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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인 Apr 04. 2023

꽃과 순환

봄은 또 오는가

왜 벚꽃을 이렇게들 좋아할까. 사실 나는 벚꽃보다 라일락과 수국이 좋다. 물론 벚꽃거리 좋다만 인파는 질색이라서, 인파가 빠진 끝물에야 벚나무길로 밤산책을 갔다. 반쯤 떨어진 꽃을 보니 아쉽긴 하지만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여유로울 때 또 가면 되지. 어차피 봄은 또 오고 꽃은 또 피고.

저물어가는 밤의 벚꽃


그런데 봄과 꽃이 또 올까? 내년은 오겠지. 내후년까지는 아마도. 그 다음, 또 다음은 글쎄. 4월의 시작과 동시에 떨어져버린 벚꽃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봄이 내게 오지 않을수도 있고, 또는 내가 봄에 없을 수도 있다. 봄이 없는 곳에서 3,4월을 보낼지도, 내가 세상에 없을지도.

계절은 순환이라 하지만, 순환의 변곡점이 사이클마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지점은 밀리고, 당겨지고, 또 어떤 지점은 감쇠하다 사라진다. 소중한 만남을 마무리할 때 또 만나자며 인사하지만 다음 만남은 보장되지 못한다. 벚꽃은 유독 찰나에 지나가기에 붙잡으려 혈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사진도 영상도 담는 순간 평면이 되어버린다. 남기려 애써도 매 순간이 작별인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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