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리 May 23. 2024

에필로그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다

  개인적으로 브런치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맨날 보기만 하다가 내 이야기도 한번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산에서 30년을 살았다. 초, 중, 고, 대학교, 직장에 다니면서도 한 동네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남편(아직은 예랑)을 따라 올해 2월부터 호주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호주에 온 지도 하루가 지나면 1달이 된다. 시간이 때로는 빠르게 혹은 정말 느리게도 흘렀다. 앞으로 차근차근 내 이야기를 풀게 되겠지만, 먼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적어보고 싶다.


    30살이 되면서 이때까지의 데이터들의 조합으로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호주에서의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또 새로운 내가 형성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순간의 감정과 깨달음으로 남겨지기 때문에 더 브런치를 쓰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무튼 이유가 어째됐든 지금 이렇게 노트북을 켜서 내 글을 적는 일이 참 새롭고 귀하다. 어쩌면 나의 호주 생활의 소통 창구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 온 날은 정말 정신없이 잔 것 같다. 부산에서 호주 시드니로 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김해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가서 거기서 또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을 갔다가 시드니로 와야 한다. 내가 끊은 항공은 젯스타로 호주 브리즈번을 경유해서 시드니로 가는 항공이라서 티켓에 적힌 비시간은 총 13시간 정도로 나열한 것에 비해서는 짧지만 부산에서 출발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꼬박 하루는 비행에 써야 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예랑이가 차로 마중을 나와주고 호주에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나의 몸만 챙기면 되었다. 7킬로의 백팩과 20킬로의 캐리어 짐을 끌고 다니는 수고로움이 없었기 때문에 체력소비가 덜했지만, 워킹홀리데이로 아무 연고도 없이 오게 되면 시작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에는 셰어 집을 계약했다. 호주는 집값이 비싸다 보니 한 집에 방이 여러 개면 거실과 부엌, 화장실은 공용으로 쓰고 방 한 개 내가 쓰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셰어라고 하는데, 초기에 자본이 별로 없을 때 많이들 사용하곤 한다. 집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한주에 250불에서 많게는 600불까지 다양하다. 우리 돈으로 생각하면 방 한 개를 빌리는데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만 살았던 나에게는 이 셰어집이라는 개념이 낯설게 다가왔고, 방 값은 비싸게만 여겨졌다.


    가족 이외에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집을 공유하는 것도, 시드니 물가 자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여기는 시급이 23-30불(1불 = 870원) 사이에 형성이 되어있어서 바깥에서 한 끼 사 먹는다고 했을 때 1인당 20-25불(17,000-22,000원) 정도 소요가 되었다. 가끔 고기를 먹거나 한식당을 가면 인당 30불(26,000원) 이상은 생각하고 가야 했다. 그래서 보통은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해 먹을 때가 많은데 이때에도 셰어생들끼리 겹치는 시간대가 되면 참 애매해진다. 이럴 때면 한국이 정말 그리웠다. 내 집에서 내가 편할 때 아무 눈치 없이 사는 것이 그렇게 행복한 일인 줄 해외에 나와서야 깨닫게 된다.




    결혼식은 4월이지만 2월에 온 이유는 예랑이의 직장이 시드니에 있어서 미리 와서 신혼집을 구하고 가전도 채워놓고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셰어집에서 머무면서, 앞으로 우리의 신혼집이 될 렌트 매물을 인터넷으로 매일매일 알아보았다. 렌트는 한국으로 따지면 월세로 집을 빌리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호주는 전세의 개념이 없고, 보통 주세로 하는데 한주마다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시드니의 집세는 가히 상상 초과다. 특히나 예랑이와 나는 둘 다 영주권 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도 없어서 오로지 우리가 다 부담해야 한다. 집이 넓은 것도 아니고 방 하나 거실하나 이렇게 해서 월 250만 원 정도이다. 여기 오기 전에 뉴욕 물가를 유튜브로 보면서 '저렇게 거주비용이 비싸면 어떻게 살지' 했는데 시드니 집값이 뉴욕과 비슷할 정도이다. 부산에서만 살았던 나는 그냥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돈이 월 500만 원 가까이 된다고 생각하니 사실 돈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얼른 일을 구해서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이 차오르지만 지금 당장 나를 써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


하이드파크 세인트메리성당, 실제로 보면 크기가 상당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