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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Jan 11. 2023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새로운 도전을 싫어한다. 있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올해 한 가지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다.


부끄럽게도 나이를 서른 넘게 먹을 동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지 못했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 착각했고, 그렇기에 항상 남들에게 맞춰 행동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발동되는 고집을 느끼며 ‘그래도 나는 내 나름대로 제대로 내 인생을 살고 있어.’라고 자기 합리화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나로서 살지 못하니 인생이 피곤해졌다. 주변인들에게 그들이 원하지도 않은 친절을 베풀어놓고 그만큼 나에게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했다. 사람이 싫어졌다. 점점 고립되어 갔다. 친구와 지인을 하나둘씩 말없이 정리했고, 결국 곁에 남은 사람은 사촌언니와 나를 이유 없이 사랑해주는 친구 하나뿐이었다. 이거, 제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인지, 자기 계발 영상을 많이 봤기 때문인지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였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남도 제대로 사랑할 줄 몰랐던 거다. 이것을 깨닫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사람을 잃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고쳐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월 1일, 가장 큰 도전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를 내걸었다.


자기 계발이나 책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로 영상을 많이 본다. 어느 날도 자기 계발에 대한 영상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영상과 딱 맞닥뜨렸는데, 영상 속 사람은 나에게 그리고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 ‘내 인생 내가 사는 거지, 남이 살아주나? 내가 제대로 재밌게 살아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 남이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여태껏 남에게만 목을 매고 나 자신은 돌보지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우선으로 돌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에게는 힘이 되는 말도 많이 해주고 푸념도 많이 들어주고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었으면서 정작 나를 위해서는 단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었다. 나 자신에게야말로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고 푸념도 많이 들어주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어린 날의 나를 상상해 본다.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어린 시절의 나. 아무것도 모르고 쪼그려 앉아 있는 어린 나에게 나는 ‘너는 가난하고, 성격도 안 좋고, 최악이고, 구제 불능이다.’라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절대 하지 못하겠다. 오히려 어린 나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다. ‘너는 똑똑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가졌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무엇을 하든 잘 될 것이다.’라고.


남 눈치를 보는 것도 이제는 지겨워서 못하겠다. 어린 시절부터 20대 중반까지 눈칫밥을 먹고 자라왔던 나는, 상대의 행동이나 표정 하나에 기분이 좌지우지되곤 했었다. 상대가 기분이 나쁘면 나 때문일 것 같아 어쩔 줄 몰라했고, 상대가 표정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든 풀게 하려고 내 몫의 것까지 상대에게 쥐여주고는 했었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한다. 남이 바라지 않는 친절일뿐더러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나는 나부터 챙겨야 한다. 남의 기분은 내 기분이 아니고 남의 인생은 내 인생이 아니다. 내 인생도 남의 인생이 아니듯이.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기분은 어떤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나 자신을 좀 잘 알 필요가 있다.


거울을 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가 너 하나만큼은 정말 제대로 책임질게.’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자기 연민이라고 욕해도 좋다. 지난 시간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내가 너무나도 불쌍하고 또 불쌍하다.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고 백 세 인생, 70년은 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안도감을 준다.


남을 사랑하는 법은 알았지만 정작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몰라 많이 우왕좌왕했었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일단 나를 위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가서 재미있는 책을 빌려 새파란 하늘이 거멓게 변할 때까지 읽고 또 읽는 것이다. 이게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이니까. 자기 사랑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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