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22:31
별을 보는 걸 좋아한다.
검은색 하늘에 별이 떠있는 게 어둡지만 깊이감이 있는 그림 같아서 좋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눈이 어둠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별들이 잘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순간들이 좋다.
2024/10/14 22:31
별은 아름다운 것, 고개를 꺾어야만 보인다.
보기 힘들고 금방 목이 아프고 저려온다.
눕는다.
별이 너무나 잘 보인다.
자세를 바꾸고 눈을 낮추는 일.
별을 보는 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읽다가 저녁에 뼈를 훔치는 장면에서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문득 든 생각을 메모했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야만 한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목이 아파온다.
그래서 바닥에 눕는다.
누우면 고개를 젖히지 않아도 하늘이 보이고 별이 보인다.
자세를 바꾸고 눈을 낮춘다.
별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보기는 쉬워진다.
별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름다우니까라고 대답할 거 같다.
아름다운 걸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니까.
행복하다는 건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별을 좋아한다.
내가 살던 도쿄는 별이 잘 보였다.
도심에서도 저녁에 하늘을 보면 별들이 보였다.
퇴근하는 시간, 술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놀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저녁에 러닝을 뛰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별들을 본다.
별들을 관찰하다 보니 이제 조금씩 구별되는 별들이 있다.
화성의 붉음을 이해할 수 있고 목성의 밝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름의 대 삼각형, 알타이르 베가 데네브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삼각형을 찾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에 신기했다.
항상 밝게 빛나는 베텔기우스도 찾아낼 수 있었다.
항상 천문학자들은 저 별들을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그걸 구별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지금 죽었을지도 모르는 저 별이 만들어 낸 빛이.
내 동공에 맺혀있다.
그러면 저 별은 죽은 것일까 살아 있는 것일까 하는 철학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두울수록 잘 보인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