추, 오이, 미니콘 같은 야채들을 먹으면서 잠시 기다리자 셰프님이 매실주와 함께 나오셨다.

그렇게 본격적인 튀김꼬치 오마카세가 시작되었다.

새우


처음으로 받은 꼬치는 새우.

첫 꼬치를 먹는 순간 친구와 나는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10만 원 이상 돈을 쓰고 나가겠다는 것을.

새우의 주변을 꺳잎이 감싸고 있어 은은하게 꺳잎의 향이 올라오는 게 새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셰프님께서 꼬치의 이름을 한국어로 설명해 주시고 어떤 소스를 찍어먹어야 하는 지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가끔가다 셰프님이 말한 한국어가 이해가 안 되면 오히려 일본어로 재료의 이름을 질문을 하는 특이한 상황도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굉장히 많은 꼬치를 먹었기 때문에 전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인상적인 것들을 이야기해 보면 일단 아스파라거스.

꼬치가 200엔으로 전부 동일한 가격이었는데 아스파라거스는 200엔으로 먹을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니었다.

손바닥보다 긴 아스파라거스에 베이컨이 둘러져 튀겨진 다음 특제 소스가 발라져서 나왔다.

적당히 아삭하면서 단맛 흘러나왔고 고소하고 새콤한 특제소스와 아주 잘 어울렸다.


표고버섯 또한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원래 채소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튀겨먹는 채소는 그 맛이 더 특별하다.

고온에서 조리될 때 나오는 채소의 단맛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맛이어서 그럴까 웬만한 채소들은 다 맛있었다.

특히 표고버섯 쿠시카츠를 소금에 찍어 먹을 때의 감칠맛이 어마어마했다.


메추리알
꽈리고추


꼬치가 8개 정도 나오고 우리는 먹고 싶은 메뉴를 직접 주문도 할 수 있는지도 여쭈어보았는데 가능했다.

그래서 부탁한 메추리알과 꽈리고추.

메추리알은 역시 엄청 부드럽고 고소했다.

특이한 건 꽈리고추였다.

평소에 내가 먹던 작은 꽈리고추가 아닌 엄청나게 큰 꽈리고추가 나왔다.

크기가 더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매운맛보다 단맛이 더 강했고 식감이 오이처럼 아삭했다.



꼬치가 맛있으니 술이 부족했다.

우리는 셰프님께 술도 앞으로 나올 꼬치들에 어울리는 술로 추천을 부탁했다.

그렇게 받을 수 있었던 일본 스파클링 사케.

과하지 않는 단맛과 탄산이 적당히 어우러진 사케였는데 튀김과 궁합이 아주 좋았다.


김치삼겹살
김치 삼겹살
가리비
꼬치


그 이후로 먹은 김치삼겹살, 하라미, 가리비, 골뱅이 등등.

은행꼬치를 먹고 싶었는데 겨울이라 없었던 게 가장 아쉬웠다.

게살이나 고기 종류들도 좋았지만 역시 나에게 가장 맛있게 느껴졌던 건 채소들의 튀김이었다.

튀김의 종류는 어느 정도 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40개보다는 많아 보였다.


아스파라거스
22개


모든 꼬치를 한 번씩 먹고 싶었지만 돈도 생각해야 했기에 우리는 꼬치가 20개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꼬치를 생각했다.

나는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한 뒤 친구에게 어떤 꼬치를 주문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니 친구도 아스파라거스였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나니 다 먹은 꼬치가 22개였다.


둘이서 44개의 꼬치를 먹은 하루.

우리가 그만 주세요라고 할 때까지 무한으로 꼬치가 나오는 오마카세 쿠시카츠가게.

22개의 꼬치를 먹은 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멈출 수 있었다.


이전 12화 한겨울의 모쯔나베, 야키토리 그리고 사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