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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파랑 Jul 27. 2023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에세이 같은 서평집.    이슬아 헤엄출판사

에세이 같은 서평집     


출처 알라딘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는 새롭다. 색다른 서평집이다. 작가가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한 책이다. 서평의 형식을 벗어나 다양한 형식으로 책을 소개하고 자기 생각을 적었다. 서평집보다는 독후 에세이라 칭하고 싶다.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을 읽고 쓴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서 작가는 전태일 평전만 읽은 것이 아니다. 전태일 기념관에도 가보고      


전태일 기념관은 회의가 열릴 때마다 모든 노동자를 그 자리에 참석시키는 일터라고 했다. 회의의 내용과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환경미화원도 꼭 들어오게 한댔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어색해했던 환경미화원은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말했다. “들어가지 않으면 내용도 모르잖아요.” 일터의 어느 임금 노동자도 정보로부터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전태일 기념관에는 있다. 합당한 임금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들이 그곳에 남아 굴러간다.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을 읽고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이슬아    

 

과거 청계 피복 노조의 주요 일원인 한영 씨(각별한 친구의 엄마)와도 만난다.     


“전태일은 어떻게 우리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중략)

“살면서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눈으로 남을 볼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마치 자기를 보듯이, 남을 나처럼 여기니까 고민에 빠졌던 거야. 어떻게 해야 나 같은 남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거야.”

(중략)

전태일은 유서에서 남들을 이렇게 호명한다. ‘나를 모르는 모든 나’라고. 또한 자신을 이렇게 호명한다.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라고. 한영씨는 내게 당부했다. “누구를 만날 때 적당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또 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처럼 남을 만나야 돼. 최선을 다해야 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듣자 어느 시 한 편이 떠올랐다. 이규리 시인의 시 「특별한 일」에서 읽은 몇 문장이었다.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 


몸을 버리면서까지 다하는 최선을 나는 이해해보고 싶다. 전태일이 두고 간 꼬리가 지금까지도 펄떡이는 듯해서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여러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는다. 그러므로 전태일의 고민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이런 미래와도 연대하고 있다. 연대의 일 중 하나는 당신은 이렇게 힘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고통을 너는 겪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알려주는 것 말이다.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겠다고 전태일은 말했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고”그렇게 하겠다고 썼다. 최선이 그런 것이라면 나는 정말이지 외롭다는 말을 아끼고 싶다. 그가 미래에게 선물한 건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전태일의 평전을 읽고 그의 기념관에 가고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노동자를 만난 후의 생각들을 쓴 글. 그래서인지 이 서평은 책들에 실린 다른 서평들보다 깊고 푸르다. 마치 작가와 함께 전태일을 만나고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뿐만 아니라 책에 수록된 다른 서평들을 읽다 보면 모두 다른 작가가 썼나 싶을 정도로 형식이 다양하여 지루하지 않다. 독서 경험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시키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도 확인할 수 있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서평집에 지쳐 가볍고 산뜻한 서평집을 원한다면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를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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