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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구 Oct 31. 2024

언어는 사물을 죽인다.

2024/09/11 17:46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굉장히 인상적인 쇼츠를 하나 보았다.

저주받은 작가들이라는 제목의 쇼츠였다.

짧은 영상이지만 그 안의 내용이 대단했다.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2024/09/11 17:46

언어는 사물을 죽인다.


그 한 문장이 너무나 날카롭게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영상에서 문장을 이어나가시는 분의 일목요연한 설명 덕도 있었지만 정말 인상적인 문장이었다.

사물을 우리가 이름을 붙여 부르는 순간 우리는 그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흥미가 엄청나게 생겨 잠시동안 철학책들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언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

지금 내가 적고 있는 이 글자.

우리의 언어를 생각했다.

똑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보면 어색해지듯이 언어라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위대한 사람들은 그 너머를 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그 정도를 바라는 게 아니었다.

단순하게 나는 잘 적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그냥 내 이야기를 담백하게 적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내가 언어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조금이라도 더 잘 쓰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작법서를 찾아보고 영상들을 찾아보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많이 써보고 읽었다.

필사를 해보라는 말에 필사도 해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라는 말에 읽어보기도 했다.

잘 나아가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 적는 날들이 있었다.

언어는 나에게 잘 사용하고 싶은 도구이자 사랑하는 것이었다.


영상을 보고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언어가 사물을 죽인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서늘하게 다가온다.

관련 철학들을 찾아보고 그 너머를 조금은 엿보려고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나에게 할당된 부분이 아닌 거 같았다.

담백하게 적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나에게는 먼저였다.


언어는 사물을 죽인다.

하지만 내 언어는 단순해서 사물을 죽이지 못했으면 했다.

물론 그런 의미의 말은 아니겠지만.

그냥 단순한 나의 언어에서 누군가가 따스함 한 조각을 느끼길 바라면서 적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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