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제 Jan 24. 2024

일본의 설날, 일반 가정집에서는 어떤 걸 먹을까

일본의 12월 31일 그리고 1월 1일에 먹었던 음식들

일본의 설은 1월 1일.

우연한 기회에 일본인 친구의 집에서 설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2월 31일, 나는 사이타마에 있는 작은 마을로 떠났다.

친구랑 만나서 친구네 가족이 살고 있는 멘션으로 이동했다.

집에 도착하자 친구의 남동생과 어머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통성명을 한 뒤에 다 같이 테이블에 앉았다.


원래 일본의 설에는 오세치라고 하는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

보통 여러단으로 되어있는 도시락에 여러 종류의 오세치들이 담겨 있어 이 도시락을 설날에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친구네 집은 오세치를 특별히 챙겨 먹는 거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니 가끔가다 사 먹기는 하지만 보통은 좋아하는 오세치만 조금씩 사서 먹는다고 했다.

그렇게 오세치 대신에 친구네 아버지가 프렌치 레스토랑을 하셔서 그런지 여러 종류의 오르되브르를 먹을 수 있었다.


오르되브르


오르되브르는 차가운 전채요리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이런저런 다양한 전채요리를 먹어볼 수 있었다.

눈에 가장 띄는 요리는 푸아그라가 들어간 테린과 연어 그리고 조개찜정도였다.

푸아그라 테린은 어떤 게 푸아그라의 맛인지 찾는 게 어려웠지만 여러 재료가 들어갔음에도 전체적으로 맛이 잘 어우러져 맛있었다.

그리고 실패할 수가 없는 감자 샐러드와 소시지들.

연어는 굉장히 신선했고 조개찜이 생각 이상으로 내 취향이라서 제일 많이 먹었던 거 같다.

오르되브르와 함께 와인 그리고 유자사케를 먹으면서 홍백가합전을 관람했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일본의 일반 가정집에서 12월 31일에 홍백가합전을 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꽤나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tv를 보며 우리는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

친구의 남동생이 올해 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대학교에 가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라든지 홍백가합전에 나오는 가수들의 이야기라든지.

한국과 일본의 설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다가왔다.

친구네 어머님께서는 12시가 다 되어갈 때 소바를 만들어 주셨다.

1년의 마지막 날에 나쁜 일들을 끊어낸다는 느낌으로 먹는 토시코시 소바라는 게 있는데 카운트 다운을 하는 순간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였다.

아무렴 뭐 어떨까.


카운트다운


모두 다 같이 토시코시소바를 서둘러 먹으면서 카운트 다운을 했고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소바는 면이 적당히 삶아져서 그 식감이 부드러웠고 육수의 맛이 일반적인 소바보다는 신맛이 조금 더 강했다.

토핑으로 들어간 유자 덕분인지 느껴지는 이 신맛과 아슬아슬한 쓴맛과 겹쳐져 있어 내가 좋아하는 씁쓸한 신맛이 육수에서 느껴졌다.

딱 절묘한 밸런스의 신맛과 쓴맛이었다.

그렇게 토시코시 소바를 먹고 카운트 다운까지 본 우리는 한두 시간 더 떠들다가 잠에 들었다.


모찌 닭고깃국


편하게 자고 일어나 보니 커튼 틈으로 아주 밝은 햇빛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질 좋은 수면을 가졌던 거 같다.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일어나서 간단하게 준비를 하고 테이블에 앉아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모찌가 들어가 있는 닭고기 국을 먹었다.

한국에서 먹는 떡국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걸 먹는다고 한 살을 먹는 그런 개념은 없는 거 같아 보였다.

모찌를 오븐 토스터기에서 구워서 닭고깃국에 넣어 먹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일단 모찌의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닭고깃국의 짭짤한 육수와 만나 간이 적당하게 묻어 나왔다.

떡 자체로도 담백하고 고소하니 맛있었지만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조금 더 화려해졌다.

가래떡을 꿀과 같이 먹는 것처럼 그 두 요리가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테이블에는 카즈노코와 검은콩 그리고 이런저런 음식들이 있었는데 오세치의 종류들 중 하나였던 거 같다.

카즈노코는 청어알을 소금에 절인 식재료인데 어머님께서 간단하게 조리를 해주셔서 먹어 볼 수 있었다.

식감이 아주 오독오독한 게 먹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었다.

적은 종류였지만 오세치도 먹어보고 참 신기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일본의 설날, 일본인들이 먹는 요리들을 먹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새로운 경험은 항상 가장 특별한 조미료가 되어주는 거 같다.


이전 14화 내 인생에 이런 라멘은 처음이야, 도미 소금 라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