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청곡 : 변해가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곡 김광석 / 작곡 작사 김창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있던 떡볶이 체인점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만두가게가 생긴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아이 러브 만두! 한때는 소울푸드라 부를 정도로 좋아했는데 어쩐지 요즘은 시들하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섹시푸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두집의 등장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근데 흐뭇한 기대를 넣어두자마자 왠지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떡볶이는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그보다는 떡볶이 집이 무너지고 있는 장면을 봐서 그런 것 같다. 봐도 큰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안에서 무언가를 부쉈다가 다시 지어내는 과정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그런 모습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에이, 과잉의식이다. 떡볶이 집 사장님의 물러나는 뒷모습을 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는 떡볶이에서 만두로 종목변경을 하고 설렘에 부풀어 계실지 모를 일이다. 장차 내 방앗간이 될 멋진 만두집이 생겨나길.
신입사원일 때 가장 난감했던 시간은 점심시간의 커피타임이었다. 하필 드립커피의 세계에 푹 빠진 당시 부장님은 매일 점심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손수 갈아 내려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구경하기 쉽지 않을 고급커피였는데 그때의 나는 입만대고 마시는 척하며 거짓 리액션을 난사한 후 거의 그대로 남은 한 잔을 처치하기 곤란해했다. 정말 딱 한 모금만 마셔도 가슴이 너무 뛰었다. 그런 난감한 날들을 보내다 어느 날, 또래였던 직원이 내 잔에 물을 왕창 부어 주었다. 부장님께 시음소감을 말해야 하니 이렇게라도 마셔보라며. 그날 이후로 나는 '커피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물의 농도가 점차 옅어졌고, 지금은 커피를 안 마시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지극히 평범한 한국인이 되었다. 지나간 대부분의 사람과의 기억을 잊어버린 내게 그날 물을 부어주던 직원의 얼굴은 여전히 선명하다. 내게 커피를 남겼기 때문일까, 그날 이후 내게서 곤란함을 제거해 줬던 세심함, 혹은 다정함 때문일까?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연결이 느슨해진다고 느낄수록 더 자주 그를 생각하게 된다. 어릴 때는 전에 없던 다양한 종류의 자극이 뇌의 신경연결을 활성화시키고 열심히 새 연결망을 만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연결망 중 쓰지 않게 되는 부분은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에는 비슷한 자극이 들어와도 그 신경연결망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언젠가 뇌과학자가 쓴 책을 읽었다. 그 연결망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자극이 들어와도 나는 감각할 수 없다. 정확히는 내 뇌가 그것이 자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 연결망들을 지켜내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자주 만나지 못한대도 내 안에서 너를 담당하는 어떤 신경들이 살아 있어서, 언제 만난 대도 그 시간이 내게 감각될 수 있도록. 변해가는 우리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너무 쉽고 빠르게 변한다는 이 노래의 후렴구가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 거리를 지나면서 후렴구만 들려오면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들어보면, 당신으로 인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얼마나 쉽게 달라 보이는지, 그 놀라움을 고백한다는 것에 듣는 나도 새삼 놀라게 된다. 아주 '변했다'가 아니라 '변해가네'여서 그 과정의 속력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생에 어느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