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3. 17:54
소중한 건 없어진 후에야 알아차린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2022. 11. 23. 17:54
꼭 잃고 나서 깨닫는 법이지
잃어버린 지갑
잃어버린 가방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사람
잃어버린 기억
있을 때는 모르는 것들.
잃고 나서야 깨닫지, 다들
그 시절의 나에게 잃어버린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잃어버린 후에 알아차리는 것.
지갑이 내게는 그런 존재인 거 같았다.
항상 흠칫하고 가방을 보면 지갑이 없어져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갑을 완전히 잃어버린 적은 없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떨어져 있거나 내 지갑을 주은 누군가를 마주쳤다.
몇 번은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퇴근하는 아버지가 주워오신 적도 있다.
그랬던 적이 세 번 정도나 되니 신기한 운명이다.
세 번 중 한 번은 우리 집 현관 앞이라고 하지만 두 번은 집 앞이 아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우셨으니 말이다.
그러면 진짜 잃어버린 물건은 어떤 게 있었을까 기억을 되듬어 보았다.
초등학교 쉬는 시간에 내 탱탱볼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 탱탱볼을 멀리 던져 학교 밖으로 날아갔던 기억이 있다.
소중하게 다루던 키링을 버스에서 잃어버린 적도 있다.
신분증을 잃어버린 적도 었있다.
아니, 어디에 두고 왔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니까 신분증은 잃어버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기억.
가장 많이 잃어버린 건 기억이었다.
물건은 잘 챙기는 성격이기 때문에 잃어버렸던 기억이 별로 없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적은 꽤나 있었다.
나중에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사라진다.
나쁜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대부분 잃어버렸다.
어쩌면 물건을 잃어버린 기억도 잃어버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억들도 꼭 사라지고 나서야 생각이 난다.
어떤 기억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사라졌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아버지가 지갑을 찾아주셨던 것처럼 기억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