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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샤 pacha Mar 01. 2022

마스크를 벗겨라!

프랑스의 마스크 대란

    마스크를 벗겨라!


논객 : 프랑스의 마스크 사태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어떻게 마스크 관리 문제가 국가의 거짓말이 되고 나아가 현 정부의 가장 심각한 실책으로 떠오르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현재 마스크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종류의 마스크가 선보이고 있다. 입 모양을 볼 수 있는 투명 마스크라든지 운동할 때 낄 수 있는 특수 마스크 등.


첫 번째는 천으로 만들어 빨면 몇 번 다시 쓸 수 있는 것으로 재질과 제작법에 따라 효과(2-38%)가 차이가 난다.

두 번째는 착용자는 보호되지 않지만 타인한테 옮기는 것만 막는 흔히 수술용이라고 부르는 일반 마스크(FFP1)[1]로 대중이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종류다.

세 번째 가장 효과가 있는 전문가용 마스크(FFP2)는 자신과 타인 둘 다 보호가 되며 비싸고 구하기 힘들다. 이 마스크는 효과가 94%쯤 된다. 반면 수술용 일반 마스크는 40% 정도다.


그런데 마스크를 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고 턱을 감싸는 정상적인 착용법 이외에 변칙 착용법이 몇 가지 더 있다.


첫 번째 코는 내놓고 입만 가린다.

두 번째 코와 입을 내놓고 마스크는 입술 아래에 걸친다.

세 번째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려 낀다.

네 번째 마스크를 선글라스 걸치듯 이마 위에 올려 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창조적인 착용법으로 마스크가 새로운 액세서리로 화려하게 변신한 예이다.

그 이외에 착용법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한쪽 귀에 귀걸이처럼 걸치는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선글라스를 가슴에 꽂으면서 마스크를 동시에 걸친다.


마스크를 휴대하는 방법도 갖가지다.


첫 번째 마스크를 접어 손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다닌다.

두 번째 손가락 끝에 마스크를 걸고 들고 간다.

세 번째 나무 꼬챙이에다 걸어 들고 다닌다.

네 번째 검투사의 팔목 보호대처럼 팔목에 끼고 다닌다.

다섯 번째 차량 운전자는 백미러에다 마스크를 메달처럼 걸어 늘어뜨린다.


너 나할 것 없이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마스크는 휴대하지 않으면 안 될 필수품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2020년 1월 26일, 아네스 뷔쟁 보건부 장관 : 다른 사람들한테 전염을 피하기 위해 환자만 마스크를 끼면 됩니다. 이렇게 결정한 것은 순전히 유엔 보건 기구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마스크 재고는 충분합니다.


논객 : 혈액 전문의 출신의 아네스 뷔쟁은 여권의 파리 시장 후보가 되려고 코로나 위기가 한창인 2월 16일 보건부 장관직을 사임한다. 바로 이틀 전 섹스 비디오 스캔들로 급작스럽게 사퇴한 집권 여당의 벵자맹 그리보 파리 시장 후보의 대타가 된다. 후임 보건부 장관은 신경과 전문의 출신의 국회의원 올리비에 베랑이 임명된다.


2월 24일,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 : 중국, 싱가포르, 한국, 이탈리아 롬바르니아와 베네치아 지방에 머문 적이 있는 사람들과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기 바랍니다. 프랑스는 충분히 대비가 되어 있고 의료 체계가 잘 돌아갑니다..


3월 18일 제롬 살로몽 보건 총국장 : 마스크는 정말 구하기 힘든 물품이고 의료진한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거리를 오가는 일반인한테는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3월 19일[2] (코로나 환자의 사망자가 백 명이 넘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하는 시점 국회에서)


에두아르 필립 총리 : 이 귀한 물건을 유용하게 써야 합니다.


베랑 보건부 장관 : 일반 마스크 1억 5천 장 남아 있고 전문가용 마스크는 제로입니다.


3월 25일, 시베트 엔디아이 정부 대변인 : 일반 대중은 타인과 사회적 거리 유지만 준수하면 마스크는 필요 없습니다.


논객 : 그 많던 마스크는 누가 다 먹었나요? 보유 마스크가 너무 많다며 국회 감사에서 당시 보건부 장관 로즐린 바슐로가 국고 낭비했다고 질타받은 지가 10년 전인데… 그때 마스크 보유량은 무려 22억 장이었는데… 특히 전문가용 마스크가 한 장도 없다니… 참, 믿기지 않는군요.


(혹시나 하고 약국 가면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고 출입문에다 써붙여 두고 있다. 아는 사람이 아마존에서 용케 구했다고 그 귀한 푸르딩딩한 중국산 마스크를 열 장 주어서 슈퍼 갈 때 요긴하게 낀다.)


3월 19일 프랑스 동쪽 옛 알자스 로렌을 포함하는 그랑 테스트 지방에서 마스크 원조 요청을 하고 몇몇 기업에서 이 지방 단체에 마스크를 기증한다. 그랑 테스트는 뮐루즈의 순복음 교회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코로나 클러스터가 되면서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논객 : 그런데 모두가 찾고 있는 그 귀중한 마스크는 어떻게 되었나요?  


메디아파트 신문 : 정부(경제부와 보건부)는 마스크를 수입할 수 있는 공식 업체를 네 개 지정해 두고 지방 자치 단체나 기업체에게 가능하면 이 업체들을 통해 마스크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3월 중순 프랑스의 십 여 개의 중소 수입업자들이 중국으로부터 마스크를 대량으로 빠르게 수입할 수 있다고 정부 측에 제안했을 때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다 퇴자 맞았다.

정부 지정 네 업체라는 것도 하나는 프랑스 마스크 제조 업체로 우한에 큰 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태이고, 두 번째 업체는 의료 기기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로 중국 정부로부터 마스크 수출 인가도 받지 않은 중계 무역상이다. 세 번째 업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발 빠르게 생산 라인을 마스크 쪽으로 바꾼 경우이고, 네 번째 업체 역시 마스크 생산과 관련 없는 중국의 재벌 기업으로 마스크 생산은 하지 않는 기업체이다.

  

프랑스 정부는 3월 23일부터 기업체와 지방 단체가 마스크를 수입할 수 있게 허용한다. 그만큼 필요한 마스크를 수급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서였다. 그런데 국가가 중국 시장에 대량 주문했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정부와 계약한 프랑스 운송업체는 러시아 항공사에 하청한다. 하청 운송 업체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중국 현지의 마스크의 공급도 예상보다 지연된다. 그 결과 정부가 주문한 마스크는 예정보다 늦게 그것도 찔금 찔금 도착해서 4월 초 현재 의료진은 여전히 제한된 수량으로 마스크를 배급받고 있다. 일주일에 의료진이 필요한 마스크가 4천만 개인데 2천만 개밖에 오지 않았다. 정부보다 늦게 주문했는데도 기업과 지방 단체들은 국가보다 많은 5천만 장을 배달받은 상태다. 극단적으로 4월 2일과 5일 뮐루즈 공항에서 정부가 부족분을 확보하기 위해 두 지방 단체가 주문한 마스크를 징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3].


4월 2일, 프랑스 의사학회 : 일반인들도 마스크를 끼는 게 좋습니다. 특히 외출할 때는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4월 3일, 유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서 마스크를 끼면 전염을 확실히 줄인다는 논문이 발표된다.


살로몽 보건 총국장 :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합니다.


베랑 보건부 장관 : 모든 사람한테 마스크 착용을 확대 실시할 수 있습니다.


논객 : 마스크가 전염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네이처]에 논문이 나왔다고 말을 바꾸나요?


4월 20일, 미국 버클리 대학과 홍콩 과학기술대의 공동 연구 결과는 "80%가 마스크를 착용하면 격리보다 전염 곡선을 더 납작하게 한다". 그렇지만 "50%만 착용하면 바이러스 전염 방지에 충분하지 않다."[4]는 결론을 발표했다.


의사 학회 : (초기에 몇몇 의사는 마스크 낄 필요가 없다고 하더니) 돌연 4월 23일[5] 프랑스 의사학회는 전 국민 격리 조치가 풀리는 5월 11일까지 기다려서 안되고 지금부터 당장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논객 : 정부는 발표가 궁색할 때마다 과학 위원회에 자문을 구한다고 핑계처럼 내세운다. 정말 이 위원회의 의견이 100% 반영되는지는 물음표다. 또 과학자라는 사람들의 말도 믿을 만한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아니면 과학 위원회가 정권에 협조하려고 그런 자작극을 벌였나?


코로나 초기에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지 않았나?


대통령 대변인 : 마스크는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오히려 마스크를 끼면 위험합니다.


미디어 타는 정치꾼 의사들 : 환자가 아니면 마스크를 낄 필요가 없습니다.


르몽드 심층취재 기자 : 이미 2019년 보건 총국이 독감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광고했는데…


논객 :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사용된 페스트 방지용 마스크가 있었다. 오늘날 베네치아의 가면 무도회로 유명해진 페스트 의사 마스크다. 길쭉한 새부리 모양을 한 마스크로 부리 끝에 말린 꽃잎이나 향신료를 채워 넣었다. 특히 페스트가 오염된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마스크를 끼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길쭉한 매부리처럼 생긴 마스크를 끼고 페스트 종기를 쪼아내려는 느낌이 든다.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난리 치니까 최근 디밈디라는 젊은 러시아 예술가가 고물 컴퓨터의 화면을 재활용해 페스트 의사 마스크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환기용으로 구멍 숭숭 뚫어놓은 진공관식 화면 뒷면을 이용하여 마스크를 제작하였다. 하필 마스크 재료가 된 화면이 삼성 제품이다[6].


4월 29일, BFM-TV : 프랑스 전 국민 격리가 풀리는 5월 11일보다 일주일 앞서 5월 4일부터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반인에게 빨아 다시 쓸 수 있는 면 마스크와 의사들이 수술할 때 끼는 일반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시스템 유 회장 : 1천500만 장을 우선 풀고 7천만 장 주문해두었다.


카르푸르 회장 : 일단 천만 장 배포할 계획이다. 총 2억2천500만 장인데 수술용 1억7천500만과 면 마스크 5천만 장을 합해 주문한 상태다. 직원용으로 따로 7천만 장도 주문해두었다.


앵테르마르셰 회장 : 1  주문해두었다.


르클레르 회장 : 1억 7천 장 주문했다.


4월 30일, 대형 유통업체들이 마스크를 대량 공급한다고 밝히자 의사 협회나 약사 협회를 비롯 7개 보건 위생 단체에서 이런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모든 전쟁에는 꼭 득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꼭 필요한 우리 의료진은 여전히 모자라는데 몇몇 유통업체에서 어마어마한 수량의 마스크를 판매한다니 이걸 어떻게 설명합니까? 제일 허약한 환자한테 어제까지 보호 마스크가 없다고 했는데, 오늘 와서 마스크가 무더기로 떨어지니 이걸 어떻게 해명합니까? 여기서 1억 장, 저기서 5천만 장이라고 하니".


논객 : 이번 마스크 사태로 확실히 득 본 쪽이 또 있죠. 천 가게와 바느질 가게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창고에 처박혔던 재봉틀이 다시 빛 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5월 2일, 보건부 장관 : 그게 아니고 3월 23일부터 마스크 수입을 자유화하면서 국가 이외에도 마스크를 수입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5백만 장 이하로 수량을 제한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국가가 의료진에게 원활하게 마스크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 대형 유통 체인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는 기본적인 보호만 되는 수술할 때 끼는 마스크입니다. 절대 업체들이 미리 사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발표한 물량은 주문량이지 저장량이 절대 아닙니다. 현재 기껏해야 5백만에서 천만 장 정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5억 장하고는 상당히 차이나는 수량입니다.


논객 : (아직도 의료 현장에서는 마스크가 부족해 여러 번 끼기도 하고 빨아 쓰기도 한다는데…) 발뺌하는 정부 측의 설득력 없는 해명이다. 늑대 소년이 자꾸 거짓말을 하면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말해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거짓말은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카르푸르 회장 : 우리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하였다. 보호가 확실한 마스크는 다 정부 측에 공급했으며 우리는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가 발표한 물량은 창고에 쟁여둔 게 아니고 주문해서 앞으로 도착할 수량을 말한 것이다. 확대 해석하지 말라. 우리는 5월 4일에 전체 2억 2천5백만 가운데 일단 천만 장을 판매한다.


정치인 : (발언해 보아야 별 영향력 없는 우파 야당 국회의원(르노 뮈즐리에) 언제부터 이 업체들이 수입을 시작했나? 기업체들의 마스크 구입의 정당성, 주문 날짜와 배달 날짜를 밝혀라. 몰래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기업이 국가가 허락하기 전에 재고를 갖고 있었다면 이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타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지 않은 혐의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논객 : 어느 나라나 국회의원은 큰 목소리로 정치적인 발언만 일삼는다.


르클레르 회장 : 마스크가 필요한데도 르클레르가 지하 창고에 마스크를 쌓아 두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이런 짓거리는 그만해야 됩니다. 늑대는 없어요.


나탈리 드라트르 극좌파 상원의원 :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 하나는 유통업체들이 국가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업체들이 재고로 가지고 있었던 것을 풀었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을 건질 수 있었나 하는 가정입니다. 이 점에 대해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에 허점이 있었는지 상원 진상조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질의를 해야 합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논객 : 꽤 흥분해서 대드는군요.


시스템 유 회장 : 이런 마스크 논쟁은 정신 나간 짓거리고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불복종 프랑스 당수 장뤽 멜랑숑 : (대형 유통업체들이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구역질 나요. 직물 업체한테 징발해서 한 사람 당 한 개씩 공짜로 나눠줘야 합니다.  


논객 : 입만 열었다 하면 현실성 없는 대중 영합적인 큰소리만 치니까 팬들이 자꾸 떨어져 나갈 수밖에...


르클레르 회장 : 정치인들의 이런 반응은 그들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유통업체 협회장 : 무슨 말씀, 우리 유통업체들은 절대 의료진 마스크를 주문한 적이 없고 국가가 맡아서 주문했다. 또 전염병 초기 우리는 특히 의료진용 전문 마스크를 병원에 대량 기부했다. 그리고 의료진이 쓸 마스크가 부족했다면 3월 23일부터 보건 비상사태가 발효되어 국가가 프로용 마스크를 징발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일주일에 1억 장을 수입하는데 유통업체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수입이 허락된 상태라 유통업체들이 일반 대중을 위해 수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감금 해제되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데 거기에 발맞춰 투자한 거다. 그렇지만 아주 적은 양이다. 4월 24일 정부에서 약국이나 담배 가게, 유통 업체에서 5월 4일부터 일반인한테 마스크 판매를 허용했다. 우리는 그런 정부 시책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다.  


논객 : 그러니까 3월 말부터 유통업체에서 마스크를 주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겨우 필요한 물량을 맞출까 말까인데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나요?  


르클레르 간부 : 우리 업체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어서 가능하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직물과 장난감을 수입해서 아시아에 연락 사무소가 있는데 이번에 마스크 수입 쪽으로 전환했다. 정부의 징발이 끝난 뒤 아시아에서 수입을 시작한 거고 창고에 쌓아둔 게 아니다.  


한 유통업체 간부 : 이런 위기 상황에서 왜 정부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급박하게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스크나 다른 장비들을 수입할 수 없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유통업체 협회 대표 : (자꾸 문제가 불거지니까) 국가에서 30억 장을 주문했다. 약국은 3억 장을 배포했다. 마스크는 시장에서 얼마든 구할 수 있다. 기업체도 자기네 직원을 위해 수입하고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재고는 없다. 이런 주문은 불법이 아니다. 3월 23일부터 국가가 사기업이나 지방 자치 단체의 마스크 주문을 허용했다. 대신 필요한 경우 국가가 징발하고 5백만 장 이상의 주문은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열흘 전에 정부에서 감금 해제에 대비해 일반인한테 마스크를 공급하면 좋겠다고 했다. 5월 4일부터 점차적으로 5월 11일부터 대규모로. 의료진과 일반인한테 공급하는데 경쟁은 없다. 유통업체들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건부 장관 : 현재 1주일에 의료진한테 4천5백만 장을 공급하고 있는데 5월 11일부터는 1억 장 공급할 계획입니다.


르클레르 회장 : 우리가 1억7천을 확보했다는 말이지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조금씩 받아 5월 4일부터 배포할 것이다.


카르푸르 회장 : 다음 주에 천 만장 정도 풀고 1억 7천은 주문한 상태이다.


르클레르 회장  : 4월 24일에 정부에서 수입허가가 떨어져 그때부터 주문했다. 재고를 숨겼다느니 사재기를 했다느니 하는 말은 꾸며낸 시나리오다.


유통 협회 대표 : 슈퍼마켓은 이문을 최저로 남기는 가격에 팔 것이다.  


약사 협회 : 두 달째 보건 전문인에게만 질금질금 공급하고 화학 요법 치료받는 사람한테는 거절했는데, 갑자기 유통업체 회장들이 텔레비전 데스크에 나와 수천만 장 수술용 마스크를 판다고 말하니...


소비자 협회 : 한 번 쓰고 버리는 수술용 마스크는 4시간 효과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정부에서 최고 가격은 95센트로 책정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보다 10배 오른 값이다.


어떤 약사 : 정말 놀랐어요. 이해할 수도 없고 구역질 나요.


논객 : 근데 마스크는 약국만 독점 판매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의사 : 유통업체가 일반 마스크를 중국에서 2-3 센트에 구입해서 19-25배로 판매한다.


논객 : 슈퍼에서는 50개 들이가 장당 60센트, 약국에서는 장당 70센트에 팔고 있다.


프랑스 마스크 제조업자 : 2006년만 하더라도 1년에 전문가용 마스크만 1억8천 장을 생산할 시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당 35센트에 공급했습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공장 문을 닫았습니다. 최근에 부랴부랴 설비를 갖추고 다시 기계를 돌리고 있습니다[7].


약사 협회 : 국가가 마스크 판매를 금지해서 우리 약사들은 국가에서 할당받은 마스크를 최일선에서 일하는 보건 요원에게만 배급했다. 국가 시책에 적극 따랐는데 배신감을 느낀다.


보건부 장관 : (자꾸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오자) 우선 수술용 마스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통업체들도 수입 허용이 되었기 때문에 국가 시책을 잘 따른 것입니다. 이제는 의료진이 마스크가 부족한 상태도 아니지 않습니까?


5월 2일, 야당 국회의원 : 어떻게 대형 유통 체인이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할 수 있습니까? 카르푸르나 르클레르가 국가보다 더 세요? 왜 국가가 미리 주문해서 배포하지 못합니까? 그 정도도 예측해서 대처할 수 없습니까?


논객 : 국가를 믿으셨군요.


유통 협회 대표 : 이런 논란은 전혀 가치가 없고 유치하고 쓸데없는 짓이다.


브뤼노 르메르 경제부 장관 : 위기 초기부터 유통업체들은 국민들한테 식료품을 원활하게 제공하여 제 역할을 다했습니다. 이건 정말 건전한 논쟁이 아닙니다.


5월 7일, 르몽드 심층 취재 두 기자 : 2005년 보건부 방침을 보면 전염병에는 마스크가 필수적이고 국가는 10억 장을 보유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당시는 보건 정책에 준비와 주의 그리고 예방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2009년에 22억 장, 2011년에 14억 장, 2017년 7억 장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들어서고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7억 장에서 1억 장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우리가 다섯 차례에 걸쳐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취재해 보니 이건 순전히 정책을 떡 주무르듯 하는 테크노크라트(technocrate : 전문 지식을 갖춘 고위 관료)와 관련되지 않나 봅니다. 2007년 보건부 보고서에는 수술용 마스크는 국민에게 공짜로 나눠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2011년부터 병원을 기업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빠져 병원을 문 닫고 병실을 줄이고 의료진도 줄이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입니다. 급기야 2013년에는 기업이나 각 병원별로 전문가용 마스크를 자체 구비하도록 하면서 긴축 재정을 빌미 삼아 국가가 마스크 수급에 손을 뗍니다.


어떻게 6억 장이 줄어들었을까요? 다들 보건 총국과 보건부가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질의한 결과 둘 다 거절하거나 묵묵부답입니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6억 장을 소각시켰습니다. 코로나가 절정에 이르고 마스크가 부족해 난리치던 3월 말까지도 쓸 수 있는 마스크까지 소각했다고 합니다. 소각시킨 마스크 중에 상당량은 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 유효 기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수술용 마스크의 경우 보관 상태가 좋으면 유효 기간이 지나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2017년만 하더라도 7억6천 장이 있었는데 6억 장은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파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소각했는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예산 부족으로 파기만 하고 보충은 하지 않은 겁니다. 보건에 우위를 두던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8].  


전직 보건부처 관료 : 6억1천6백만 마스크는 2005-2006년에 구비한 것으로 유효기간이 지난 거라 폐기 처분해야 했다고 합니다. 2020년 3월까지 남은 마스크 1억1천8백만 장은 2014-2016년 사이에 사들인 9천8백만 장과 폐기 처분되지 않고 남은 1천9백만 장입니다.


또 다른 보건부처 관료 : 2005-2006년에 구입한 것도 완전히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감정 결과를 본 적이 없습니다. 유효 기간이 지났다고 마스크가 효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바로 최근에 소각되지 않은 마스크를 검사해 본 결과 쓸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쓸 수 있는 마스크는 폐기 처분하고 보충은 하지 않은 실수를 저지른 거죠.


전 보건부 장관(2012-2017) 마리솔 투렌 : 그래도 제가 떠날 때 7억5천 장이었어요. (…) 내가 예산을 다 줄이고 병실이며 인력을 다 없앴으니. (…) 의료 보험의 적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더 중요한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죠.


5월 7일, France 2 TV : 3월 17일부터 보건 비상사태가 발효되어 일반인은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 없었습니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약국은 보유 마스크를 의료진에게만 제공했습니다. 어기면 6개월 징역형을 당하거나 만 유로 벌금을 물 수도 있었습니다.

3월 17일 대통령 대변인은 "프랑스 국민들은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습니다."하고 답변하였습니다. 4월 19일 보건부 장관은 "약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금방 품절이 될 겁니다."하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4월 30일 자로 작성된 보건부의 내부 문건에는 "3월 23일 이후에 수입한 마스크는 상관없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결국 약사들이 생각하던 것과 달리 3월 말부터 약국은 업체당 1분기에 5백만 장 한도의 마스크를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보건부는 약국이 마스크를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달 이상 지나서야 알려준 셈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장관 비서실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논객 : 약국은 순진하게 이중으로 당했다. 자기네들이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는데도 정부의 지시만 듣다가 유통업체한테 선수를 넘겨주는 꼴이 되었으니…


5월 13일, BFM TV :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올해 1월과 3월 사이에 쓸 수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1억 5천만 개를 소각했습니다. 보건부는 3억6천2백만 장이 정부의 보관창고에 있는지도 모르다가 3월에서야 발견하고 소각 중지하면서 쓸 수 있는 8천5백만 장을 건져내었습니다.


시민 안전 위원회 간부 : 준비 문화라고는 없어요. 그냥 즉흥적으로 해치웁니다. 2017년부터 더욱 활개 치는 전문관료 구조가 문제예요. 마크롱이 등장하고 나서 행정 관료가 모든 걸 다 합니다. 모르는 게 없죠, 다 알아요. 그들은 방자하기 그지없어요.


전 상원의원 프란시스 드라트르 :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는 고위 공무원이 장관 대신 결정을 내리니까요.


전 보건부 장관 필립 두스트블라지 : 전문 관료 구조가 그 지경이니 아무도 모험을 하려 들지 않죠.


논객 : 여러 사람의 지적을 들어보면 프랑스 최고 행정관료 소위 테크노크라트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모양이군요.


전 보건부 장관 자비에 베르트랑 :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가는데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합니다.


논객 : 누구의 잘못인가? 마스크를 벗기자!


          

[1] FFP : Filtering Face Piece. 일반인들도 5월 초부터 구할 수 있는 수술용 마스크는 대형 유통 체인의 슈퍼에서 50개 들이가 개당 60센트 정도이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차이가 난다. 마스크 수급이 원활해진 8월 마스크 가격이 일제히 떨어져 대형 유통 체인에서 수술용 마스크가 40센트로 팔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가격은 개당 20센트 수준으로 다시 떨어진다.

[2] 3월 20일 프랑스 보건 총국이 발표한 3월 19일 통계는 전체 사망자 수 372명으로 전날 대비 108명이 증가한다. 프랑스의 통계는 실시간은커녕 전날 상황이다. 이 때는 양로 시설에서 사망한 사람은 통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4월 2일에서야 집계되기 시작한다.

[3] "Masques : après le mensonge, le fiasco d’Etat", Mediapart, 10 avril 2020.

[4] « Port du masque : une efficacité « plausible » », Sciences et Avenir, 20 mai 2020.

[5] 4월 22일 프랑스의 상황을 보면 총사망자가 21856명으로 전날에 비해 516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 통계는 양로시설 사망자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6] Maxime Delmas, Creapills, 26 avril 2020.

[7] 3월 말 현재 프랑스의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1주일에 8백만 장이다.

[8] Gérard Davet et Fabrice Lhomme, « La France et les épidémies », Le Monde, 3-7 mai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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