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7 22:33
브런치에 글을 적게 된 이유는 지나가는 메모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렇게 적으면 가끔가다 떠오르는 좋은 문장들을 잘 메모하고 기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23년 겨울, 지금과는 다른 내 생각을 보고 스스로가 멋있다고 느껴졌다.
2023/12/07 22:33
메모를 하지 않아 사라진 글들이 많이 있었다.
처음에는 좋은 글이 떠올랐는데 사라졌다는 사실에 아까웠다.
하지만 생각하다 보니 그런 글들을 기억해 내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항상 그런 글을 적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진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면서 스스로 발전이 없었다는 사실에 아쉽기도 했다.
최근에 잃어버린 문장이 몇 개 있어 아쉬워했던 내 모습이 대비되어 보였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글 앞에 서면 어색하고 떨린다.
욕심이 앞서가고 마음이 급해진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빈 글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진다.
아쉽다.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발전은 보이지 않았다.
잊어버린 글들.
그런 글들은 생각해 보면 대부분 샤워를 하는 도중에 떠올랐던 글들이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오면 사라져 있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을 때수건이 지우개처럼 내 생각들을 지워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좋은 문장이 생각나는 시간이 문장을 메모해 둘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뭔가 글은 그런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그런 일들을 줄이려고 좋은 문장이 샤워를 하는 도중에 생각나면 계속해서 그 문장을 되새긴다.
그런데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면 귀신같이 문장이 변형되어 있다.
처음에 생각났던 문장이 뭔가 애매하고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분명히 계속 머릿속으로 문장을 되새기고 있었는데 방금 내가 생각한 문장과 글자의 획 하나가 바뀌어있다.
잘 기억을 해서 메모를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 이상하다.
처음 생각났을 때의 울림이 없고 문장이 엉성해진다.
그런 순간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겨울의 저 메모가 멋있게 다가왔다.
저런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지 못한 스스로가 조금은 아쉬웠다.
이렇게 다시 상기시켰으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글을 항상 써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흘러간 문장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