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 14:23
길거리에 겨울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골목에 어느 순간 영업하는 작은 겨울들이 있다.
지금까지 적었던 메모들 중에 가장 짧은 메모인 거 같았다.
이런 메모를 적었다는 건 이 계절이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
계절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꽃, 비, 낙엽, 눈, 반팔, 패딩, 에어컨.
그리고 붕어빵.
붕어빵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뉴스보다 더 정확한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시간.
자본주의의 계절이라고 할까.
그런 계절의 전환점들이 있다.
봄의 실감
눈을 뜨면 해가 떠있다.
어둡지 않은 방에서 일어난다.
빨라진 일출시간에 일어나는 시간에 창문이 밝으면 봄을 느낀다.
25년이 넘게 7시에 일어난 우리 집에서 밝은 방에서 일어난다는 건 봄이 온 것이다.
여름의 실감.
어디를 가도 후링소리가 내 귀에 들어온다.
여름의 소리라고 불리는 후링의 소리.
한국어로 풍경이라고 부르는 유리 종.
그 청명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여름이라는 것을 느낀다.
일본에 살던 그 여름 어느 가게에 들어가도 그 소리가 나를 반겨준다.
길거리에도 백화점에도 상점가에도 후링의 소리가 청아하게 울린다.
가을의 실감.
유독 늘어나는 독서의 시간.
사용하는 전자책 어플의 이용시간이 늘어나면 가을이 왔다고 느낀다.
이 시계는 꽤나 정확해서 한 달 독서시간을 보면 나의 가을을 볼 수 있다.
밤 디저트를 먹으며 책을 읽는 순간이 나의 가을이었다.
4개의 계절.
그리고 수십 가지의 계절을 느끼는 전환점.
봄의 벚꽃, 개학.
여름의 빙수, 적란운, 비.
가을의 은행, 낙엽.
겨울의 눈, 잠.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시간이 가는 게 느껴진다.
그 흐름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몸으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에 감사하는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