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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Jan 28. 2024

이 나베 안에 들어있는 것도 우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

내가 먹어본 우동들 중에 가장 특이했던 우동

일본에 살면서 많은 종류의 우동을 먹었다.

튀김 우동부터 키츠네 우동, 볶음 우동 그리고 냉우동까지 .

우동을 먹을 때마다 항상 놀라웠던 건 이 우동면의 쫄깃하고 탄탄한 식감.

편의점에서 파는 우동면도 가게에서 먹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좋은 맛을 자랑했다.

어떻게 이런 우동을 만들 수 있는 걸까 참 신기했다.


우동가게


그렇게 우동들을 먹던 어느 날 구글맵에서 우연하게 찾은 평가가 굉장히 좋은 우동집에 방문해 보았다.

그냥 유명해서 방문해 본 가게였는데 메뉴는 전혀 보지 않고 방문했더니 조금 특이한 우동을 만날 수 있었다.


나베 된장 우동.


나베 된장 우동


상상이 되는가.

된장 육수의 우동이라는 것부터 신기했는데 커다란 나베에 들어가서 펄펄 끓여져서 나오는 우동이었다.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우동을 주문하고 천천히 우동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주방이 보이는 카운터에 앉았는데 뭔가가 조리되는데 전혀 우동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 메뉴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주문한 메뉴였다.

꽤나 큰 나베 안에 들어가 있는 우동과 양배추, 유부 그리고 이런저런 재료들.

우동을 받고 비주얼을 본 순간 이걸 우동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베 된장 우동


일단 면을 건져서 먹어보려고 작은 접시를 들고 면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면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면을 까먹으신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동안 내가 면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면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반 우동면 굵기의 3배는 돼 보이는 면.

기다란 우동면을 세 가닥으로 접으면 딱 이 느낌이 만들어질 거 같았다.

굉장히 두꺼운 우동면이라서 이렇게 큰 나베에 넣고 오랫동안 끓였던 걸까.

비주얼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뜨거운 면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나베 된장 우동


일단 면의 맛은 수제비와 칼국수가 반반씩 섞여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수제비는 안까지 육수의 맛이 스며들기는 힘들어 종종 밀가루 맛이 강할 때가 있는데 역시 면이라 그런 건지 면의 안까지 된장육수의 맛이 잘 배어있었다.

예전에 호토라고하는 일본의 전통 국수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육수는 맛있었지만 면에 그 맛이 잘 배어있지 않아 별로였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지금 먹는 된장우동이 호토보다 면이 더 두꺼운데 그 맛이 안까지 잘 배어있었다.



식감도 조금 특이했다.

일반 우동처럼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이라기보다 떡 같은 식감이었다.


그리고 된장육수.

굉장히 진한 된장 육수는 청국장과 된장찌개의 중간정도의 맛을 내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야채나 유부에 그 맛이 적절히 베어 어떤 것을 집어먹어도 그 재료의 맛과 된장의 맛이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유부들이 굉장히 센 불에 끓였기 때문일까 흐물흐물거렸는데 이게 국물이랑 단번에 목안으로 넘어가는 게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우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생각하면서 식사를 마무리하는 단계가 되었고 이제는 뜨겁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육수를 한입 크게 마셔보았다.

짭짤하면서 진한 된장 육수.

두꺼운 면에 맛이 배게 하기 위해서일까 육수의 맛이 진해서 좋았다.


일본에서 먹은 가장 특이했던 우동.

이걸 우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맛있었으니 아무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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