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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샤 pacha Mar 16. 2022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 두 전략

 2020년 현재 프랑스 인구는 6700만, 독일은 8300만이다. 2019년 1인당 국민소득은 독일이 56000달러, 프랑스가 48000달러이다. 실업률은 독일이 3,1% 프랑스가 8,2%이다. 국민 총생산은 독일이 세계 4위, 프랑스가 6위다. 프랑스가 유급 휴가 35일에 정년 62세, 독일은 유급 휴가 20일에 정년 65세이다. 독일은 2015-2016년에 걸쳐 중동 난민 120만을 받아들였다. 반면 프랑스는 고작 몇 천 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을 때 국경 폐쇄하자고 일제히 들고일어났다. 이러고도 프랑스가 인권의 나라인가? 수많은 정치 망명객을 받아들이던 나라였는데… 과연 프랑스를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할 수 있나? 


 [브뤼트 Brut]라는 온라인 신문사의 « Covid-19 관리 :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 두 전략 »이라는 기사를 유튜브를 통해보았다. 기존 미디어에서 보도된 이미지를 짜깁기하고 간략하게 내용을 자막 처리한 비디오 기사였다. 물론 정치인의 발언은 그대로 목소리를 내보냈다. 

 대중의 흥미를 돋우려고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면은 분명 있다. 이렇게 해야지 대중이 기사를 보고 읽는다. 특히 글이 길면 절대 읽힐 가능성이 없다. 이미지 위주에 짧은 자막 처리는 최선의 선택이다.

 달린 댓글이 어마어마하다. 1200개가 넘는 댓글을 다 읽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댓글도 몇 줄씩 달아 아주 짧지만 않았다. 4월 21일에 올린 비디오인데 클릭 횟수는 5월 5일 날짜로 121500을 넘고 있었다. 

 

 참고로 브뤼트라는 신문은 2016년 10월에 생긴 미디어로 "100% 비디오, 100% 디지털 정보 미디어"라고 소개되어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로 기사를 발행한다. 5월 초 현재 가입자가 764000으로 나와 있다. 이런 종류의 온라인 신문사로 Mediapart, The Conversation, AOC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이런 신문은 미디어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를 싣지 않는다. 그런데 지면 신문사들도 하나둘 씩 종이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벌써 10여 년 전부터 남아 있는 지면 신문들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1990년대 초반 서울 지하철 풍경하면 떠오르는 것은 신문을 펼쳐 든 모습이었다. 2007년 귀국했을 때 서울 지하철 풍경은 남녀노소 모두가 휴대 전화기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조용했다.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고 자리에 앉아 졸거나 아니면 너나 할 것 없이 화면을 보고 듣고 웃기도 했다. 바로 디지털 강국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제 프랑스 전철도 한국과 비슷해지고 있다. 이어폰과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참 많아졌다. 물론 천연기념물처럼 종이 신문을 펼쳐 보는 사람도 더러 있다. 아직 책을 펼쳐 든 사람이 제법 보이는 게 한국과 다른 점이다. 그것도 종이책을. 이젠 전자책을 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파리 쪽은 아직 종이책을 보는 사람이 많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 연합의 주축국으로 라인강을 경계로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이다. 그런데 코로나 대책은 서로 다르다. [브뤼트] 신문의 보도를 기반하여 자료를 조금 더 보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 대통령 :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적은 보이지 않아 잡을 수도 없는 바이러스입니다. 


 실제 담화문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을 여섯 번씩 반복해서 선포했다. 강도를 높여가는 점층법을 써서 자못 연극적으로 담화문을 읽었다. 여러 번 말한다고 강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연극적인 말투가 꼭 듣는 사람들한테 설득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독일 대통령 : 이건 전쟁이 아니고 인류가 치러야 하는 테스트입니다. 대적해야 하는 상대국이나 상대방이 있는 게 아닙니다.


  명예직 독일 연방 대통령은 독일인답게 무뚝뚝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발언을 하였다. 

 

 중앙집권 국가인 프랑스는 2020년 3월 17일부터 일제히 전 국민 격리에 들어갔다. 독일은 연방국가라 주마다 다르지만 전국이 격리에 들어간 것은 3월 22일부터였다. 격리 해제는 프랑스가 5월 11일, 독일은 일주일 빨라 5월 4일부터 들어간다. 격리기간 중 프랑스는 외출할 때 출발 시간을 적은 이동 증명서를 들고나가야 하고 독일은 필요가 없다. 독일은 5월 15일부터 분데스리가를 다시 시작하는데 프랑스의 1부 리그는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고 마감해버렸다. 4월 20일 시점에서 프랑스의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르렀는데 독일은 프랑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500명 선이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병실 수가 두 배 많고 의료 장비가 부족해 난리 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집중 치료할 수 있는 병실이 독일이 28000개로 그중 산소 호흡기가 설치된 병실이 25000개다. 반면 프랑스는 3월 말 현재 산소 호흡기 설치된 병실이 5000개로 늘어나는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병실만 부족한 게 아니었다. 모든 분야의 의료진 인력이 딸려 부랴부랴 전시에 모병하듯 의료진을 충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병원 인력에서 사무요원 비율이 프랑스가 34%인데 독일은 24%다. 프랑스는 의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인력의 급료가 독일보다 훨씬 낮다. 프랑스 간호 인력의 임금은 OECD 국가 중 꼴찌고 독일보다 37% 적다. 그리고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공립 병원과 사립 병원과의 관계가 훨씬 원활하다. 프랑스는 관료적인 병원 행정으로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도 공립 병원이 시설과 인력이 모자라는데도 사립 병원과 가축 병원의 지원을 거절하다시피 했다.


 3월 말 현재 독일은 45%가 병실이 빈 상태다. 반면 프랑스는 병실이 부족해서 여유가 있는 지방으로 헬기로 고속열차로 환자를 이송하고 급기야 인근 국가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로 보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하려고 프랑스는 뮐루즈에 군부대가 야전 병실까지 만들었다. 나머지는 급히 일반 병실을 중환자실로 바꾸면서 14500개로 늘여야 하는 실정이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2020년 1월 17일 진단 테스트를 개발하고 첫 확진자가 생긴 1월 27일부터 한국처럼 대규모 검사를 실시했다. 의심 환자까지 모두 검사하고 확진자는 격리 조치시켰다. 1월 23일 중국 우한이 격리에 들어가는 날 프랑스는 독일로부터 검사 키트를 주문하였다. 1월 24일 유럽에서 첫 확진자가 프랑스에서 나왔다.


 3월 20일 현재 독일 보건부 장관은 하루 30만-50만 테스트를 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반면 3월 30일 프랑스는 하루 2만이다. 프랑스는 5월 11일에야 1주일 테스트 양이 70만으로 늘 수 있다고 한다. 이것도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독일 수상 메르켈은 "우리 독일은 세계 최고의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하고 자신 있게 발표했다. 

 4월 13일 마크롱 대통령은 감금 기간 연장하는 발표를 하면서 목에 잔뜩 힘주고 우리도 5월 11일부터 "증세가 있는 모든 사람한테 검사를 실시합니다. 모든 사람이 아니고 증세 있는 사람만"하면서 "모든 사람을 검사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하고 굳이 토를 달았다. 조선말처럼 마크롱 대통령의 말도 끝까지 새겨들어야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독일 메르켈 수상은 마치 "엄마"의 목소리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합시다."하고 호소력 있게 담화문을 발표한 반면, 마크롱은 제왕적인 위치에서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니 국민들은 내 지시에 따르기 바랍니다!"하고 일방적인 명령조로 불쑥 담화문을 내뱉는다. 4월 말 현재 지지율을 보면 마크롱이 34%, 메르켈은 60%에 이른다.

  

 올해 경기 후퇴도 독일은 4,2%, 프랑스는 8%로 전망한다.  

 

 4월 20일부터 독일은 800제곱미터 미만에 해당하는 상가, 서점, 자동차 대리점 등을 포함한 대부분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바, 레스토랑, 미용실, 문화시설, 체육시설, 놀이터 등은 제외되었다. 1,5미터 거리두기와 2명 이상 공공장소에서 모일 수 없는 규칙도 유지된다. 각급 학교 개학은 5월 4일이다. 반면에 프랑스는 기껏 4월 20일부터 금지되었던 양로 시설 방문이 방문자가 최대 2명으로 허용된다. 프랑스는 5월 11일부터 점진적으로 전 국민 감금 조치를 해제한다.

 

 한편 유럽에서 스웨덴은 격리를 하지 않고도 위기를 그럭저럭 잘 넘기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재난 지원금 액수는 짠돌이 프랑스가 독일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자금을 풀었다. 프랑스의 현 정권 관련 부처의 장관들은 입만 열면 경기 후퇴가 역사적이니 재정 적자가 천문학적이니를 귀가 따갑도록 떠벌인다. 그들한테는 국민의 생명보다 경제가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참고 참다가 5월 초 프랑스 문화계 인사들이 대통령을 상대로 빨리 대책을 세우라고 독촉하는 중인데 독일은 진작 문화계에 100억 유로를 지급했다. 결국 9월 3일 프랑스는 전체 1000억 유로 경기 부양 자금에서 문화 부분에 고작 20억 유로를 할당했다.


 재난 지원금(프랑스는 "연대 기금"이라고 부른다.)의 예를 보면 3월 초 독일은 자영업자한테 보조금 신청만 하면 3일 만에 5천 유로를 지급했다. 3월 말 결정 난 프랑스의 연대 기금을 예외로 더 받을 수도 있고 덜 받을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인 개인은 상한선이 1500유로이다. 더 빨리 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내 경우 14일 걸려 4월 14일에 입금되었다. 물론 그다음 달부터는 신청하면 바로 지급되었다. 일 처리가 느리기로 유명한 프랑스 치고는 놀라웠다. 나한테는 정말 잘 된 일인데 자영업자들한테 지급되는 연대 기금이 결국 2021년 8월까지 연장되었다! 그리고 지난 20년 11월부터 21년올 5월까지 자영업자의 경우 신고한 전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21년 6월부터는 매출액의 20%로 대폭 줄어들었다. 아무튼 프랑스의 코로나 위기 대책에 대해 입이 아프도록 비난을 퍼붓다가 연대 기금 연장이 되고 나서 입이 쑥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는 유엔 보건 기구의 평가에서 세계 최고의 의료 시설을 갖춘 나라였다. 그로부터 20년도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을 때 프랑스는 의료 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과거와 현재의 의료 행정과 정책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밖에 볼 수 없을까? 결국 모든 것은 최종 정책 결정권자인 최고 지도자한테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하나?

 아마도 보건 분야에 우위를 두지 않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재정 적자를 줄이자는 경제 논리로 보건 분야의 예산을 줄인 결과가 아닐까. 아무튼 프랑스와 독일, 두 국가가 보건에 투자하는 돈은 비슷한데 질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쇼뱅(chauvin : 편협하고 배타적인 애국심을 가진 사람)으로 정평이 난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을 어떻게 보나? 

 [브뤼트] 신문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1200여 개 가운데 두 나라를 가장 잘 비교할 수 있는 몇 개를 간추려보았다. 댓글 가운데 프랑스를 두둔하는 서너 개를 빼고는 다 자조적인 비판이었다. 물론 이런 디지털 매체를 접하는 계층과도 무관하지 않을 테지만 이례적이다. 


 "독일은 프로인데, 프랑스는 아마추어다". 

 "독일은 벤츠, 프랑스는 푸조다". 

 "독일이 경주마라면, 프랑스는 산악지대를 올라가는 당나귀다".

 "프랑스 대책은 중세이고, 독일은 2020년이다". 

 "프랑스는 가장 싼 것만 찾으려고 하는데, 독일은 가장 싼 것이라도 질을 추구한다". 

 "독일 사람들은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투덜대기만 한다".

 "독일 사람들은 필요한 만큼 벌려고 일하는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려고 한다".

 "마크롱은 로봇이고, 메르켈은 훨씬 인간적이다". 

 "마크롱은 말뿐이고, 메르켈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독일 정치인은 유능, 프랑스 정치인은 무능".

 "독일에서는 정보와 담화는 투명하고 정해진 규칙은 준수한다".

 "프랑스 정치인들은 거짓말쟁이에 기회주의자요 출세주의자들이다".  

 "프랑스가 유일하게 독일한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한테 매기는 벌금이다. 반면 독일은 모든 사람들을 검사한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비밀 병기를 갖고 있다. 신도들이 태양신의 반열로 끌어올린 지도자가 있다". 


    ***

  코로나 위기를 맞아 일부 프랑스 사람들은 그래도 자아 반성과 비판을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되길 빌 따름이다. 사람이 자기 부정을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일반 대중 뿐 아니라 여러 방면의 지도자가 현 정권을 비판하고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논의가 논의로써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존 체제의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어야 할 텐데... 멋진 신세계를 꿈꾸고 싶은데 무한 경쟁과 최대 이윤만 득실대는 신자유주의가 더 판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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