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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구 Nov 18. 2024

애매한 재능은 저주에 가깝다

2024/10/14 10:41

애매한 재능.

그건 재능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포기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저주.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


2024/10/14 10:41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일이 있다.

그런데 포기하려는 순간 조금의 희망을 준다.

성과가 조금 난다든지 재미가 붙는다던지 운이 따라준다던지.

혹은 그 일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

그런 게 좋아서 이 일을 더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애매한 재능 그리고 포기 못하는 나.

신이 아니라 악마가 조금씩 장난을 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만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 성공을 하는 것일까.

성공을 한 사람이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을 뿐일 걸까.

그만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할까.


뛰어난 재능은 좋은 미래를 선물해 준다.

하지만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우리는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재능.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재능보다는 배우고 학습한 것들로 먹고 살아간다.

재능으로 살고 싶지만 우리는 재능을 찾는 것도 힘들어한다.


평범한 재능, 그 재능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 애매한 재능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어렸을 때 작은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기억이 좀 있다.

학교에서 하던 백일장 대회 혹은 작은 규모의 대회지만 그때부터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느꼈다.

상을 받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글을 적었다.

글을 적는 시간들이 재미있고 즐겁기도 했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운영했던 블로그는 수백 명의 방문자가 있었다.

내가 적던 웹소설은 아마추어 페이지에서 1등을 했다.

그런 순간들은 나에게 좋은 재능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글쓰기에 더 몰두했고 조금만 더 하면 성공의 모습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애매한 재능의 증거였다.


블로그에 적었던 글은 수만 명이 아닌 수백 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글이었을 뿐이었다는 것.

작가 페이지가 아닌 아마추어 페이지의 1등이라는 것.

그런 것들이 애매한 재능의 증명이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재능을 계속 믿고 나아가야 할까.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그만큼 내가 글쓰기를 좋아했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서 포기했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포기하지 못했다고 대답해야 할 거 같다.

지금 내가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아직은 나의 애매한 재능을 믿고 나아가보려고 한다.


언젠가 이 애매한 재능도 노력과 나의 애정으로 덮어 써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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