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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구 Nov 11. 2024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2023/12/19 11:25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아는 게 많아졌다.

분명 아는 게 힘이라고 했는데 아는 게 무서워졌다.

힘은 무서운 거라고 생각하면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아는 게 많아지면서 세상을 조심스럽게 대했고 겸손해졌다.


2023/12/19 11:25

아는 게 많아지자 겸손해졌다.

옷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옷들을 많이 구매했다.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보세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좋다고 생각한 디자인의 옷들을 꽤나 많이 모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옷에 대해 알게 되고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산 디자인들이 모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랜드는 수천수만 개고 디자인은 수십만 개가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옷은 보자마자 이건 어느 브랜드를 따라 했구나 라는 게 보였다.

문득 누군가 나를 그런 카피브랜드를 입는 사람으로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무서웠다.

지식이 많아지면 겸손 해지는 건 어쩌면 세상에 너무 많은 지식이 있고 그 지식을 다 알 수 없기에 최대한 조심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아는 게 많아지면서 머릿속에 들어있는 정보들이 많아졌다.

이면을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남의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신경이 쓰였다.


일본에서 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디자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있었다.

뭔가 익숙한듯한 그래픽, 실루엣, 포켓위치.

인터넷을 통해 그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알아보니 내가 예전에 구입한 옷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원작이고 한국 브랜드의 디자인은 모작이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그 옷을 입고 다녔을 때 그걸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을까.

만약 알아봤다면 나를 어떤 식으로 생각했을까.

디자인을 베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으로 보였을까 아니면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그런 생각이 많아지자 그동안 내가 소비하고 이야기하고 들었던 것들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역사에서도 그런 걸 느낀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던 역사와 다른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확실하게 생각했던 일이 서로의 잘잘못이 있었다.

교육받은 것을 그대로 수용해 단편적인 시각만 가졌던 순간이 있었다.


일상에서도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듣고 그 사람을 좋지 않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것이다.


내가 모르고 한 행동으로 누군가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 적이 있었을까.

몰라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실수일까 잘못일까.

아는 게 많아지는 건 조심해야 할게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크게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사람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

그걸 이해하려고 하고 있기에 지금은 스스로가 아는 한도에서 조심하려고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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