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1 14:40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짧은 문장들이 있다.
이 문장을 남기기 위해 핸드폰을 켜고 단축키를 누른다.
오늘의 날짜와 시간이 자동적으로 메모장 맨 위에 적힌다.
머릿속에 있던 문장을 적는다.
어딘가에서 본 문장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중에 들었던 말일수도 있다.
머릿속에서 불현듯 조합된 문장일 수도 있고 기억이 왜곡돼 생각난 문장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적는다.
그때의 나를 기록해 둔다.
2023/03/31 14:40
그래도 계절은 돈다.
2023년 3월 31일에 적은 문장.
계절은 돈다라는 말은 왜 생각났을까.
며칠 전에 보았던 계절에 관한 문장이 인상적이었던 탓일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갈릴레이의 말이 조금 왜곡되어 떠올랐던 걸까.
봄을 느끼던 3월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이 문장이 내 머릿속에 나타났다는 것과 이 문장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전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이 짧은 메모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기억을 걸어본다.
그 시간에 읽었던 책, 시, 소설 들었던 라디오, 노래 모든 것이 메모에 담겨 있다.
그때의 내가 어디에 빠져있었는지 어떤 것에 영향을 받고 있었는지 내 속 마음을 누군가가 훔쳐보는 거 같아 스스로 부끄럽다.
내가 적고 생각하는 모든 단어, 문장, 글자 하나하나가 다 연결되어 있다.
그런 문자들을 수집하는 일을 하고 싶다.
수집해서 어딘가에 고이 모셔두고 싶다.
이왕이면 어딘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나타나는 문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