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르몽드의 심층 취재 기자 두 사람이 [브뤼트] 신문사와 1시간 10분에 걸쳐 인터뷰한 기사[1]를 보았다. 앞서 인용한 5차례에 걸친 르몽드 기사는 3월 중순부터 준비했다고 밝힌다. 2005-2020년에 걸친 프랑스 보건 정책의 변천사는 다섯 개 소논문 수준의 심층 기사이다.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자료의 발굴이며 당시 보건부 장관과 보건 관련 고위 공직자를 비롯 관련 국회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고 일목요연하게 변화 과정을 정리하고 분석한다. 두 기자는 오직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하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앞으로 상원과 하원의 진상 조사 위원회에서 우리가 밝히지 못한 점이 조사되어 드러났으면 한다. 취재 기간 중에 외부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 정보의 출처는 보호되었다. 그러니까 확실히 독립적인 취재였다고 마지막에 덧붙였다. 두 기자가 밝힌 내용은 자신들이 발표한 기사와 별 차이가 없었다.
[브뤼트] 신문의 유튜브를 보고 올린 댓글이 5월 22일 자로 400개 정도다. 여기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길이가 상당히 길다. 현 정부를 두둔하는 댓글이 더러 나오기는 했어도 거의 비판하는 내용이다. 댓글의 내용도 원색적인 비난이 아니라 상당히 논리 정연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정부의 허술한 코로나 대책을 바라보는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일부를 빼면 문장 구사도 그런대로 괜찮다. 달아두고 수정한 댓글도 여럿 나왔다. 그만큼 신경 써서 댓글을 올린 셈이다.
대놓고 비판하는 내용은 이런 목소리들이다.
"천재가 아니어도 그들이 거짓말했다는 것쯤은 다 안다 ".
"거짓말 패거리에다 무능한 그들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모든 분야에서 다 무능하다! 우리한테 돈 우려내는 것 빼고 말이다. 그 분야는 확실히 세다!"
"그 유명한 보건 전문가 인간들이란 이중 모자를 쓰고 있다. 한쪽으로 국가 행정을 맡아 흔들고, 또 한쪽으로 사기업 주식을 끌어모은다".
"나는 1월부터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 이거 때문에 놀림도 받고 메트로에서 폭행도 당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보들이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이 퍼주는 걸쭉한 죽을 잘도 삼키고 있으니. 그들은 잠들기 전 밤에 엄마가 들려주는 얘기를 듣는 애들처럼 미디어에서 떠드는 모든 말을 다 믿는다. 그래 맞아요, 마스크는 꼭 필요하고 유통기한 지나도 괜찮아요!!! 엄마가."
이 댓글은 아마 국제 결혼한 아시아계 여성이 작성한 것 같다.
풍자 시로 비판한 댓글도 있다.
"그들의 평화는 우리들의 전쟁
그들의 자유는 우리의 속박
우리의 무지는 그들의 힘
마스크 부족 사태는 경찰의 폭력과 흡사한 것
그런 적 없다"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비판을 들어보자.
"몇십 년 동안 죽 프랑스를 이끌어온 정책이라고는 유럽연합이 부과한 재정적자 3% 미만을 유지한다는 목표밖에 없었으니 지금의 위기는 사필귀정입니다 ".
"자유 무역은 국가 주권의 상실을 뜻합니다. 공중 보건은 국가의 권한이지 유럽 연합의 소관이 아닙니다. 다른 한편, 자유무역, 긴축, 민영화, 공공 서비스 파괴의 정책 등등은 유럽 연합이 직접 간여한 것입니다".
이것은 유럽 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나 극좌 지지자의 댓글이기 쉽다.
"프랑스 최고 재판소 법정에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히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동료들이 재판할 것입니다… 이게 최악입니다. 전례를 보아하니 국회 상하원의 진상 조사는 별 효력이 없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너무 관대해서 형사 담당 판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관련 인사들을 전혀 동요시키지 못할 겁니다. (…) 대통령께서 "우리는 전쟁 중입니다." 하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해서 저는 특별 군법 회의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
이것은 극좌 지지자의 댓글 같다.
"코로나 위기에서 마스크 부족 사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전염병이 한창 번질 때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 게 진짜 스캔들입니다. 총리에 이르기까지 최고위층들이 이런 거짓말을 수없이 반복하지 않았습니까! "
"고위 공직자들이 정책 결정권자인데도 절대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기업체에 관련 부처 책임자가 사인해야 되는 마스크 주문서가 남아 있으니 최고 단계의 책임자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지도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관행은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이 점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관련 책임자들의 함구는 침묵의 계율을 지키는 것이고 다시 말해 그들이 죄의식을 가진다는 징후입니다".
다음은 상당히 긴 댓글로 수정하였다고 되어 있다. 과격한 극좌정당 당원의 댓글이 아닌가 싶다.
"마크롱과 정부는 코로나 위기관리의 무능함을 국가적 거짓말로 둔갑시켰다. 이걸로써 그들을 범죄자로 규정지을 수 있다. 그들은 금권정치를 통해 90%를 장악하는 친위대 미디어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가 미개발 제삼세계 국가가 되었다. 과두 정치의 실책으로 프랑스가 독립성을 잃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경제 이데올로기를 적용시키면서 공공 서비스가 파괴되었다. 이런 경제 정책에서는 아무런 국가의 통제도 받지 않고 금융 시장과 다국적 기업들이 결정권을 가진다.
감금 해제 조치를 취할 때 정부가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경제이다. 일하러 가시오. 비록 대중교통편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될 지라도. 이건 바로 정부가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 자연 도태 적자 생존의 법칙에 따르자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국민이 온순한 양 떼 취급을 받아야 하나?
우리는 무능한 정권과 맞서고 있다. 점점 더 독재로 가는 이 정권은 경찰력과 사법권을 동원해서 모든 반정부 사회운동을 진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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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도 벗겨도 다시 나오는 양파 껍질 같은 마스크 사태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보건 행정에 예산이 깎이면서 줄어든 마스크는 다시 보충하지 않고 보관 관리도 허술하였다. 특히 전문가용 마스크는 2013년부터 정부가 필요한 쪽에서 자체 수급한다는 정책을 펼치면서 재고량이 제로에 이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마스크의 보유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정부 쪽에서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반인은 마스크를 낄 필요가 없다는 거짓말까지 둘러대었다. 보건부는 국가가 보유한 마스크가 남아 있는데도 제때 파악하지 못했으며 효과가 있는지 감정도 하지 않은 채 마스크를 구한다고 난리 치던 3월 말까지 쓸 수 있는 마스크를 대량 소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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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이슬람교 여자가 얼굴을 포함해 온 몸을 둘러 가리는 부르카(전통적인 차드리의 현대화된 복장)나 눈만 빼고 얼굴을 가리는 니캅은 2010년 통과된 법률로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시위할 때 마스크를 끼면 이유 없이 과격 분자나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로 모든 사람들한테 1미터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을 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대중교통을 탈 때는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벌금까지 물린다고 하니! 종교적인 복장으로 얼굴을 가리면 범법자가 되는데 이제는 얼굴을 드러내면 벌금을 문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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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감금 해제가 되고 두 달이 지나자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늘기 시작한다.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어떤 지역은 국지적으로는 다시 감금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 자제와 그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2주간 검역이 다시 실시될 조짐이다. 격리조치를 엄격하게 실시하지 않은 미국이나 브라질은 감염자가 폭증해서 관리 불능 단계로 악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2차 파고가 올까 보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고 있다.
프랑스는 7월 20일부터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한때 마스크 낄 필요가 없고 끼면 해롭다고 하다가 이제 와서 정반대로 강제로 착용하라고 한다. 의료계의 의견을 듣고 조치를 취한 정치계뿐 아니라 의료계 쪽에서도 의견이 갈라지니… 7월 25일 어떤 의사는 외출할 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껴라고 강력하게 권고한다. 8월 19일부터 프랑스의 대도시에서는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아직도 공기를 통한 감염이 일어나나를 두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염이 되고 특히 호흡기를 통한 감염이 확실한데도 이런 의심을 하나 싶다. 게다가 아시아 쪽 나라들이 대규모 테스트, 감염 추적에 마스크 착용을 통해 방역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보고도 의구심을 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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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아홉 이상은 마스크 끼기를 싫어한다. 솔직히 말해 외출할 때 잊지 않고 갖고 나가야 하는 것부터 스트레스다. 물론 갑갑한 게 가장 큰 문제이다. 마스크를 끼고 조금이라도 빨리 걷다 보면 바로 숨이 가빠온다. 속에서 나는 제 입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그런데 소수이지만 강제로 마스크 끼는 기간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위생 문제가 아니고 미용 문제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고 싶어서다. 타인의 시선을 피할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코와 입, 턱을 가리면서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아 좋다고 한다. 입 냄새 때문에 사회생활하는데 지장이 있는 사람은 마스크를 끼면서 상대를 의식하지 않아 좋다고 한다.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극성팬을 따돌리기 위해 공항 출입할 때 마스크를 많이 이용하였다. 살아있는 전설, 비틀즈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도 익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스크 끼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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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프랑스는 이제 실내든 야외든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되었다. 그와 함께 마스크 착용 거부 움직임이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인은 마스크 착용에 어느 정도 길들여져 얌전하게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모습이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마스크는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당당히 자리매김되고 나아가 패션 액세서리가 되어가고 있다.
[1] « Le fiasco des masques : les révélations de Fabrice Lhomme et Gérard Davet du journal Le Monde », 16 mai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