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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찬 Jan 14. 2023

인천공항 로봇배달, 라운지도 부럽지가 않어

서비스 조사_01 '배달의민족 인천공항 로봇배달'편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작년 4월 29일에 마지막 글을 썼고, 5월 23일에는 주니어 서비스 기획자 인턴으로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거기에선 내가 좋아하는 (지금은 모르겠다) 메타버스 신사업을 기획했고, 의지박약으로 브런치를 멀리했다.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작년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올해부터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되었던 모든 프로덕트에 대한 리뷰같은 분석을 해보려고 한다.


저번주 주말에 베트남을 다녀왔다.

항공사가 진에어였어서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을 이용했다.


위탁수화물 등록과 출국 심사를 마치고 면세점을 들어가봤는데 여기저기 비치되어있는 팜플렛과 캐리어를 싣는 카트에 붙어있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에서 습득한 배달의 민족 팜플렛이다. 너무 신박한 서비스라는 생각에 냉큼 찍어보았다.

 광고는 배달의 민족에서 제1 여객터미널 로봇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정보에 관한 내용이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배달 서비스이다. 라운지도 부럽지 않다는 카피라이팅처럼, 주문만 하면 고객이 있는 탑승게이트로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잠바주스, 고래사어묵, 파리바게뜨를 무료로 배달해준다.

 주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동중인 경우 내가 탑승할 게이트에 해당하는 QR코드를, 자리에 대기중이라면 현재 위치한 게이트에 해당하는 QR코드를 타고 들어가면 브라우저 페이지가 뜬다. 이어 '주문하러 가볼까요?' 버튼을 클릭하면 배민 어플로 이동하게 된다.

 탑승게이트별로 주문할 수 있는 브랜드가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고르기 이전에 미리 선택했던 게이트 범위(Gate12~24, Gate 30~41) 내에서 탑승게이트를 선택하도록 한다. (탑승게이트를 선택하지 않고 브랜드를 클릭 할 시, 탑승게이트를 선택하라는 팝업이 뜬다)

좌측부터 QR 코드 스캔 시 진입하는 페이지,  배민 어플의 주문페이지, 배달지 미선택하고 브랜드 클릭 시 노출되는 팝업

 배달지를 선택하고 이어 주문할 브랜드를 선택하면 배달의 민족에서 우리가 음식을 시키는 화면과 유사한 화면이 등장한다. 메뉴를 선택하다보면 기본 배달의민족 화면과 약간은 다른데, 우선 메뉴 종류가 많이 없고 메뉴의 커스터마이징이 불가하고 오로지 메뉴와 수량만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도 다르다

인천공항 로봇배달 UI (좌) / 일반 배달 UI (우)
인천공항 로봇배달 UI (좌) / 일반 배달 UI (우)

 UI가 이렇게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첫번째, 인천공항 게이트에서 배달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배달의 민족밖에 없다. 경쟁사가 없는 상태에서 입점되어 있는 브랜드는 모두 SPC 계열사이며 직영점으로 예상된다. 리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데, 일반 매장이라면 여러 매장들의 리뷰를 보며 비교할테지만 경쟁사가 없으니 리뷰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 


 두번째, 외국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QR코드를 타고 들어가서 어플로 접속하면 영어로 된 배너가 바로 노출된다. 영어로 된 팜플렛도 면세점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낯선 국가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한 UI가 유용할 것이다. 이러한 점이 반영된 UI로 보인다.


 세번째, 우리에게 익숙한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가 정해져있지 않다. 로봇배달은 최소주문금액이 없고 배달비가 무료다. 따라서 해당 UI가 필요 없어진다. 배달시간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배달원이 하는 배달과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따로 노출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해당 서비스를 처음 만났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왜 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하였을까?'였다. 나같이 새로운 서비스에 환장하는 사람이야 QR코드 한번이라도 더 스캔하고 주문도 해볼텐데 (밤 비행기라 주문을 하진 못했다.) 일반인은 그렇게 신기해할까 싶기도 했다. 실제로 부모님과 동생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별 관심이 없으셨다.

 

 배민은 2018년부터 '딜리'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우리가 요즘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식당의 서빙로봇을 상용화시키기도 하고 캠퍼스같은 실외에서 배달하는 로봇도 성공적으로 테스트하기도 했다. 배달의 민족 아티클 '배민다움'을 보면 왜 배달의민족이 로봇을 만드는지 찾아볼 수 있다. 그 내용을 인용해볼까 한다.

"  로봇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늘어나는 배달 수요에 비해 라이더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즘은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생필품 즉시 배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요. 코로나 상황은 이 추세를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하겠죠. 배달로봇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배달 수요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 우아한형제들은 일을 완벽하게 대신하는 로봇보다는 고객이 느끼는 아주 사소한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어요.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가 미래를 바꾼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본문 내용은 인천공항의 배달로봇 내용과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결론적으로 인천공항의 로봇배달은 로봇이 사람이 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고객의 편함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을 채워주며 팬심을 확보하는 것이 큰 목적이아닐까 생각된다. 

 인천공항은 설렘과 행복이 가득함과 동시에 까다로운 입국 심사와 반복되는 걷기로 지칠 수 있는 공간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에 로봇이 전달해주는 갈증 및 허기짐을 해결해준다면 고객은 설렘과 행복은 유지한 채로 배달의 민족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이어 로봇배달에 대한 경계심은 무너지고 앞으로 찾아올 수 있는 로봇배달의 시대에 누구보다 먼저 배달의 민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직접 배달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이 서비스를 만들어온 프로덕트 담당자들의 노고를 살짝 느끼면서 배달의 민족이라는 서비스에 팬심이 조금 생겼다.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로봇배달을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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